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한편] 완성
못 쓴 글들이 45편이나 쌓여있다. 이것들을 도대체 언제 마무리하나 막막하다.
왜 이렇게 마무리하지 못하나 고민해 보면, 글을 완성해야 할 타이밍을 놓쳤거나 왜 쓰기 시작했는지 그 이유를 까먹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21년에 썼던 글도 여전히 남아있다. 어떤 글들은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를 한참 지나쳐서 의욕 자체가 시들시들해져 버리기도 했다.
제목이나 내용을 보면 얼추 왜 쓰고 싶었는지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 알듯 말듯 한 느낌만으로는 글을 완성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이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한 번 고민해 보자며 넘기고 만다. 그래도 기왕 글을 쓰려고 키보드 앞에 앉았으니 깨작깨작 새로운 글을 쓰고야 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없다는 말만큼 하나 마나 한 변명도 없겠지만, 물리적으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하루에 짧으면 5분, 길면 10분 정도 글을 쓰는데 이 시간 안에 어제 썼던 글을 이어서 쓴다는 게 아무래도 말이 안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내가 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까먹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계획적으로 글을 써버릇하지 않다 보니 어디서부터 이어서 써야 할지도 미처 정해놓지도 않는다. 그래서 하루만 지나도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5분이 지나가 있다.
세 번째로, 완성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억지로 써봐야 이전 글을 도저히 완성된 형태로 마무리할 수 없을 것 같아 자꾸만 새 글을 쓰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글이라고 해서 완성을 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5분 동안 쓰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미처 마무리하지 못하고 저장해둔 다음 키보드 앞을 떠난다.
다음 날 밤에 보면 어찌나 새로운지. 뭘 쓰고 싶었는지도 긴가민가하다. 이걸 언제 마무리하나 깊은 한숨과 함께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또다시 새로운 글을 쓰면서 한 편 더 새로운 글을 남겨두고야 마는 것이다. 완성은 영원히 미루어지고 만다.
그렇게 글들을 쌓아두다 보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을 쌓아두고 또 쌓아두다 보면 언젠가는 아예 할 말도 없어지는 것일까. 아마 그렇지는 않겠지. 하지만 미처 완성되지 못한 생각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궁금하다. 내 안에서 남아 세상 밖에 나올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면 잊혀도 상관없기에 그대로 사라지고만 것일까.
사라진 글에 대해 생각하면 약간의 상실감마저 든다. 만난 적도 없는데 생이별을 한 기분이다.
예전에는 그런 기분이 싫어서 한 번 시작한 글은 당일 어떻게든 마무리했다. 쓰고 싶은 글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형태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치 일필휘지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혹은 5분의 글쓰기라도 충분히 쓰고 싶은 말을 쓸 수 있다. 단지 내가 5분 안에 글을 마무리 짓기에는 그럴 능력이 없을 뿐이다. 이 글이나 다른 글들도 이렇게 묻혀있다가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아마 지금의 글과는 전혀 다른 글이 되어 있겠지.
나는 그 순간을 생각하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이상하다는 말 외에는 딱히 대체할 만한 또렷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데, 그렇게 완성된 글이 과연 내가 처음 생각했던 그 글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어떻게든 하고 싶은 말과 만났기에 기쁘기도 하고, 그러나 처음 그렸던 그 모습이 아니기에 어딘가 낯설기도 한 모습. 무언가를 분명하게 말하기란 늘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