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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연 Jan 11. 2019

아이 방 훔쳐보기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남긴 기록으로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많은 설문 조사 중에 몇 개만 추렸습니다. 이름은 익명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이정현 여학생

Q: 학교와 집에서 힘든 사례들

A: 학생이다 보니 아무래도 성적 스트레스가 제일 크지 않나 싶다. 그렇게나 잠이 많던 아이가 감기는 눈 억지로 떠가며 몇 자라도 더 보겠다고 버텼는데, 아이에게 돌아온 결과는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성적뿐 아니라 공부에 대한 의지도 함께 놓아버린 그 아이를 보면 안타깝다. 공부의 목적이 지식 함양으로 인한 즐거움이 아니라 더 큰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나에게는 조금 버겁다. 낯가림도 심하고 인간관계를 좀 어렵게 느끼는 나이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성적에 대한 부모님 잔소리가 모두 나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내가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고, 영양 보충제를 먹는 등 이런 행위들이 부모님이 나에게 투자를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가끔 내 자식 잘 크라고 하는 뜻이 아니라, 투자하고 나중에 잘 크면 효도 받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느껴지는 부러움과 인정을 위함인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물론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걸 알지만 꼬일 대로 꼬여버린 생각이 나에게 더 큰 부담을 준다. 그래서 난 무서웠고, 겁을 먹었고,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걱정들로 가득해서 10대라는 아름다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에게 ‘어쩔 수 없지 뭐’가 아니라,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자. 수고했어’라는 말씀이 듣고 싶다.

Q: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

A: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일은 아닌데 요즘 집에서 가족 다 같이 밥을 먹고 나서 과일 깎아 먹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Q: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누군가에게 손뼉을 쳐줄 여유와 감동을 줄 만큼 좋은 사람. 사회의 악에 찌들지 않는 것.

Q: 기타 하고 싶은 말들

A: 아직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 헤매고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몇 안 된다고 들었다.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방해가 되는 것들이 없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    



고등학교 2학년 김인서 남학생

Q: 학교와 집에서 힘든 사례들

A: 생활기록부 관리와 내신 관리 정말 시간이 없어서 잠잘 시간도 부족하고 여가 생활은 꿈도 못 꾼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려고 할 때 집중에 어려움을 느낀다. 암기와 이해의 비중에서 암기가 너무 많은 양을 차지한다. 특히 영어와 수학은 공교육만으로는 높은 내신 따기가 불가능하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공교육 대신 문제 하나 더 푸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 같다. 부모님께서 나에게 갖는 기대를 말씀하실 때마다 부담이 된다. 내가 부모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불효자가 되는 기분이 든다. 자식에게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기대가 오히려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Q: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

A: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이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이다. 그때는 공부에 흥미가 있어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공부에 대한 흥미는 사라지고 말았다. 경쟁하는 것이 너무 싫다.

Q: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성공은 공기이다. 공기는 절대로 잡을 수 없다. 하지만 숨을 쉬면서 느낄 수는 있다. 성공은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가난해도 성공했다고 느끼면 성공한 것이다. 숨 쉬는 시간조차 아까운 현대인들은 성공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만, 성공은 공기와 같아 언제든지 느낄 수 있고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박상현 남학생

Q: 학교와 집에서 힘든 사례들

A: 시험 기간에 있는 공부 특히 수학, 영어, 과학 등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구나 다양한 수행평가인 PPT와 활동지 발표를 제작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수행평가를 마치고 바로 시험 준비하기도 너무 촉박하다.

부모님 잔소리가 심하다기보다는 나의 소홀한 행동으로 인해 부모님이 마음고생을 하는 것이 가장 힘든 사례인 것 같다. 여동생과 함께 부모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지만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하지 못할 때 힘들다. 중학교 때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고등학교 때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내신이라는 벽을 뚫기가 너무 힘들었다. 결과를 보여야 부모님이 행복하실 텐데 결과는 보이지 않아서 노력하는 과정이라도 칭찬해주시면 좋겠다.

Q: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

A: 사소한 일을 하면서 부모님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고, 가족여행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해 행복했던 기억이 남는다.

Q: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성공이란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때 즉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돈을 벌며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위해 돈을 벌어오는 것이다. 즉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직장을 가졌을 때 가장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들

A: 직업에 목표가 확실하지 않아 갈팡질팡하며 방황하고 있는 시기에 어떻게 하면 직업의 목표가 확실해지는지 알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이승호 남학생

Q:학교와 집에서 힘든 사례들

A: 학교에서 솔직히 공부도 안된다. 공부가 안돼서 만약 자퇴한다고 하면 막상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검정고시 합격하더라도 나중에 커서 뭐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학교에서 담배도 많이 걸렸는데 그것도 다 봐준 선생님께 미안하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지겹다. 이제는 수업시간에 자는 것도 지겹다.

엄마 아빠가 계속 돈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싫다. 솔직히 학원에 다녀도 자주 빠지고 놀러 다니는데, 가뜩이나 돈이 없어서 뭐라 할 때마다 짜증 난다. 그럴 바에는 학원을 모두 그만두는 편이 좋은 것 같다. 엄마는 내가 학원에 다녀서 어느 정도 성적 유지하는 거로 생각하신다.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 어차피 다녀도 내가 안 하는데,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Q: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

A: 포기했던 수학을 스스로 노력하여 점수를 많이 올렸을 때 보람 있었다.

Q: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금전적으로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며 가정이 행복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3학년 김민호 남학생

Q: 학교와 집에서 힘든 사례들

A: 고등학교에 처음 진학한 시절에는 단지 중학교 시절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한다면 성적은 높게 유지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1학년 시절에는 몇 과목이 안 되어서인지 큰 성적하락은 없었지만, 점차 학년이 높아지며 과목도 많아지고 성적도 하락했습니다. 물론 공부법은 점차 바꿔보았지만, 과목을 늘어나며 학습의 욕구는 성적하락에 비례할 때 힘들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저의 성적에 크게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말씀하시지만, 전 학기의 내신보다 점수가 하락하면 종종 잔소리하십니다. 물론 성적하락은 저도 기분이 좋지 않은데 부모님께서 큰 잔소리를 하시면 제가 기울인 노력이 서운합니다.

Q: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

A: 높은 성적을 받아 부모님께서 큰 선물을 주셨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일주일 이상 해외로 나가서 편한 시간을 보낼 때가 행복을 느낀 일상 중 하나였습니다.

Q: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오직 돈을 많이 버는 직장을 갖는 것도 성공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삶을 살며 자신의 흥미에 적합한 직장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송기훈 남학생

Q: 학교와 집에서 힘든 사례들

A: 선생님들께서 상위 성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과 차별하는 것이 너무 싫다. 그리고 상위 성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위주로 대학을 잘 보내는 것도 싫다.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차별한다는 느낌이 들 때 노력을 하고 싶지도 않다. 마치 졸업 후 사회에서도 그런 차별이 있으면 어떨지 걱정만 앞선다. 담임선생님이 다른 학년과 비교할 때가 너무 많다. 그럴 때마다 자존심이 상한다. 학업을 쌓고 내 꿈을 위해 학교에 다니는 것이지 비교 대상으로 다니는 것은 아니다. 비교 혹은 차별을 하지 않는 선생님들만 계시면 좋겠다.

공부 열심히 하고 집에 왔는데 제대로 하는 거 맞냐고 의심하실 때 힘들다. 학교와 학원에서 열심히 하고 와서 배가 고픈데 그런 말씀 하실 때마다 밥도 먹고 싶지가 않다. 너무 부담 주지 않으면 좋겠다. 공부로써만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Q: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

A: 중학교 때 전교 회장이 되었던 순간. 어려운 수학 문제를 나 자신의 힘으로 오랜 시간 고민해서 정답을 찾아냈던 것

Q: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나 자신이 정말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목표를 남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 노력해서 이루는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이재은 여학생

Q: 학교와 집에서 힘든 사례들

A: 솔직히 공부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하기 싫은 공부를 시험 기간만 되면 부담감으로 인해 마지못해서 한다. 스트레스가 쌓여가면서 불면증에 시달린다. 당연히 성적은 나오지 않는다. 하기 싫은 노력을 왜 했는지 무한한 후회와 고통만 다가온다. 암기가 아니라 이해를 요구하는 문제에 흥미를 느끼는데, 무조건 외워야 하니 미치겠다. 외국에 유학 다녀온 친구들이 많아서 영어 등급 올리기가 너무 힘들다. 서술형에서 점수를 올려야 하는데 외국에 다녀온 적이 없는 나는 본문 자체를 외워야지 가능하다. 그렇다고 영어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외국에 다녀온 친구들은 서술형 영작을 너무 쉽게 작성한다. 시험 범위도 가장 많은 것이 영어다.

언제부터인가 부모님의 잔소리가 의미 없이 들리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나를 너무 모른다. 옛날과 지금은 다른데 옛날만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성적에 너무 집착하신다. 성적에 집착하는 학교와 세상 때문에 다니고 싶지도 않은 사교육을 다니고 있다.

Q: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

A: 주변에 친구가 많다는 것이 나에게 직접 느껴질 때. 누군가가 나에게 “너 ~~진짜 잘한다.”라고 나를 인정해줄 때

Q: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돈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인정부터 받고 싶다. 내가 기울인 노력이라도 인정을 받는 것이 성공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 2학년 이호연 남학생

Q: 학교와 집에서 힘든 사례들

A: 수업이 상위권 위주로 나가는 것이 너무 힘들다. 더구나 진도가 너무 빠르게 나가서 나는 이해조차도 힘들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힘들다.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수업 중에 질문하기가 두렵다. 선생님은 상위권 아이들 눈만 마주치며 수업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부모님께는 정말 고마워서 무엇을 바란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성적으로 보답을 해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가 원망스럽다.

Q: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

A: 친구와 사람들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보람차고 행복하다.

Q: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무조건 돈!!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우리나라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가 싫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들

Q: 한국 교육체제는 왜 외우는 것만 강조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더 심하게 말하면 ‘더럽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상태로 지속하면 공부만 잘하고 딴 것은 못 하는 로봇 같은 인간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가 싫다. 부모님이 살고 계시니까 살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나는 진작 이 나라 떠났다.    



고등학교 1학년 변상훈 남학생

Q: 학교와 집에서 힘든 사례들

A: 학교에서 친구들과 균형적인 사이를 지속할 수가 없어 힘들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서로 마음이 잘 맞는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면 관계가 틀어지고 만다.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친구들이 나를 피한다.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 이유라도 알고 싶다. 다른 학교에서 전학을 왔는데 선생님들이 ‘이렇게 공부할 거면 왜 전학을 왔냐고’ 말씀하실 때 짜증 난다. 선생님까지도 나를 따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부모님은 너무나 많은 제약을 하신다. 공부하고 나서 잠시 휴대폰을 만지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신다. 심지어는 뺏기도 하신다. 그래서 휴대폰 게임이나 SNS를 보기 위해서 아파트 지하 2층으로 내려와 몰래 보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Q: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

A: 친구들과 같이 있다는 자체로 행복하다. 나는 친구가 없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

Q: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친구가 있다는 것    



고등학교 2학년 황호연 남학생

Q: 학교와 집에서 힘든 사례들

A: 학교가 이렇게 힘든 곳인 줄 몰랐다. 중학교 때는 모든 공부가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이 잔소리 안 해도 내가 알아서 했다. 문제를 푸는 재미가 마치 퍼즐처럼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올라와서 내가 배운 것은 상대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한 이기적인 경쟁이다. 선의의 경쟁을 하라고 하지만 그건 말만 그럴듯하게 포장한 말에 불과하다. 모든 친구가 경쟁자다. 시험날 경쟁하는 친구들이 몸이 아파 시험을 망치길 바라기도 했다. 언제부터 이런 마음을 갖는 내가 너무 미웠다. 선생님들이 사회생활은 더 심하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힘이 빠진다. 학교는 우리에게 학문이 아닌 경쟁에서 남을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게 해주는 곳인 것 같다.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부모님은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를 바라신다.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기보다는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더 연구하라는 소리로만 들리기 시작했다. 자퇴하고 싶다. 대안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Q: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

A: 고등학교 때는 전혀 없다. 오히려 나쁜 감정이 있다. 나는 중학교 때 경쟁이 아닌 공부만 목적으로 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 같다.

Q: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에 따른 행복감과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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