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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헤브 Aug 31. 2024

지금 내 마음을 봄, 지금 내 마음은 봄

혹독한 추위가 곧 지나갈 것을 믿기에 지금 이 시간을 봄이라 부릅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살며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온 세상에 생명력 움트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조용히 속삭이듯 들려오기 시작한다



봄비가 내리고 나면 가지를 뚫고 새순이 돋아나 온 천지가 생명으로 가득 찬다



저 산골 들판 어디에선가 겨우내 잠들어 있던 개구리 떼가 잠에서 깨어 두 눈 비비기 시작하면,



금세 배가 고파 폴짝폴짝하고 바깥으로 뛰어나오는 귀여운 개구리 떼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 와중에 마주치면 옴짝달싹 못하고 쥐 죽은 듯 가만히 멈춰버리는 로봇 개구리도 만나고,



에라 모르겠다 싶어 반대방향으로 잽싸게 줄행랑치는 활달한 황소 개구리도 만난



개구리를 통해 깨닫는 봄, 드디어 완연한 봄을 느낀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타고 오매불망 찾아오길 기다리던 따스한 봄이 드디어 나에게로 왔다



봄의 따스한 느낌이 참 좋아 내 얼굴에 만개한 행복감을 감출길 없어 나는 모든 생명에게 힘을 모아 따스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겨울 내내 잘 지냈니? 그간 많이 추웠을 텐데..


홍매화, 출처 경남미디어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를 못 이겨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앙상한 가지 끝에 예쁜 홍매화가 달렸다



그곳에 봄비가 내려 몽골몽골한 빗방울이 아롱아롱 맺히고 나면

비로소 봄이 내 곁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온몸과 마음으로 깨닫게 된다


혹독한 겨울이 가고 새로운 탄생의 계절, 봄이 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개구리 산란하는 시기가 찾아오면 밤마다 쉴 새 없이 떠드는 개구리 떼 소리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잦아진다



드디어 모내기 시절이구먼 하고 혼잣말하시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 이야기를 통해 이 봄도 지나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동트기 전 새벽부터 농사일 챙기기에 여념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뒷모습을 보며 계절이 바뀌어 감을 또 한 번 실감한다



잠을 도대체 몇 시간 주무시는지 모를 정도로 짧은 시간을 누워 계시더니 바깥은 아직도 깜깜한데 새벽부터 바지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분주히 대문을 나서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부지런한 할머니 저 분주한 모습을 몇 해나 더 볼 수 있을까 싶어 왠지 모를 무언의 감정이 올라와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걸 가만히 보게 된다



눈으로 아무리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는 개구리 떼는 어디에 숨었는지 정체가 묘연하고 개굴개굴 대는 소리만이 온통 가득하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산란 시기가 왔음을 온 세상에 알리는 개구리 떼는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도대체 어디에 떼로 숨어 있는 거야?

이제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 따뜻한 봄날의 끝이 왔음을 알리는 소리라 한다



신나게 울어재끼는 개구리 소리가 귓가에 익숙해질 즈음 여름으로 넘어갈 채비를 서두르는 자연이 보인다



과일은 조금씩 익어가고 봄에 태어난 강아지도 벌써 지 엄마 반쯤 자랐다

고 녀석들 참 빠르게 자라기도 하지.. 금세 컸구먼..



모두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성실하게 자라고 있다

자기 속도를 지켜 지나가는 봄처럼 봄 안에 사는 생명들도 모두 천천히 자기 걸음을 걷는다



가히 모든 생명은 자기 시간을 정확히 안다는 걸 그렇게 배우게 된다



말 그대로 자연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숨김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결코 다른 누군가의 속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이 유지해야 할 속도를 제대로 알고 제 속도로 생명의 걸음을 걷는다 가을이 오면 자기도 모르게 맺혀 있는 열매들을 보게 되겠지



내게도 서서히 봄이 오고 있는 것 같다 혹한의 추위를 넘어서는 임계점을 곧 맞이할 것 같다


따뜻한 봄, 생명이 움트는 봄, 모두가 자기 자리를 다시 찾는 봄

봄이라는 이름의 자연을 쏙 빼닮고 싶다  



이제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도 봄이 찾아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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