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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Aug 15. 2022

'부부'에서 '쀼'가 되는 방법

 휴직하고 남편과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회사에 다닐 때는 내가 야근하거나 주말에 출근하는 날이 종종 있어 단둘이 붙어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휴직 후 남편이 회사에 다녀오면 대부분 나와 함께 있기 때문에 둘이 붙어있는 시간이 결혼 초보다 많아졌다. 이제야 새록새록 생각나는 말이 있다. "부부관계가 좋으려면 공통의 관심사나 취미가 있어야 한다." 결혼하고 굉장히 많이 들은 말이다.


 결혼 초에 남편과 공통의 취미를 만들어보려고 탁구도 배워보고 골프도 배워봤다. 그런데 성향 차이 탓인지 탁구는 나만, 골프는 남편만 살아남았다. 등산도 가보고 자전거도 타보고 했지만 딱 그때뿐이었다. 꾸준히 이어지지 않았다.


 휴직 후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무언가를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러다가 두 가지를 찾았는데 바로 '도서관 가기''요가'였다.


 나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남편이 가고 싶다고 몇 번 말해서 한 번 가봤다.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집중도 잘되고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었다. 그 후 우리는 도서관에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갈 때는 무슨 공부를 할 건지 어떤 책을 읽을 건지 서로 얘기한다. 집에 올 때는 공부하거나 읽은 내용에 대해 말하며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나는 요가를 좋아하지만 남편은 남자가 요가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남자는 근육이 많고 덜 유연해서 요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날 내가 요가 유튜브를 보며 따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심심했는지 옆에 앉아서 따라 했다. 막상 해 보니 스트레칭이 돼서 뻐근함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한다. 그 후로 남편 요가매트도 사서 함께 요가를 하고 있다. 서로를 보며 킥킥대기도 하고, 자세를 바로 잡아주기도 한다.



 요즘 들어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다. 결혼 전 카더라 대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남편과의 갈등, 시부모님과의 전쟁에 대해 막연히 걱정해 왔었는데 인간이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갈등이 없는 것과 잘 지내는 것은 다르다. 피가 섞인 언니와도 투닥투닥 싸우는데, 피 한 방울 안 섞인 채 30여 년을 각자 살아온 남편과 잘 지내는 것은 기적이 아닐까? 그 기적을 만들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나와 전혀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냥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고 이렇게 살아왔다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하다.


 남편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마찬가지 같다. "도대체가 이해가 안 돼. 저 사람 왜 저래?"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한 번쯤 그냥 받아들여보는 건 어떨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이해가 아니라 그냥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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