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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Jun 30. 2023

나의 작은 행복, 아이스 망고

[오늘한편] 디저트

회사 구내식당에서 매 끼니마다 오렌지나 사과, 방울토마토, 바나나, 아이스 망고 등 입가심을 위한 과일 디저트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나는 아이스 망고를 무척 좋아한다. 아이스 망고는 주에 딱 한 번, 저녁식사에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아이스 망고가 나오는 날은 저녁식사 메뉴가 어떻든 반드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려고 한다. 아이스 망고가 너무 맛있기 때문이다.


큐브 형태의 아이스망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지고, 아이스 망고를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할 때 나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경쾌하다. 그날의 메인 메뉴를 식판에 옮겨 담고 서둘러 부찬이 세팅되어 있는 테이블로 향한다.


멀리서도 보이는 선명하게 보이는 노란 색깔 덩어리들. 가까이 다가갈수록 큐브 형태의 모습이 분명해진다. 때로는 아이스 망고뿐만이 아니라, 여러 열대과일이 함께 담겨있을 때도 있다. 그래도 주인공은 언제나 아이스 망고다.


구내식당의 운영 시간이 거의 막바지에 가까워져있지만, 아직도 아이스 망고는 한가득 남아있다. 괜스레 흐뭇해진다. 뒷사람이 먹을 것도 생각해서 적당히 담으려고 하지만 남기면 어차피 버려질 테니 최대한 담아갈 수 있는 만큼 담아 간다.


식판 위에 한가득 담긴 아이스 망고는 서늘한 냉기를 뿜어대고 있다. 아직 먹을 수는 없다. 서둘러 빈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우선 메인 메뉴와 밥부터 천천히 먹어치운다. 그사이 딱딱하게 얼어있던 아이스 망고가 살짝 녹으면서 식사를 마쳤을 때 즈음에는 딱 먹기 좋은 상태로 변해있다. 식사를 완벽히 끝내고, 아이스 망고를 한 조각씩 입에 넣으며 그 맛을 음미한다.


그때의 행복이란. 무슨 말로 표현해도 모자라다.


사실 망고를 얼렸을 뿐, 별거 없는 디저트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나 특별하게 느껴지다니. 우선 식감이 참 좋다. 갓 꺼내놓았을 때는 다소 딱딱한 편이지만, 식사를 하면서 녹기를 기다리면 된다.


마침내 식사를 끝내고 약간 녹은 망고를 입안에 넣으면 겉은 물컹한 것 같지만 안은 여전히 얼어있어서 아삭아삭한 식감이 별미다. 여전히 남아있는 냉기 덕분에 입안이 시원해지는 기분도 무척 좋다. 생망고였더라면 끈적끈적한 느낌의 단맛도 산뜻하게 다가온다.


입안이 상쾌해지는 느낌 덕분에 단맛은 질리지 않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망고의 풋내와 상큼한 맛까지 느껴지니 더할 나위가 없다. 하루의 마무리가 다가온 시점, 입안 가득 채워지는 달콤함과 시원함. 배가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퍼먹을 수 있다.


내가 식사를 하는 시간은 거의 마감을 할 시간이라, 죄책감 없이 퍼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물론 그렇더러도 가끔은 눈치가 보이는 편이라 최대한 자중하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양이 적으면 아쉬울 때가 많다.


한 가지 걱정이 된다면 칼로리인데, 아무리 과일이라고 하지만, 이렇게나 망고를 퍼먹으면 밥보다 더 칼로리를 더 섭취하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뭐 어떤가, 열심히 또 운동을 하면 그만인데. 나는 지금 연료를 채우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 매번 비슷한 회사 구내식당의 메뉴들.


그럼에도 아이스 망고 하나만으로 나는 무척이나 행복하고, 그날 하루 전체가 특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일이 아니라, 매번 반복되지만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너무 자주 맛볼 수는 없지만, 일주일에 딱 한 번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한 아이스 망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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