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ssion fruit Jun 04. 2024

글쓰기 챌린지 1

이렇게 시작했다.

스스로를 존재로서 인식하는 것은 코칭의 핵심이다. 코치는 고객이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고객은 온전한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했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


나는 나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다. 약 4년 전, 코칭 교육을 처음 받았을 때에도 나는 제법 명확한 방향성과 비전, 현재에 대한 인식을 잘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길로 인생의 경로가 바뀌는 순간, 기존의 방향과 비전이 다 흔들렸다. 더욱이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상황들이 힘들었고, 그래서 많이 당황하고 불안해했다. 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헤어 나오고 싶다.


'누군가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현지 코치에게 코칭을 받았다. 많은 비용을 지불했기에 기대치가 더 컸던 것일까? 한 타임에 한 시간 반 또는 두 시간의 코칭을 받는데도 마음이 답답했다. 무언가가 풀리지 않았다. 비즈니스 코치라더니 계속 회사 일에만 집중하고 나의 존재로 다가오지 못한다. 서로 웃으며 대화하지만 계속 겉돈다. 그리고 점점 조언이 많아지고 자꾸 나를 가르치려고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대화의 장면으로 나를 끌고 가더니 못난 나와 대면시킨다. 나의 부족함을 대면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 데에도 고집스럽게 몰고 간다. 회사의 다른 직원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이제는 신뢰할 수 없어 코치 교체를 요구했다. 새로 만난 코치도 나의 불안감과 힘든 마음의 중심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실망했지만 더 이상의 코치 pool 이 없다는 코칭업체 측의 말에, 남은 시간들을 새 코치와 적당히 마무리했다. 모두 PCC 이상의 코치들인데 실망스러웠다.


한국의 동료 코치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코칭을 다시 하겠다며 상호 코칭연습을 시작했다. 연습도 실전이다. 코칭을 받을 때 홍콩에 와서 고생했던 일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정리가 되고 도움이 됐다. 마음도 시원해진다. 하지만 뭔지 모를, 부족함이 느껴진다. 왠지 마음의 바닥까지는 아직 다가가 보지 못했다. 대화로는 아직 드러내기가 싫은 건지, 내가 길을 찾지 못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업무상 한국 출장을 자주 간다. 홍콩에서 한국이 가까워도 출장을 한번 갔다 오면 생활 패턴이 꼬인다. 홍콩에서 사는 장점 중 하나가 서양의 휴일과 동양의 휴일을 다 쉰다는 점이다. 우리의 구정 설, 추석에 해당하는 휴일도 있고, 석가탄신일, 부활절, 크리스마스도 다 쉰다. 올해 부활절 휴가기간에는 큰 마음을 먹고 가족과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시차적응은 나이순이라더니, 아내와 아이들은 빨리 적응을 했는데, 나는 3일이 넘게 적응을 못했다. 귀국 후 바로 출근을 강행한 스케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여행 기간 중 너무 긴장한 탓이었을까, 적응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침에 눈을 뜨기가 너무 힘들다.


나의 아침은 보통 아내의 아이들 등교 준비를 도우며 시작한다. 나는 주로 아이들의 아침을 차리고 먹이고, 아내는 아이들의 간식과 학교준비를 다 돕고 스쿨버스를 타는 곳까지 데려다준다. 그 사이에 나는 출근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한다. 그랬었는데, 여행을 갔다 온 뒤로 아침에 눈을 뜨기가 너무 힘들었다.


"미안해 여보, 나 좀 더 잘게......"


그렇게 하루 이틀, 잘 수 있는 최후의 1분까지 잠을 더 청한다. 그래도 여전히 피곤하다. 그렇게 일주일쯤이 되었을까? 드디어 아내가 폭발했다.


아내의 화도 화지만,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얼굴 한 번 보이지 않고 잠만 자는 아빠. 과연 아이들에겐 어떻게 보였을까?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거나, 말씀이나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 아빠. 아이들에게도 문제지만, 나 스스로에게도 문제다. 가능한 최후의 1분까지 자고, 출근 시간에 딱 맞춰 출근한다. 주어진 일들을 하고, 퇴근하면 저녁식사를 돕고, 정리하고. 그러면 대충 잘 시간즈음이 된다. 조금만 시간을 내면 운동을 하거나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친 마음은 계속 쉬라고 한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머리를 쉴 겸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본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훅 가고, 잠을 청하고, 최후의 1분까지 다시 잔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주도성이다. 어느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일을 해 나가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그렇다. 끌려가는 인생이 아니라 주도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 그런데 지금 나의 하루하루는 다분히 끌려가는 삶, 살아지는 삶이다. 무기력하고 재미가 없다. 말로 하지 않아도, 나의 이런 행동과 분위기들이 아이들에게 전염될까 두렵다.


"여보 미안해. 그래서 내가 자기가 깜짝 놀랄 선물을 준비했어. 앞으로 일찍 일어날 거야."


아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어떻게? 또 뭘 한거야?"

"짜란~! 벌써 입금했어. 해 보는 거지 뭐."


1,000명이 넘는 코치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이 있다. 거기에 많은 프로그램 광고들이 뜬다. 그중에서 우연히 '3주 모닝 글쓰기' 모집 광고를 보게 됐다. 아침 6시부터 약 한 시간 반. 홍콩시간으로는 아침 5시부터 6시 반까지. 제법 이르기는 하지만 일상에 지장이 되지 않는 시간대다. 망설이다가 확 질러버린다. 입금도 해 버렸다. 지르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돈을 내야 시작이다.


그렇게 매일 아침 5시, 일요일을 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게 되는 3주 모닝 글쓰기를 시작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홍콩살이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