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오늘은 미리 작정한 그라뇬(Granon)의 성당알베르게에서 여장을 푼다. 이곳은 성당의 수도원을 순례자숙소로 개조한 알베르게이다. 알베르게는 스페인어이며, 우리말의 호스텔로 해석된다.
그라뇬의 성당 전면
성당 뒤편으로 돌아가니 외로운 배낭 하나가 놓여 있고, 그곳이 알베르게 입구이다.
수도원 알베르게 입구
<그라뇬의 성당 알베르게 소개>
숙소명: Albergue Parrochial San Juan Bautista
스페인어로 Parrochial은 원래 교구교회라는 뜻인데, 우리에게 친숙한 성당으로 해석해도 됨.
숙박비: 기부제(본인이 하고 싶은 금액만 기부하면 됨)
시설: 2층 방 및 3층 다락방이 도미토리형태로 되어 있음
저녁: 단체 식사
저녁식사후 순례자를 위한 미사 있음
이곳을 찜한 이유는 중세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 알베르게에서 순례자 체험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즉, 이 알베르게는 수도사들이 쓰던 방에서 방바닥에 매트리스 깔고 자며, 순례자들이 함께 취사(요리) 및 준비하여, 모두 함께 식사하며, 식사후 설거지도 함께 하는 등 중세의 순례자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순례자들이 잠자는 방
저녁식사후 다함께 설거지를 하는 장면
<이탈리아 신사와의 대화>
저녁식사중 맞은 자리에 앉았던 이탈리아 신사 파올로와 식사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그는 먼저 자기의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삼성 것이고, 자신의 자동차도 기아 자동차라며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표시하였다.
나도 호감을 보이면서 내 소개를 하였다. 그런 다음 삼성 스마트폰, 기아자동차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가성비가 좋다고 대답한다. 즉, 가격은 아이폰보다 저렴한데 품질은 꽤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 그는 밀라노 부근에서 농장을 운영한다고 한다. 헤이즐넛(hazelnut)을 재배한다고 한다.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최근 한국 영화 기생충(parasite), 오징어게임(Squid Game)을 보았어요.
나: 나도 기생충을 보았어요. 기생충의 줄거리는 실제 한국 상황입니다. 많은 가정에서 미혼의 아들이나 딸이 부모의 집에서 함께 살아요.
그: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제게도 30살이 넘은 아들이 있어요. 아들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우리 집에서 같이 살고 있어요. 그것은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둘은 함께 깔깔거리며 박장대소를 했다.
남들은 이상한 듯 쳐다보았지만, 우리는 커다랗게 웃으며, 공감했다.
이제 한국의 것이 대화거리가 될 정도가 되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문화적 영향력)가 국제적으로 엄청나게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과거 주재원 시절과는 격세지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