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희 Apr 02. 2023

랜드마인 맛보기

[크로스핏의 맛] 17.랜드마인

랜드마인이 뭔데?

지난 3월 18일. 제가 다니고 있는 크로스핏 체육관 크로스핏 러쉬에서 열린 랜드마인 세미나에 참여했습니다. 세미나는 크로스핏 버프의 헤드코치이신 송정현 코치 님의 강의를 맡아주셨고, 12시부터 약 100분간 진행되었습니다.


랜드마인이라는 이름 자체를 처음 들어보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저도 SNS에서 몇 번 영상을 봤을 뿐 실제로 어떤 운동인지 거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크로스핏 러쉬에서 송정현 코치님을 초빙해 세미나를 열게 된 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 자리를 빌어 크로스핏 러쉬 아담 코치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하튼 구글에 랜드마인이라고 한국어로 검색해도 그다지 많은 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물론 몇몇 사이트에서 대략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있지만, 후기 혹은 간단한 소개 뿐이어서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기본적인 스쿼트 혹은 로우 같은 정석적인 자세를 제외하고는 대체 이 요상하게 생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는 건지 알 턱이 없으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도 알 수 없구요.


영어로 랜드마인(Landmine)이라고 쳐도, 지뢰 이미지가 반겨줄 뿐입니다. 'what is landmine exercise'라고 문장으로 검색해야 원하는 정보를 겨우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설명에 따르면 랜드마인 앵커를 활용하는 바벨 운동이라는 개념이라는 것까지 알 수 있습니다. 랜드마인 앵커란 바벨을 꽂을 수 있는 도구로, 아래 이미지처럼 생겼습니다.

하단의 고정된 플레이트만 보고 있으면 놀라울 만큼 지뢰를 닮기는 했습니다. 플레이트는 어디까지나 바닥에 바벨을 고정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랜드마인에서 필수적인 부분은 상하로 움직일 수 있는 스위벨 조인트(swivel-joint)입니다. 이곳에 바벨을 끼워넣고 움직이는 거죠. 그럼 자연스레 떠오르는 의문은 대체 바벨을 저곳에 끼워넣은 다음 뭘 하느냐인데, 스쿼트나 로우 같은 일반적인 프레스 동작은 물론 역도의 클린 앤 저크(용상)과 스내치(인상)을 전부 수행할 수 있습니다.


랜드마인 세미나의 맛!

제가 세미나에서 배웠던 건 용상(클린 앤 저크) 한 가지 동작이었습니다. 랜드마인을 활용한 다양한 동작을 배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단 하루 10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동안 클린 앤 저크라는 동작 하나만 배우기에도 다소 빠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클린 앤 저크라니 언뜻 들었을 때는 간단할 것 같지만, 내 손과 다리가 어디에 위치해야하는지, 힘은 어떻게 써야하는지 강의내용을 하나하나 신경 쓰다보니 10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만큼 금방 지나갔습니다.


100분 중 80분은 이론 그리고 클린 앤 저크 동작 구간별로 연습을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랜드마인을 통해서 어떤 능력을 기를 수 있는지 그리고 왜 그런 능력이 필요한지 이론적인 관점과 함께 랜드마인에서의 클린 앤 저크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운동을 배울 수 있어 무척 즐거웠습니다.


우리가 걸을 때 고정된 자세로 움직이지 않듯이, 한쪽이 수축하면 다른 한쪽이 이완하게 되어있는데 랜드마인은 그런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따른 힘의 활용을 통해서 크로스핏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동작들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겠더군요.


100분 동안 너무 많은 정보가 주입되어서 혼란스러울 수강생들을 위해, 송 코치님은 딱 한 가지만 기억하라고 하시더군요. 랜드마인에서는 앞으로 나와있는 발을 랜드마크라고 하는데, 만약 동작을 이어가는 중에 다음 자세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랜드마크를 기준으로 차분히 떠올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힘의 방향이 수직으로 움직이는 역도와는 다르게, 랜드마인은 바벨이 앞뒤로 멀어지고 가까워지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이해해야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이셨죠.


운동을 하는 이유

랜드마인이라는 새로운 운동 자체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세미나를 진행해주신 송 코치님을 통해서 운동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돌이켜 볼 수 있어서 여러모로 인상 깊은 수업이었습니다.


송 코치님은 스스로 크로스핏에 미쳐있었다고 소개하며, 어째서 자신이 다양한 운동들을 하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이야기해주셨는데요. 랜드마인 세미나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이야기에는 운동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 나아가 랜드마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하다보면, 그 안에서 굉장히 다양한 동작들-역도와 체조 동작, 맨몸 운동 등-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크로스핏'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됩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크로스핏인 셈이죠. 크로스핏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육각형에 가까운 고른 능력치를 키우는 일이라고는 하는데, 심폐지구력이나 근력, 유연성 등 어느 것 하나 특출나지 않고 왠지 미묘한 수준에 다다를 뿐입니다. -이건 단순히 제 노력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크로스피터에게 다른 운동을 시키면 이 사람은 운동 자체를 잘한다거나, 운동센스가 뛰어나다는 인상을 주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크로스핏에서 종합적인 운동 능력을 강조했음에도, 그 사람은 그저 크로스핏을 잘하는 사람일 뿐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아닌 겁니다. 운동이라는 게 워낙 포괄적인 개념이라 크로스핏터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크로스핏터가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이 주로 하던 운동이 아닌 운동을 잘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곰곰이 따져보면, 어떤 운동 하나만 잘한다는 건 다소 기이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운동을 그만두게 되는 순간, 지금까지 해왔던 운동은 뭐가 되는 걸까요???


무언가에 갇히지 말 것

우리가 운동을 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테지만, 그중에서는 나의 생활에 도움이 되고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클 것입니다. 아니면 무언가 하나를 정말 잘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죠. 그런데 운동을 그만두었다고 갑자기 내가 해왔던 모든 게 쓸모 없어진다면 운동이라는 행위 자체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운동이 주는 즐거움이나 경쟁을 통해서 얻어지는 성취감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은 일이겠지만, 그 운동 안에만 갇혀버려서 다른 운동들과 거리를 둔다면 어딘가 석연치 않은 일일 겁니다. 그 운동을 계속 하고 있는 이유를 떠올려 봐야할 시간이 온 거죠. 어쩌면 애초에 운동을 시작한 목적은 새까맣게 잊은 채로 그저 지금까지 해왔다는 관성에 의해서 지속하고 있을 수도 있죠.


제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크로스핏도 수많은 운동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리고 크로스핏이 추구하는 목표는 누군가에겐 의미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크로스핏을 하다보면, 도대체 내가 왜 이걸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의구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운동을 하고 난 이후에 무언가 달라지는 것이 있어야할텐데, 그런 건 의외로 자기 자신에게도 남들에게도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요.


그럴 때에 자신은 운동의 외연을 넓혀보는 게 도움이 되었다는 송 코치님의 말을 듣고,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독할 정도로 구기 종목에 취약합니다. 에둘러 말했지만, 공과 관련된 운동은 잘 하는 게 없고 그래서 관심도 없습니다. 지독할만큼 크로스핏에만 매달리는 이유는 내가 그나마 크로스핏을 가장 잘할 수 있기 때문이고, 그럴수록 못하는 종목들-특히나 구기 스포츠-를 더더욱 기피하는 게 아닐까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못하는 걸 굳이 해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못한다고 피하는 것도 좀 우스꽝스러운 일입니다. 운동의 외연을 넓혀보자, 혹은 다른 운동을 하게 된다면 이걸 크로스핏에는 어떻게 써먹을까. 혹은 크로스핏을 통해서 다른 운동이나 생활에 어떤 걸 접목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크로스핏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해보았습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좋은 수업은 물론 운동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해주신 송 코치님과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크로스핏 러쉬의 아담 코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잘 몰랐지만 언젠가부터 저는 크로스핏을 하는 게 무척 즐거웠고, 다행히도 여전히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실력이 나아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건강하고 즐겁게 크로스핏을 계속 해보려고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달 늦은 크로스핏 오픈 2023 장문의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