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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템포 Feb 02. 2024

5년 만의 치앙마이와 단상

황금빛 사원과 소로처럼 보는 것 


평소 여행에서 투어는 잘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2월의 첫날을 맞아, 그리고 5년 전 방문했던 도이수텝의 화려함 사이의 평온함이 꽤나 강렬했기에 몇 사이트를 뒤적이다 예매를 했다. 네이버로 찾아 예약한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한국분이었다. 단체관광에 나 홀로 낀 것 같은 군중 속의 고독을 철저하게 느끼며 굽이 굽이 돌아가는 길에 멀미까지 느껴서 내가 생각한 차분하고 경건한 첫날은 아니었다. 거기다 하필 '도파미네이션'과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조언대로 헤드셋도 챙겨 오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이야기들을 내내 경청하며 가야 했다. 마치 게임 NPC가 된 느낌이랄까. (feat. 언니 그 남자 만나지 마요.)


고집스럽게 계단을 오르고 올라 만난 도이수텝은 살짝 기울어 보수공사 중에 있다고 한다. 나름 신경 써서 도금한 막대로 룩앤필을 맞추어 보았지만 살짝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기에 관광객 지분 90%로 사진 찍는 이들을 피하고 멈추어서야만 했다. 세 바퀴를 온전히 도는데 두 배 이상은 걸린 것 같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 특히 가족끼리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기에 조금 천천히 눔에 담기로 했다. 


그럼에도 놀라웠던 사실은, 이 복잡하고 시끄러운 순간에도 이 거대한 사원을 마주하자마자 묘하게 소름이 돋으며 마음이 평안해졌다는 것이다. 반고흐 미술관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그 느낌이다. 그리고 사생활이라 듣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오가던 많은 말들이 마치 백색소음처럼 역설적으로 마음에 차분함을 주었다 해야 할까. 


5년 전, 종소리만 들리던 고요함 그 자체였던 분위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너무나 다른 사실들이었지만 결국 내가 배운 것은 평안을 찾는 것은 외부의 환경이나 소리가 아닌, 내가 어떻게 세상을 해석하고 바라보는지에 따라 달렸다는 것이었다. 덧붙여 '소크라테스 익수프에스'의 한 구절과 발리의 요가 선생님이 한 말씀이 떠올랐다. 


장소는 우리가 그 장소를 특별하게 만드는 만큼 특별해진다.
월든에 오지 마시오. 소로라면 자신의 21세기 팬들을 꾸짖었을 것이다.
자신만의 월든을 찾으시오. 직접 만든다면 더더욱 좋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중


Find your own tree

-발리 어느 요가원의 선생님 


만약 이 장소 자체를 나의 안식처로 잡았더라면 시끄러운 소음과 예상하지 못했던 재건축으로 인한 실망이 크게 자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깨달음처럼 나의 마음에 평안을 주었던 것은 도이수텝 그 자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발리에서 요가선생님께서 한 말처럼 나만의 나무, 나를 든든하게 뿌리내리고 잡아줄 그 나무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말이다.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어떤 상황에서라도 나만의 월든, 나만의 나무를 찾을 수 있음 게 조금 가까워진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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