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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Jul 20. 2023

운동은 매일 해야 덜 힘들다

[크로스핏의 맛] 18. 이걸 왜 하고 있을까.


7월 8일, 완도에서 열리는 완도 장보고배 크로스핏 동호인 대회에 참여했다가 발목을 살짝 다쳤다. 그 후 발목 치료를 위해 일주일 가까이 크로스핏을 쉬었다.


그 일주일 동안은 마음이 참 편했다.


예전 같았으면 크로스핏을 하지 않는 날이 하루만 되어도 신경질이 을 것이다. 이틀이면 화가 머리끝까지 나고 안절부절했을 것이다. 그래도 사흘이 넘어가면 별 수 없이 체념했겠지만 말이다.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다친 발목으로 무리해 봐야 좋을 것도 없으니, 얌전히 회복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며칠간은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어쩌면 이대로 쭉 운동을 하지 않아도 제법 괜찮겠다 싶은 정도였다.


어쩌면 나는 운동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시작한 의문은 나는 왜 이렇게까지 이 운동을 하는지로 이어졌다.


김연아 선수의 유명한 말처럼,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하는 것이긴 한데... 무언가를 왜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고민은 불쑥불쑥 나를 찾아온다.

이런 종류의 고민과 마주할 때마다 마땅히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어서 그냥 해야지 별 수 있나 하고 대충 넘기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결의 답변을 해볼까 한다.


아주 가끔 그런 질문을 받는다.


크로스핏은 매우 힘든 운동인데 어떻게 그걸 매일 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힘들기 때문에 매일 해야 한다. 매일 해야 그나마 덜 힘들다. 오히려 그런 질문을 하는 분들에게는 이렇게 되묻고 싶어진다.


힘든 걸 가끔씩 하니까 더 힘든 게 아닐까?


매일 같이 힘들면 오히려 덜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크로스핏은 매일 혹은 가급적 자주 해야 한다. 그래야 운동을 하는 그 순간의 힘듦이 조금이나마 덜 해지니까.


이상한 논리라는 건 내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크로스핏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운동이 그럴 거라고 여긴다.


1달에 한 번 -이건 너무 적은 것 같지만-, 혹은 1주에 한 번. 더 나아가 1주에 몇 번. 마침내는 매일. 자신만의 빈도를 정해두고 해야, 덜 힘들 수 있지 않을까.


기분 내킬 때마다 어쩌다 한 번씩 하면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운동을 하고픈 기분이 들지 않는 순간에는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운동을 하고 싶은 기분이라는 게 그리 자주 들지도 않을 테고 그러면 할 때마다 힘들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지겠지.




그러므로 운동은 기분이나 흥미 본위로 하는 것보다는 그냥 습관처럼 매일 하는 게 차라리 낫다. 궁극적으로는 생활이 되는 것. 운동이라는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잠들듯이 매일 한다면 힘들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어차피 힘들다. 밤에 잠들기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하물며 직장인이라면 매일 같이 출근도 하고 학생이라면 학교도 다니지 않는가. 그 힘든 걸 해냈는데 운동이라고 못할 게 뭔가.


각자의 사정이 있기에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요는 이런 것이다. 힘든 게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힘들어서 못한다면 아마 그게 이유는 아닐 거라는 점이다. 그리고 크로스핏을 매일 하는 게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고.


다만 운동을 해야 한다면, 운동을 특별한 무언가로 여기지 말고 그냥 해보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굳이 크로스핏이나 헬스처럼 특정한 종목을 정해둘 필요 없이, 매일 조금씩 간단하게라도.


물론 재미가 있으면 좋다. 나에게 있어서 크로스핏은 꽤 재미있는 운동이다. 하지만 매번 재미있지는 않다. 오히려 재미로 하는 시기는 한참도 전에 지나간 느낌이다. 이제는 재미있다기보단, 이 힘든 걸 왜 하고 있지 싶을 때가 더 많다. 그렇다고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단지 크로스핏을 하고 있는 이유를 되짚어 보기에는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을 지나왔다고 해야 할까. 쌓아온 세월, 즉 습관이 운동을 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여전하고, 때때로 재미를 느낄 때도 있지만 그 순간순간의 느낌으로 운동을 지속하지는 않는다.


그냥 하는 것. 그리고 그냥 매일 해야 덜 힘들기 때문에 한다.


어쩌다 한 번씩 하는 게 아니라 숨 쉬듯이 하고 싶다. 때때로 숨쉬기치고 너무 벅찬 느낌도 있지만, 여하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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