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코로나로 확 찐 살을 뺄 요량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 사람에게 달리기만큼 만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일찍부터 저질체력임을 간파하고 있었으니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30분 연속해서 달리기'를 목표로 10주 동안 노력했고 드디어 그 목표를 달성하긴 했는데, 역시 달리고나서야 달리기가 만만한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소위 '엉덩이'로 한다는 글쓰기를 달리기와 병행하는,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두 가지를 모두 잘 해내는 하루키의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재즈바 사장이던 하루키는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등단한 후, 가게를 접고 전업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 그 다음 해부터 달리기 시작한다. 1982년 가을, 그의 나이 33살부터 23년 동안 일주일에 60킬로미터를 달리고 매년 1번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다고!!!
그는 주의하지 않으면 금방 살이 찌는 체질이라 계속해서 글을 쓰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남들과의 경쟁보다는 자신이 설정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으냐에 더 관심이 있었던 하루키에게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웠던 집중력과 지속력은 바로 소설을 쓰는 리듬을 만들어 주었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이 또 사는 것의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나는 한여름 아테네에서 마라톤까지 42킬로를 달리고, 홋카이도 사로마 호수에서 100킬로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한 것도 모자라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하루키처럼 달릴 순 없다. 하지만 오늘도 내가 달리는 건 코끼리같이 무겁던 다리가 조금씩 가벼워지고 가쁘던 호흡이 편안해지는 그 순간이 점점 더 좋아져서다. 오롯이 내 몸과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소중해서다.
붙임 : 지금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이를 아니, 연세를 주의깊게 보지 않았는데 벌써 일흔이 되셨다. 부디 계속해서 열심히 달리며 건강하시길. 그래서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는 묘비명은 되도록이면 아주 늦게 새겨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