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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연 Jan 09. 2019

‘개성’과 ‘줏대’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날개다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은 따로따로 놓고 보면 논리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대중으로 모이면 비논리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는 비슷한 생각을 품어왔다.” -세르주 모스코비치 지음, 이상률 옮김, [군중의 시대], 문예 출판사

강의하다 보면 옷차림과 행동이라든지 거의 모든 게 비슷한 점을 알게 된다. 외모는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웃긴 것은 강의 후 질문을 받게 되면 질문 역시 남과 같거나 비슷한 질문만 한다. 자신이 정작 궁금하고 자신만의 특유한 질문 자체는 없다. 그 질문으로 인해 남들에게 어떤 눈초리가 자기에 올지 겁이 나 묻어버리고 만다.

재미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상담하면 그때는 저마다 다른 질문을 한다. 본인이 궁금했던 점들 그리고 단체로 있을 때와는 다른 색다른 질문을 하며 자신의 개성을 돋보인다. 그 질문을 통해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본인도 알게 된다. 하지만 군중 속에서는 자신의 개성과 특징은 무색하게 언제 그랬는지 사라지고 만다. 남들과 있을 때는 이성보다 감정에 충실해 ‘감성’에 의존한 행동이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있을 때는 감정보다 ‘이성’이 앞서게 되며 논리적인 생각을 품게 된다.

개인적으로 ‘show me the money’라는 음악방송 프로를 좋아한다. 이 나이에 랩을 왜 좋아하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도전하는 래퍼들이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좋아한다. 우리 시대에는 서정적인 발라드와 댄스가 주류였는데 요즘은 힙합이 대세다. 보통 랩의 종류가 웨스트 코스트, 이스트 코스트, 서던 스타일 등으로 구분하는데 래퍼들은 계속해서 자신만의 랩을 고집한다. ‘show me the money’ 모든 지원자가 남을 모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한때는 지원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차에서 떨어질 것이 분명하지만…….

개성이란 필요할까?

먼저 개성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사람의 고유한 특성.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별함 혹은 특이함’이라고 정의한다.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남들과 다르면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이 앞서지만, 남들과 같다는 것은 남들의 성장과 과정이 자신의 기준점이 된다는 의미다. 남들에 의해서 갇혀버린 자신을 진정한 자신으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개성을 잘 가다듬고 자신의 목적에 맞게 성장하면 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사형 선고를 받고 옥에 있을 때 친구 크리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그러면, 더없이 훌륭한 친구여. 우리는 다수의 사람이 우리에 대해 뭐라고 말할 것인지에 그토록 크게 주목할 게 아니라, 정의로운 것들과 정의롭지 못한 것들에 관해 전문 지식을 가진 한 사람과 진리 자체가 뭐라고 말할 것인지에 주목해야 하네.’ 사회생활 하면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힘들다. 반면에 남의 시선을 의식해 남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은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자신이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좋은 것이 좋은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다수의 사람이 우리에 대해 뭐라고 말할 것인지에 그토록 크게’ 주목하며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실속을 챙기며 자신의 목표에 부합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줏대는 무엇일까?

사전적인 정의는 ‘자기의 처지나 생각을 꿋꿋이 지키고 내세우는 기질이나 기풍’을 뜻한다. 그런데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 말 풀이 사전> [박남일 지음. 서해문집]에서는 줏대에 대해 재미있게 묘사한다.

“휘갑쇠는 물건의 가장자리나 끝부분을 보강하기 위하여 휘갑쳐 싼 쇠를 말한다. 주로 나무막대 같은, 틈이 벌어지기 쉬운 것의 끝부분을 휘갑치는 것이다. 그런 휘갑쇠 중에서 수레바퀴 끝을 두른 휘갑쇠를 ‘줏대’라고 한다. 한편 사람의 성정과 행동이 곧지 않아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줏대 없다’라고 한다.”

수레바퀴에 휘갑쇠인 ‘줏대’가 없다면 바퀴는 틈이 벌어져 이리저리 술 취한 사람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다. 요즘에 상담하면서 줏대가 없어서 피해를 보거나 많이 힘들어하는 것을 본다. 대표적인 것이 줏대 없이 자신의 실속은 챙기지 못하고 남에게 끌려다니다 이만저만 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담이 많다.

예전에 한 중년 남성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장사를 시작해서 장사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으신 분이다. 하지만 경기 불황과 대기업의 영향으로 가게가 버틸 수가 없게 되었다. 장사가 힘들 것 같아 기술이라도 배우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것 같아 ‘열쇠 기술’을 배우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런데 옆에서 장사하는 친구분이 “그 나이에 무슨 기술을 배워! 애들도 아니고! 우리 나이에는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야.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거야 그러니 가게 계속해.” 이 한 마디에 열쇠를 배우는 기술을 포기하고 버티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그때 열쇠 기술이라도 배웠다면 그래도 사는 데 지장은 없을 텐데.”라고 후회만 하셨다. 남이 뭐라 하든 줏대만 가지고 자신의 계획대로 일을 추진했다면 지금은 어렵지는 않았다.

20세기 뮤지컬을 대표하는 미국의 안무가와 브로드웨이 연출가이며, 토니상을 받은 ‘보브 포스’는 무용 기교로 유명하지 않았다. 그는 밖이 아닌 안으로 휜 발과 형편없는 자세와 무용수로 기본인 유연성까지 부족하며 비난을 받았다. 포스는 무용수의 기본이 부족하여 어색하고, 정형의 스타일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비정형의 스타일을 장점으로 이용했다. 강제로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낯선 자세로 적응하려고 하는 대신 어색한 자신의 무용 습관을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독창적인 스타일로 혼합했다. 무용수로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많은 안무가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는 오히려 그 독창적인 자신만의 개성을 감추어 어색한 무용을 숨기지 않았다. 끝까지 고수하여 포스의 안무는 획기적인 것이 되었다. 결국, 포스 스타일이라는 불리는 독특한 댄스 스타일을 만들어 20세기 뮤지컬 분야를 대표하는 위대한 안무가로 꼽히게 되었다.

보브 포스가 비난과 야유로 인해 자신의 개성을 묻어버리고 줏대 있게 나가지 않았다면 그는 한낱 이름 없는 무용수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자신의 신체적인 장점을 알고 그 장점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개성이 ‘사람의 고유한 특성’을 의미하면 줏대는 ‘꿋꿋이 지키고 내세우는 기질’이다. 사람마다 타고난 능력과 기질은 다르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본인 자신이지 남이 아니다. 물론 남의 조언을 듣는 귀는 필요하지만, 그 조언이 자신의 능력을 침범하여 흔들려서는 안 된다. 세상 어느 위대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개성과 줏대라는 날개가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개성과 줏대가 두 날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를 위한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을 파악해야 한다. 5년 후 자신이 무슨 모습으로 있고 싶은지 알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행동이 따라야 한다.

강의 중에 어떤 참석자가 “모든 강의는 다 똑같아서 도움이 되는 줄 모르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이런 말을 하였다.

“강의를 듣기 위한 목표가 있으세요? 평소 궁금했던 점들을 알고 싶은 목표가 있으시면 조금이라도 강의마다 얻어가는 게 있습니다. 강의 후 그래도 잘 모르겠다 싶으시면 주변 의식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강의를 듣기 위해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목표와 궁금증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의 개성을 강화하고 줏대를 세우기 위한 목표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개성과 줏대를 위해서는 ‘자존심’과 ‘자존감’도 구별해야 한다.

‘자존심 상한다.’라는 표현을 우리가 언제 사용했는지 생각해보자. 바로 남들에게 영향을 받아 사용한다. 자신의 중심이 자기에 있을 때가 아니라 남들에게 있을 때 우리는 ‘자존심’을 내세우게 된다. 그러면 ‘자존감 상한다.’라는 표현을 언제 사용했는지 생각해보자. 아마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다. ‘자존감을 높이다’라는 표현은 사용해보거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자존감’은 남들에게 영향받기보다는, 바로 모든 중심이 ‘자신’에게 있을 때 그 표현을 사용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중심과 기준점이 자신이기에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심지어 칭찬한다 해도 자신의 기준점에서 부족하면 더 노력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더 빨리 발전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개성과 줏대라는 날개를 강화해 더욱 자존감이 높은 사람으로 발전하면 더 높이, 상상 그 이상으로 비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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