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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연 Jan 09. 2019

가시 돋은 장미는 더 아름답다

‘걱정과 어려움이 나를 살게 하고 안락함이 나를 죽음으로 이끈다.’ <맹자. 고자하>

아름다운 옷을 종종 ‘장미 같은 드레스’, 그리고 아름다운 여자 연예인을 ‘밤에 핀 붉은 장미’, 혹은 ‘장미 한 송이가 걸어오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모든 사람은 아름다운 장미를 동경하고 자신도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장미가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장미꽃이 활짝도 아니고 어느 정도 영글게 수줍게 피어있는 꽃 축제를 가보면 누구나 바라보면서 ‘아름답다’라는 감탄과 함께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만지고 싶지만 만질 수가 없다. ‘가시’가 있으므로 손에 찔릴까 봐 눈으로만 만족하면서 조심이 코끝을 꽃에 가까이 대면서 다시 한번 장미의 향과 함께 아름다움에 더 빠지게 된다. 만약 장미가 가시가 없다면 누구나 쉽게 만지고 쉽게 꺾어 버려 장미에 대한 신비감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 장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가시다. 장미꽃 역시 가시에 찔려 자신의 아름다움이 사라질까 봐 가시만 피해 조심히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이다.

사람 역시 ‘가시’라는 것이 있어 자신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그런데 자신에게 있는 ‘가시’를 더 발전하는 계기로 만들지, 아니면 ‘가시’만 원망하면서 보기 싫은 모습만 드러낼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이정은(가명)이라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오빠는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취업을 하였고, 부모님 역시 생계를 힘들게 꾸려나갔다. 아버지는 새벽부터 인력소에 나가서 고된 일을 하시고, 어머니는 청소하면서 가족을 부양하였다. 정은이는 대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은 ‘학비를 대주기 힘드니 네가 벌어서 대학교에 가든지 아니면 장학금을 받고 가라’는 말씀에 정은이는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런데 고3 때 공부하는 도중에 갑자기 펜을 잡은 오른손이 펜을 떨어뜨리고 자기 맘대로 움직였다. 정은이는 자신의 오른손이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자 너무 놀라 병원에 갔는데,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의사의 말에 ‘백병원’에서 검사를 하였다.

검사 결과는 뇌에 ‘혹’이 있어서 수술이 시급하였다. 그렇게 정은이는 가족들도 가슴 졸이면서 1초도 기다리기 힘든 오랜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오랫동안 입원해 있었다. 중환자실로 병문안 갔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몸은 많이 부은 상태에서 의식도 없고, 발바닥만 손으로 간지럼을 하면 반응만 조금 보였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일반병실로 옮겼는데, 설상가상으로 폐에 물이 차서 호흡하기가 힘들었다. 물을 빼내기 위해 차가운 얇은 파이프 같은 것을 폐에 호스로 연결하고 나서 힘들게나마 호흡할 수 있었다.

몸이 회복되고 부모님은 막내고 더구나 하나밖에 없는 딸의 건강을 위해 학교를 포기하기를 원했지만, 정은이는 고3을 다시 복학하였다. 뇌수술 후유증으로 예전처럼 오른손으로는 필기와 같은 세세한 작업을 할 수 없어서 왼손으로 공부를 하였다. 수술로 인해 오랫동안 공부를 하지 않아 새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였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수능일이 다가와 응시했다.

그런데 수능 결과는 그때 당시 나로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놀라웠다.

공부에만 매진한 건강한 학생들도 들어가기 힘든 서울대에 합격했다. 그런데 정은이는 이화여대를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였다. 대학교 다니면서 교수님이 교환학생을 권하였지만, 부모님은 몸이 아픈 딸이 해외에서 공부하다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어 허락하지 않아 포기했다. 그렇게 정은이는 4년 내내 장학금을 받고 수석으로 졸업하였고,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이화여대 대학원을 2년 동안 다니면서 공부를 하였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IMF’ 이후로 공무원 시험과 임용고시 합격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도 매우 힘들었다. 정은이는 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였는데, 그것도 여러 번 응시한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합격하여 지금은 중학교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다. 거기에 더하여 마치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달리는 정은이에게 하늘은 보답하듯이, 멋지고 자상한 남편을 선물로 주어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리고 있다.

TV에서 볼 듯한 ‘인간 승리’라는 것을 직접 내 눈으로 보았을 때, 전에는 정은이를 한낱 코흘리개 꼬마로만 취급한 내가 오히려 많은 배움을 느껴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몸이 그토록 불편하였는데 포기하지 않고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였다.

정은이 엄마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 정은이는 원망하지 않아요. 그 무엇도 원망하지 않아요.”

퇴원하여 집에 있을 때 가끔 정은이 집에 들르면 전보다 더 많은 웃음소리와 항상 밝은 미소를 짓고, 자신에게 현재 주어진 일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생활했다. 왼손으로 힘겹게 공부해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주어진 그 순간을 감사하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가시와 같은 것들을 피하지 않고, 아름다운 장미를 피웠다. 오히려 그런 환경은 정은이가 나아갈 길을 알려주었고 그런 가시와 같은 어려움이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가치와 긍정적인 면을 보게 하였다.

상담에서 중요한 점은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입으로 끌어내오는 것이다. 대부분 학생이 끌어낸 말들은 환경을 탓하거나, 남을 원망하거나, 자신을 비하하는 말들이 대부분이다. 가끔 이런 학생들을 상대할 때 정은이가 떠오르곤 한다. 가시 없는 사람은 없듯이 학생들 역시 많은 가시가 있다. 그 가시는 자신이 노력한다고 바뀌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더 성장시키는 도구가 된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그 아름다움을 가꿀 생각은 하지 않고, 가시를 걸림돌이라 여기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가치를 희미하게 만들고 자신과 주변 사람만 지치게 만든다.

청어를 안전한 수조에 담아 북해에서 그냥 운반하면 다 죽어버린다. 그럼 싱싱한 상태로 운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천적인 물메기 몇 마리를 수조에 넣어 운반하면 대부분 싱싱하다. 그 이유는 적당한 긴장과 위협이 청어를 활기차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가시는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다. 청어가 가시와 같은 물메기로 인해 활기 차는 것처럼 말이다.

“저는 집에서는 집중이 안 돼요.”

“집중력이 좋지 않아 공부가 잘 안 되어요.”

“잠자기도 바빠서 다른 과목은 할 수가 없어요.”

“같은 반 친구 ** 때문에 공부할 수가 없어요.”

“기초가 없어서 모르는 것을 어떻게 해요!”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듣고 나서 나는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라고 물어보면 모두 ‘모른다.’라고 대답을 한다. 자신도 잘 모르는 부분에 왜 신경을 써서 하루 24시간을 망치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걸까? 자기 생각이 자신만의 무대이며 세상도 자기 생각대로만 보인다. 약사 눈에는 온통 거리가 약국만 보이고, 미용사 눈에는 온통 거리가 미용실만 보인다. 우리가 가시 같은 것만 보면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설정된 가시로만 보이고,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기회 역시 가시로만 본다.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세월이 흘러 자신이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을지 선명하게 상상해 본다. 의사. 파일럿. 요리사. 방송인. 교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경영자 등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해 보고, 그 자리에 올랐을 때 자신이 무슨 일을 자랑스럽게 하는지 상상해 보면 가시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 심장이 계속 뛰기 위해서는 상상하고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면 가시는 잊히게 된다.

그다음, 어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은 자기 생각과 과거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꾸준히 공부하다가 ‘오늘 하루는 넘어가도 되겠지? 내일부터 하면 되니까’라는 생각이 원인이다. 과연 내일부터 하는 학생들이 몇 명이나 될까? 대부분 다가오는 내일 역시 그다음 날 미루다가 어느 날 미루고 미룬 하루가 쌓이게 된다. 결국, 자신의 환경과 재능을 스스로 성가신 가시로 여기면서 학업을 포기하게 된다.

멋진 어제는 더 나은 오늘을 이끌고, 더 나은 오늘은 가슴 뛰는 내일을 만들어 낸다. 하루하루를 완벽하게 보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오늘을 어제보다 1%라도 더 나은 하루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제가 형편없는 하루였다면, 오늘 형편없는 파편들을 주워서 버리면 된다. 그렇게 할 때 ‘어제’라는 가시는 장미꽃과 같은 ‘자신의 가치’를 더 돋보이게 만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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