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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김 Jun 02. 2023

스페인 여행중 만난 사람들 이야기- 영국인 여성 제니

산티아고 순례길 트래킹의 일화


5월 3일, 스페인의 중북부 지방에 있는 Irache에 도착했다. 


이라체(Irache)에는 포도주가 무료로 제공되는 포도주 수도꼭지가 있다. 이 포도주는 이라체 포도주제조장에서 무료로 순례자들에게 제공한다고 한다. 나도 당연히 시음을 했다. 


이라체 포도주 수도꼭지(이 수도꼭지에서 포도주가 무료로 제공된다)


이 포도주 수도꼭지 근처에는 포도주제조장과 포도주뮤지엄이 있다.

Irache 수도원과 뮤지엄



Irache 포도주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이라체수도원과 와이너리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라체 수도원의 역사>


이라체수도원의 정식명칭은 Santa Maria la Real de Irache이다. 스페인 나바르의 Ayegui타운에 소재하고 있다. 과거 베네딕트수도원이었으며 그 역사는 서기 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원보다 더 유명한 것이 수도원 인근에 있는 Bodegas Irache라 불리는 와이너리이고 여기서 중세시대부터 수도승들에 의한 포도재배와 포도주 생산이 시작되었다.


이라체수도원은 1877년 이후로는 유적(기념물)으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이라체 와이너리: 현재의 명칭은 Bodegas Irache>


현재의 수도원은 포도밭에 둘러싸여 있다. 이 포도밭을 포함하는 와인제조장(와이너리)의 이름이 Bodegas Irache이다. 이 Bodegas Irache라는 와이너리는 1891년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 포도밭의 역사는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는 품질이 좋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래서 당시 북부 스페인의 나바라왕국의 왕실에 와인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편, 이 보데가스 와이너리 측에서는 1991년 포도주 꼭지를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건물 벽에 있는 두 개의 꼭지는 한 개는 포도주, 한 개는 물이 나온다, 그리고 두 개의 글귀가 있다. 아래는 글귀를 번역한 것이다.



우리는 즐겁게 귀하를 초대하며 적당히 마시도록 권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포도주를 가지고 가려면 그것을 구매해야 할 것입니다. (“We are pleased to invite you to drink in moderation. If you wish to take the wine with you, you will have to buy it.”)

순례자여. 만일 당신이 체력과 생명력이 가득한 채로 산티아고에 도착하기를 원한다면 이 큰 와인잔으로 한 잔을 마셔서 행복의 건배를 하십시오. (“Pilgrim, if you wish to arrive at Santiago full of strength and vitality, have a drink of this great wine and make a toast to happiness.”)



<왜 이곳의 와인이 유명한가?>


이라체(Irach)가 속한 나바라(Navarre) 지역은 품질 좋은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 팜플로나 등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나바라 지역의 지도


또, 인근에 있는 리오하(la Rioja) 지역의 와인은 더 좋은 품질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 이유는 리오하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스페인에서 최고등급으로 분류되는 D.O.CA(qualified Designation of Origin) 등급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순례길 중 어느 알베르게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 한 스페인 신사가 전해주었다.  그는 “팜플로나에서 레온까지 가는 동안 지나치는 지방마다 포도주의 맛이 독특하다, 모두 다 다르므로 매일매일 와인을 즐겨라”라고 말하였다. 


이제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 오늘의 목적지 Villamayor de Monjardin마을에 도착하였다.


빌라마요로 데 몬하르딘 마을의 모습



<Villamayor de Monjardin에서의 숙박>


숙소명: Albergue Villamayor de Monjardin

숙박비: 15유로(아침식사 포함)

dormitory: 도미토리는 단 두 개. 각 도미토리에 2층침대가 5개. 그래서 각 방에는 최대 10명이 잠자게 되어 있음.


체크인한 후 샤워하고, 세탁하여 빨래 널고 침대에서 쉬었다. 그러다가 오늘 저녁은 어떻게 할까 혼자 하던 중 바로 옆 침대의 순례자에게 인사를 하고 말을 걸었다. 옆 사람은 백인 여성이었다. 


Me: Hello, do you speak English?

Her: Yes. I am from England.

(이런. native speaker에게 실례했네요.)


Me: Sorry. I am from South Korea. Nice to meet you. I am alone. How about taking dinner? Let's go and take dinner together.

Her: Sure. I have a companion. We will go altogether to the restaurant at 7:30 pm.


*** 혹시 제가 데이트 신청한 것은 아님. 오해하시는 분 없길 바람. ㅎㅎㅎ.


<네 사람의 저녁식사>


그래서 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사실 그들도 모두 순례길에서 알게 된 사이였다. 


디너는 7시 반에 시작하여 9시 반까지 약 2시간가량 진행되었다. 그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영국인 여성 제니) 나이는 60대 초반으로 추정됩니다. 옥스포드대에서 fine art를 공부해 졸업하였고 현재 하는 일은 gardening이라고 한다. 런더너로서 톤과 발음이 매력적이었다.


(미국인 남성 데이비드) 나이는 70대 초반. 과거 부자들의 개인비행기 파일러트로 오래 일했고 이제는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다. 제니와는 어제저녁 같은 숙소에서 머물렀기 대문에 알게 되었고, 오늘의 목적지까지 같이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도 같은 숙소로 예약했기 때문에 저와도 룸메이트였다.


(헝가리 여성 노라) 나이는 30대 중반 내지 40살 전후.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별로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였다. 생장에서 출발할 때 우연히 영국 여성 제니와 알게 되었고, 웬일인지 제니는 그녀와 동행을 원했고 그 이후 쭉 같이 걷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코스로 나오는 요리에 와인을 곁들여 자기소개, 여기 산티아고 순례길을 오게 된 동기로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각자가 하는 일, 좋아하는 취미, 여행의 소감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대화를 진행시켰다.


그중 하나를 소개한다.


제니는 영어 억양이나 발음이 너무 표준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녀에게 "영어가 상류층이 쓰는 RP(recieved pronunciation)를 쓰는 것 같다"고 하며 넌지시 칭찬의 말을 건넸다.


저: You have the recieved pronunciation. Did you graduate from Eton school or Oxford?

(당신은 RP 영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 혹시 이튼스쿨이나 옥스포드대학을 졸업했나요?)

제니; i graduated from oxford.(저는 옥스포드대를 졸업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데이비드가 물었다.)

데이비드: What, which subject did you study at Oxford?(옥스포드대에서 무슨 전공을 했나요?)

제니: I studied fine art.(순수미술을 전공했어요)

(fine art는 미술, 엄밀히 말하면 순수미술을 말함. design도 art이지만 그것은 fine artf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거들었다.)

저: I know that a lot of politicians graduated from Oxford. The current prime minister, Boris Jhonson, too.(영국에는 옥스포드대 출신 정치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의 총리 보리스존슨 역시 옥스포드를 졸업했고)

제니: That public school boy?(그 퍼블릭스쿨 보이?)

(그녀가 대답한 것은 마치 "걔? 사립명문 출신 껄렁이?' 라는듯 시니컬한 반응이었다).



나는 좀 크게 웃었다. 그러나 옆에 있던 미국인 데이비드는 뭔가 어정쩡하게 반응하며 웃지를 못했다. 이유를 좀 보충설명하면 이렇다.


먼저 public school의 뜻에 대해 설명하겠다. 영국에서는 public school이란 이튼스쿨 해로드스쿨 등 사립중고등학교를 칭하며, 미국에서는 반대로 공립중고등학교를 칭한다. 완전히 반대다. 그러니 미국인 데이비드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할 수밖에. 19세기 영국에서 이러한 사립중고등학교가 시작되었을 때 관할지역에 한정해 받는 주립중고등학교에 비교해 부모의 경제력 있는 학생들을 지역성 제한 없이 받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지역성 제한 없다는 의미로 public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거기다, 영국에서 public school은 이튼스쿨 등 20여 개 밖에 없으며 이들은 모두 명문 학교들이다. 그리고 이 출신을 흔히 public school boy라고 부르며 이는 거만하고 젠체하며 상류층 티를 푹푹 내는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다. 추측컨대, 제니는 public school 출신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찾아보니 보리스존슨 현 총리는 이튼스쿨을 졸업한 거로 나온다. 그래서 제니가 보리스존슨에 대해 그렇게 반응을 한 것 같다.


스페인의 시골길을 걷다가 모처럼 격조 있는 대화를 대화를 나누었던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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