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만 봐왔던 그곳
어릴 적 나디아에서 나온 에펠탑을 보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을 때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곳이 만화 속 세상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크면 꼭 한번 저곳을 가보고 싶다는 동경을 가슴에 품은 채 시간은 정처 없이 흘러갔고, 가슴속 에펠탑은 지나가는 시간들에 치여 머릿속 어딘가에 처박혀버렸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고, 나는 넘쳐나는 일에 허덕이는 바쁜 일개미가 되었다. 여유가 생긴다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일개미에게 에펠탑은 그림의 떡과 같았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회사에서 희망퇴직자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나가면 위로금도 챙겨준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였고, 나 역시 남들과 같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아파트 대출이 많이 남았고, 결혼한 지 이제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기에 이런 고민은 나를 지치게 하였다. 마치 계속 길을 따라 걸어가다 갑자기 눈앞에서 길이 사라져버린 느낌이었다. 갈길을 잃어버렸다.
아내는 괜찮다고 한다. 아직 30대 초반인데 무얼 걱정하냐고 한다. 이참에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라고 한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으니 이제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을 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지금까지 해왔던 고민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래서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나 보다.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 신이 가족, 친구, 동료, 배우자를 만들지 않지 않았을까. 나의 구구절절한 이야기에 아내는 간결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해주었다. 하지만 고민 많은 걱정꾸러기인 나는 그러고도 몇 번을 되물었다.
"진심이야?"
"그래, 진심이야. 그런데 한 번만 더 물으면 죽일 거야."
그렇게 나는 어느 정도의 위로금과 퇴직금을 받고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무런 계획이 없던 나는 어릴 적 동경의 대상이었던 에펠탑을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유럽으로 향했다.
드디어 내 눈으로 그곳을 담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 두근거림은 유럽을 다녀온 지금도 여전히 전해지고 있다.
사진을 통해서만 보던 에펠탑이 눈앞에 서있었다.
마치 사진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언제나 같은자리에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는 너의 시선이 너무 부러웠다.
구름이 짙게 깔린 파리의 에펠탑은 더욱 분위기 있어 보였다.
회색빛 가득한 세상에 묻어나는 에펠탑의 철골은 삭막하지만 따뜻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해가 저물고, 에펠탑은 새롭게 탄생한다.
파리에 밤이 찾아오는 순간,
신은 에펠탑을 새롭게 탄생시킨다.
완성되어가는 황금빛 에펠탑의 모습.
파리의 밤하늘을 빛내는 에펠탑.
낮에 본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낮에 본 에펠탑이 '소박한 아름다움'이었다면,
밤에 본 에펠탑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5월 한 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시간들이지만 여행의 여운은 오래갈 것 같네요.
브런치를 통해 필름으로 담아왔던 유럽의 모습을 나누려고 합니다.
여행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