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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연 Jan 11. 2019

이번 한 번만, 딱 지금, 이 순간만

“선생님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 내일부터 열심히 할게요.”

“오늘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놀기로 했어요. 오늘 하루만 놀고 내일부터 열심히 할게요.”

“오늘은 공부할 기분이 아니네요. 오늘만 쉬고 진짜 내일부터 열심히 할게요.”

이 말들에 공통점은 ‘내일부터 열심히 할게요’인데 그것도 같은 남학생이 한 말이다. 이 학생을 상담할 때 초등학교, 중학교 상위권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지만,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이번 한 번만’이라는 표현이 입에 붙으면서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일으켰다. 특히 호기심이 많은 십 대들은 한순간의 유혹에 ‘딱 한 번만’이라는 표현과 함께 너무 아픔을 겪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 남학생이 그런 경우다. 평소 동네 선배와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았는데 그날따라 선배들이 권하는 술의 유혹과 호기심에 ‘딱 지금, 이 순간만 즐기자’라는 마음에 넘어가 결국은 소년원에 수감되었다. 이 사건은 중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때 당시 엄청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래도 한때 아끼는 녀석이라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면회하러 갔다.

“그때 그 전화를 받지 않아야 했어요. 공부해야 했는데 그냥 나가고 싶었어요. 그 전화를 받아도 그 자리에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무 후회돼요. 평소처럼 그냥 어울리며 즐겁게 게임을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일이 그렇게 되었어요. 진짜 시간만 돌리고 싶다면 그 자리를 안 가고 싶어요. 선생님이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니 먼저 할 일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진짜 너무 후회돼요.” 면회실을 가로막고 있는 차디찬 벽을 통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번 한 번만’이라는 생각은 결국은 21살에 석방되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무려 한참 꿈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고등학교 시절을 교도소에서 보낸 것이다.

학생들을 상담해보면 100명 중의 90명은 아니 과장하면 100명은 ‘딱 학번만’ ‘지금, 이 순간만’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그 표현대로 딱 한 번만 즐기는 순간이 너무나 반복된다. 오늘 해야 할 공부나 수행평가를 미루면서 마치 오늘 하루가 자신의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여긴다. 처음에는 그럴듯한 근거로 일을 미루면서 합리화시키지만, 결국 자주 사용하여 막무가내로 합리화시키면서까지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표현을 하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소년원에 수감된 학생처럼 그것은 바로 유혹이다. 유혹이라는 것은 너무나 달콤하면서도 그 결과는 쓰기만 하다.

태고의 신비가 깃들어있고 눈이 너무 부실 정도로 새하얀 눈으로 덮인 히말라야에는 ‘야명조’라는 재미있는 새가 있다. 말 그대로 밤에만 우는 새인데 그 이유는 ‘밤에만 집을 짓겠다’라고 울어서 ‘야명조’라고 불린다. 밤이 되면 혹독한 히말라야의 추위에 떨면서 “내일은 꼭 둥지를 지어야지”하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날이 밝아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얼음이 녹아 물이 흐르게 되면 어젯밤에 했던 계획을 잊어버리고 다시 히말라야의 웅장함을 즐기면서 놀기만 한다. 그러다가 또 밤이 다가오면 야명조는 낮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후회하며 내일은 꼭 집을 짓겠다고 다짐하면서 밤마다 울부짖는다. 아마 이런 경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겪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살아가면서 유혹은 피할 수 없고 더구나 잠자는 시간 뺀, 나머지 시간은 유혹에 노출된다.

그럼 유혹을 피할 수는 없지만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미루기 좋아하고, 지금, 이 순간만 즐기는 학생들을 상담해보면 꿈과 목표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설령 꿈이 있다 해도 그건 꿈이 아닌 망상에 가깝다. ‘꿈이 무엇인지?’ ‘가고 싶은 대학교는 어디인지?’ ‘성인이 돼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100명 중 60명은 꿈이 없는 아이들, 그중 35명은 타인이 정해준 목표이고 나머지 5명만 본인이 꿈을 세운 아이들이다. 어떤 학생은 “내가 무엇을 잘하는 몰라서 꿈도 없어요.”라고 말을 한다. 꿈이 없으면 유혹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 공감한다. 어른들 역시 목표가 없다면 아이들 못지않게 방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부모님들도 자녀에게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혹은 “네가 가고 싶은 대학교나 학과 가서 열심히 하면 돼”라고 자주 말씀하시지만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슨 꿈을 정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또한, 꿈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루어 나갈지 생각하기를 힘들어한다. 주입식 교육만 받다 보니 능동적으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앞을 헤쳐나가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 길들어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전혀 모른 상태이기에 꿈을 정하지 못한다. 꿈이 없고 시간이 많다 보니 온통 둘러싸인 유혹에 쉽게 흔들리고 결국은 자신이 인생의 주인이 아닌 유혹의 노예가 되는 법만 배우게 된다.

하지만 5%의 사소한 변화만 주면 유혹을 물리칠 꿈을 찾을 수 있다.

전쟁에서 이기는 법칙에서 공중전에는 보통 비행기가 5% 덜 격추되는 쪽, 그리고 연료를 5% 덜 쓰는 쪽이 이긴다. 보병들에게는 95%의 비용으로 5% 더 많은 영양을 지급하는 쪽이 이긴다. 50%도 아닌 단지 작은 5% 차이가 승패를 좌우한다. 바꾸어 생각하면 우리도 하루의 일상 100%를 바꾸고 꿈에 매진하는 것은 힘들지만 단 5%의 변화만 바꾼다면 전쟁에서 승패가 바뀌는 것처럼 유혹의 노예에서 벗어나 내가 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5%의 무슨 변화를 줄지는 본인 자신이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공통적인 5%를 말한다면 일주일에 게임 시간을 줄이거나, 용돈을 아껴 저축한다든지 아니면 수업시간에 10분만 더 집중하는 변화면 충분하다. 그런데 더 큰 변화는 바로 ‘독서’이다. 지금 포항공대 대학원과 서울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방을 볼 기회가 있었다. 방벽 전체가 책으로 빽빽이 있었고 바닥에도 책들이 너저분하게 있었다. 이 학생들에게 이 책들을 다 읽었는지 물어보았는데 그 학생의 대답은 지금도 생생하다. “읽은 책도 있고 읽지 않은 것도 있어요. 책장에 책 제목을 보다 관심이 가면 읽고 대부분 책을 사전처럼 좋아하는 부분이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읽어요.” 알고 보니 이 학생들은 책에 흥미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한 달에 한두 번씩 서점에 가서 흥미가 가는 책을 구입하였다. 그 외에 다른 학생들도 책을 정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심 분야만 습관처럼 꾸준히 읽으면서 자신의 꿈을 더 구체적으로 그려나갔다.

독서는 ‘딱 한 번만’이라는 유혹을 막을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뇌력(腦力)’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뇌력은 두뇌를 활용하는 능력으로 몸으로 비유하면 기초체력이다. 축구선수든 농구선수든 무슨 운동에는 기초체력이 있어야 하듯이 뇌력이 튼튼할 때 앞으로 닥칠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과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갈 체력을 튼튼히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꿈을 향해 힘든 일에도 포기하지 않고 작심삼일 하지 않게 된다.

미국 서부에서 어떤 술집이 정해진 금액 이상에 술을 마시면 공짜로 점심을 주겠다고 광고하였다. 사람들은 그 광고를 보고 점심을 공짜로 생각해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자 알게 되었다. 술값에는 점심값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렴한 것이 아니었다. 이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젊음이 영원할 것처럼 생각하고 자신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은 ‘딱 한 번만’이라는 생각에 다시 휘둘리고 결국 큰 낭패를 초래하게 된다. ‘심는 대로 거둔다.’라는 말처럼 시간이 흘러 자신이 만족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일지 아니면 남들과 비교하여 자신의 모습에 후회하는 모습을 보일지는 지금 당장 5%의 변화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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