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 부모님과 여행갑니다
아빠의 팔순 기념 여행을 준비하며
어디로 갈지, 가서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다.
많은 인원이 여행 일정을 맞추는 것도, 20대부터 80대까지 나이차와 취향에 따른 여행의 성격을 맞추는 것도, 여행 경비와 계획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연장자인 큰 형부 주도 하에 가깝고 비싸지 않고 음식 맛도 좋다는 청도로 여행지를 결정한 후 일사천리로 여행 계획을 짰다. 그리고 지난 주말 청도로 여행을 떠났다.
삼대가 함께 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국내에서도 가족 모두가 같은 날 같은 장소로 이동하는 게 쉽지 않은데 해외로 가야 하는 일은 더더욱 만만치 않은 대대적인 행사였다. 아마 아빠의 팔순 기념이 이라는 거대 목적이 없었다면 우후죽순 이가 빠진 여행이 됐을 것이다. 여행을 가기 직전에는 작은 형부가 넘어지면서 갈비뼈에 금이 가는 사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게 아니어서 동행할 수 있었다. 조카들이 몇 빠지긴 했지만 열한 명의 가족이 함께 떠난 것만도 부모님껜 엄청 든든한 일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여행 내내 감사하다, 재밌다, 너무 좋다, 맛있다를 입에 달고 계셨고 아빠는 버스가 여행지에 내려줄 때마다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셨다. 우리가 어릴 때 네 명이나 되는 자식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니던 부모님을 이제 그때의 부모님보다 나이가 많아진 네 자녀가 주축이 되어 부모님을 모시게 된 것이다.
20대가 된 손주들까지 3대가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인지 여행의 성격은 적당히 발랄하고 적당히 잔잔했다. 팔순인 아빠의 생일 파티 자리에서 편찮으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흘린 정 많고 친절한 가이드는 부모님과 함께 효도 관광을 온 우리 가족들이 너무 부럽고 보기 좋다며 여행하는 내내 서비스를 듬뿍듬뿍 주었다. 자신의 부모님을 모시듯 깍듯하게 아빠 엄마를 대해줘 우리가 도리어 더 고마웠다.
여행하면 먹거리 볼거리가 우선이고, 이번 청도 여행 패키지 상품도 미식 여행이 주였지만 부모님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 1순위는 마사지였다.
연세 많으신 부모님께 전신 마사지가 괜찮을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었다. 태국과는 달리 중국 마사지는-적어도 우리가 간 마사지샵-은 과격하기보다는 부드럽고 거칠기보다는 디테일이 있는 조용한데 강한 마사지였다. 마사지를 받는 내내 엄지를 척척 내주고, 시원해서 좋다며 마사지사의 흥을 돋우고, 시작할 땐 팁을 뭘 그리 많이 주냐던 부모님이 지갑을 탈탈 털어 듬뿍 안겨주셨다. 여행 이튿날 잠도 부족하고 많이 걸어 지친 몸을 마사지로 풀어내 마음까지 편안해져서 그랬는지 부모님은 마사지 후 며칠 더 여행해도 좋겠다며 내일이면 끝날 여행을 아쉬워하셨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먹고 많이 보고 많이 웃었던 짧지만 즐거웠던 2박 3일의 가족 여행은 우리 네 남매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조카들이 어릴 때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휴가를 같이 가기도 했는데 조카들이 점점 커가며 부모님과 노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그럴수록 3대가 함께 여행하는 일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 와중에 아빠의 팔순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모두를 만나게 하고 행복한 추억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른다.
하나도 안 힘들고 재밌었어.
내년에 또 오자!
여행지에서의 시간보다 비행시간 전후의 기다림이 힘들 부모님을 걱정했지만 전혀 지루해하지 않고 힘들다는 내색도 하지 않고 여행을 즐긴 부모님은 벌써 다음 여행을 말씀하신다.
청도 정도의 거리면 매년 와도 좋겠다며 또 어딜 갈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여행 계획에 대한 수다는 멈추지 않았다. TV 여행 프로그램에 나오는 여행지는 다 가보고 싶다는 포부까지 드러내셨으니, 우리 가족의 여행은 이번이 시작점이 될 것 같다.
부모님만 건강하고 좋아하신다면 지구 끝까지 여행해야지, 나도 큰 포부를 가져본다.
#25년 5월 중국 청도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 어른의 Why?
화 : 일주일에 한번 부모님과 여행갑니다
수 : 어른의 Why?
목 :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ㄹㅁ
금 :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토 : 어른의 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