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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연 Jan 09. 2019

방황이 있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공부가 싫어 학창시절에 많은 방황을 했던 제자를 23살이 되어 만난 적이 있다.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다 해보겠다고 다짐하여 주유소, 가스배달, 주방, 일용직 다 다녀보았어요. 그런데 얼마 안 돼서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 그만두고 술만 마셨어요. 지금 한창 일하고 뛰어야 할 때인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미래를 위해서 제과. 제빵 기술을 배우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얼마 안 돼서 그만두었습니다. 20살이 되면 학창시절의 방황이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도 방황을 하니 미치겠어요. 방황을 끝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학생들도 멍하니 어깨를 축 늘어놓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광주에서 상담했던 한 여학생은 학창시절에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방황이 심했다. 더구나 타로점을 자주 보는데 ‘20대 후반에 인생이 잘 풀리니’ 지금의 방황을 애써 웃음 지으며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학생들을 상담할 때 대부분 방황이 심한 학생들의 공통점은 운세와 타로에 관심이 많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자신들도 현재의 모습을 잘 알기 때문에 미래에는 소위 ‘대박’이 터질지 그리고 터진다면 언제 터질지 알고 싶어 한다.

그러면 왜 방황을 할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때문에 방황하는 학생도 있고, 반면에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그저 자신의 마음대로 살고 싶어 방황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데 전자는 방황이지만, 후자는 단지 ‘떼쓰는 것’에 불과하다. 방황한다는 것은 앞길을 찾기 위한 자기 생각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리저리 헤매고 갈팡질팡하는 것도 있지만, 방향과 목표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방황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방황을 단지 힘든 시간으로만 여기고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만 가진 채 운세에 맡긴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프로복싱 전 세계 챔피언이었던 유명우 선수도 방황했다. 한국 랭킹 2위까지 올라갔을 때, 그 당시 챔피언이 공석이어서 1위와 한국 챔피언 결정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24시간 오직 챔피언을 향한 마음으로 운동에 매진하였는데, 시합 보름을 남기고 사고를 치게 된다. 몸무게를 감량해야 하는 고통과 한참 왕성한 식욕을 참지 못하고 도망을 가버린다. 경기장과 경기 상대도 잡히고, 전국적으로 포스터를 붙이면서 대대적으로 알렸다. 더구나 관람티켓까지 발행된 상태였다. 유명우 선수는 도망 나와서 제대로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운동선수로서 멀리해야 할 술과 담배를 즐겼고, 일용직으로 일당을 벌면서까지 또 방황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유명우 선수가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저는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큰일을 벌려놓고 왔기 때문에 용서 구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찾아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가슴속에는 계속 파이터의 그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한 6개월 후에 용기를 내서 체육관으로 관장님을 찾아갔습니다. 찾아뵈어서 무릎을 꿇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그때부터 정말로 미쳐서 운동했습니다. 미치지 않고는 상대를 제압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못된 짓이었지만 저에게 나중에는 굉장히 성장하는 데 큰 보탬이 됐습니다.”

원인이 없는 방황은 없다. 유명우 선수는 배고픔과 감량의 고통의 원인이 되어 방황하는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그 방황은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려주는 이정표가 된 것이다.

수 세기 전 나침반에 의존하던 선원들은 때때로 정확한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 종종 항로를 이탈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나침반이 이상이 있는 것 같아서 다른 나침반을 사용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나침반이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잡다한 쇠붙이가 원인이었다. 쇠붙이가 증가하면서 자석 바늘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리키기 때문이다. 쓸모없는 잡다한 쇠붙이를 치워버리니 결국 나침반은 올바른 향로를 향했다. 방황이 너무 지속되거나 특히 생각한다고 해결되지도 않을 일에 방황하면 그것은 잡다한 쇠붙이다. 우리가 올바른 항로를 가기 위해서는 잡다한 쇠붙이를 제거하고 그것을 용해하거나 아니면 유명우 선수처럼 길을 명확히 지시하는 이정표로 활용해야 한다.

방황의 유형에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자리를 찾아가는 방황이 있고, 또 다른 방황은 자신에 대한 믿음보다는 망상에 빠져 환경에 휘둘리는 방황이다. 후자에 속하게 되면 매일 매일 반복되는 후회에 처음은 마음 아파하다가 반복되는 방황과 후회에 무뎌지게 되어 여름 한 철에 부는 바람처럼 덧없이 지나가고 만다.

그러면 방황이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방황도 하지 않는 젊음은 젊음이 아닐 정도로 방황은 당연한 거다. 방황은 젊은이가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특권이자 삶에 이정표다.

영화배우 박신양은 가족들이 ‘너 정말로 뭐 하고 싶니?’라고 말할 정도로 방황이 심했다. 절에 들어가 시험공부 해 등록금을 외삼촌에게 어렵게 빌려 대학원에 합격했는데, 쉽게 적응하지 못해 자매결연을 맺은 러시아 대학교로 또 유학자금을 빌려서 간다. 그런데 러시아 유학 1년 차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었다고 말한다.

박신양은 교수님에게 “선생님 저는 왜 이렇게 힘든가요?”라는 질문에 대답 대신 러시아 시집을 주었다. 시집에는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구가 있었다.

박신양은 <스타특강 show>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인생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인간의 착각 중 행복은 힘들지 않은 인생으로 봅니다. 하지만 힘들 때와 힘들지 않을 때는 50:50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힘들면 우리 인생이 아닌가요? 즐거울 때보다 힘들 때가 더 많은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나의 힘든 시간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의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당신이 가장 힘든 시간까지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상담받는 친구 중에 방황하고 힘들다고 해서 오늘이 내일인 것처럼 살아가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부모님의 후광을 받지 못해 원망하며 습관적으로 남과 비교하는 공통적인 점을 말한다. 방황은 주변에 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 방황이다. 주변을 탓하며 방황하게 되면 자신의 가치는 망각하고, 꿈도 꾸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리고 만다. 영화배우 박신양도 가족들의 걱정과 함께 낯선 러시아에 가서 많은 방황이 있었지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건네준 러시아 시집은 자신에 대해 사색해 보는 계기가 되며 방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나침반을 방해하던 쇠붙이를 하나하나 없애 결국은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칭송받는 명품배우가 되었다.

“연기하고 싶어서 미친 듯이 달려들었는데 굶어 죽은 사람이 있나요?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굶어 죽은 사람이 있나요? 없습니다. 제 자신의 꿈을 이루게 한 말은 ‘괜찮아, 하고 싶은 거 해’입니다.”

박신양은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 그 꿈을 위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꿈만 꾼 것이 아니라 직접 실행하였다. 지금 자신이 방황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솔직하게 자문해 보자.

‘내 꿈을 찾기 위한 방황인가?’

‘자신의 주변 때문에 방황하는 것인가?’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드는 작업은 보통 일이 아니다. 보통 하루 24시간 작업하면 3~5M 정도 굴진한다. 산을 뚫어 길을 만들기 위해 시행착오도 있고, 정해진 올바른 길을 만들기 위해 주변에 잡다한 흙과 바위, 나무들을 제거하면서 나아간다. 터널을 뚫다가 거대한 바위가 가로막고 있다고 해서 옆으로 피하지 않고 힘들더라도 끝까지 정해진 계획대로 뚫게 된다. 큰 바위가 가로막고 있다고 뚫고 있는 터널을 중단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는 자극을 주는 방황이 필수적이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면 된다. 생각으로 들어간 방황은 자신의 자아를 단단하게 만들고, 남이 아닌 끝까지 믿어줄 사람은 나라는 점을 알게 된다.

먼 훗날 ‘정말 멋진 여행이었어!’라고 자신에게 말하는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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