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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 계신 부모님과의 여행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by 다시봄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부모님과의 여행이 특별한 건 두 분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다.


특별한 장소에 가거나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우리가 함께 할 수 있기에 특별한 시간들.


비록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나이 많은 부모님이지만 두 분이 길 끝에 계신 게 아니라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 계시다고 생각하면 우리에게 남은 날이 얼마나 될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계속 놀아야지!




삶이 탄생과 죽음 사이의 여행이라고 한다면

부모님과 내가 떠났던 여행은 삶+여행 즉, 여행+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쉬지 않고 계속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행은 떠나기 전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더 마음이 설레고 벅차오른다.


지금까지 여러 곳으로 여행을 다녔지만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이 더 많이 설렜다. 부모님과 매주 여행을 가는 게 좋았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주말이 오기 전까지 설레고 벅차올랐던 마음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 기뻤다.

회사에서 늦게 끝나고 퇴근해도 반겨주는 가족이 없는 나 홀로 사는 중년이지만, 나는 매일 주말여행을 준비하는 평범한 여행자이면서 부모님을 어디로 모시고 갈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특별한 여행자였다.


이번 주엔 ‘여기‘ 갈까요?

다음 주엔 조금 먼 ‘거기’ 갈 거니까 아침에 일찍 만나요.

꼭 가보고 싶은데 있으면 알려 주세요.


부모님께도 가능하면 미리 목적지를 알려드리거나 꼭 가보고 싶은 장소를 찾아보게 하여 기대감을 갖고 한 주를 즐겁게 보내실 수 있게 했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설렘을 나만 누릴 순 없으니까. 함께 했을 때 배가 되는 기쁨을 충분히 나눠드렸다.


처음엔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도 내색하지 못했던 부모님이지만 이제는 ‘다음 주에 어디에서 축제한다더라, 지금 가면 무슨 꽃이 만개했다더라,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거기 어때?’하며 여행 장소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내셨다. 기왕이면 부모님이 가고 싶어 하시는 장소에 가는 게 좋은 나는 흔쾌히 의견을 접수했다. 아마 그만큼 부모님의 만족도도 높았으리라 생각된다.


좋거나 싫다는 표현도 잘 못하셨던 부모님은 이제 여행 후기를 빠뜨리지 않아 다음 여행에 참고 자료를 주신다. ‘저런 곳은 피해야겠구나, 이런 곳으로 알아봐야겠구나’ 하고. 그렇게 잘 따라와 주는 모범생 여행 동지여서 더 여행할 맛이 났다.


지난 태안 여행에서 부모님과 함께 눈에 담아온 풍경





부모님이 지금 걷고 계신 길은 끝이 있겠지만 아직 끝이 보이지는 않는 길이다. 그 길 위의 우리도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을 하는 중이다.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을 가고 여행을 곱씹고 다시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들. 그 시간들 안에 부모님과 내가 이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우리들만의 여행 예고편도 계속될 예정이다.





부모님과 저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지만 엄마의 무릎 수술로 여행이 잠시 멈춰, 브런치북도 잠시 쉬어갑니다. 구독자님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 어른의 Why?

화 :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수 :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목 :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금 :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토 :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ㄹㅁ

일 :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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