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름, 홀로 제주 여행을 떠났다. 내일로 덕분에 혼여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의 첫 번째 비행이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엄청난 짠순이였다. 통장에 잔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늘 기억하고 있었고, 일정 금액이 채워져 있어야 안정감을 느낄 정도로 돈을 모으는 일은 즐기면서 돈을 쓰는 일에는 인색했다.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2박 3일 정도의 여행이라고 가정한다면 총 경비로 20만 원 정도의 예산을 잡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여행 내내 빠듯하고 빡빡하고 허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변태 같지만 그렇게 힘겹게 성공하고 나면 그 뿌듯함은 후일 나의 무용담이 되곤 했다.
여행 경비를 크게 교통비, 숙박비, 식비로 나눠 보자.
교통은 얼리버드 항공권을 제외하고는 줄이기 힘든 부분이다. 대중교통비가 정해져 있으니까.
식비는 아침을 굶거나 점심을 카페에서 대체하는 등으로 때우는 편이다. 맛집 욕심이 크게 없으니까.
결국 내 예산을 좌우하게 되는 건 숙박이다. 지금은 20대 초반보다 수입이 늘었고, 다년간의 여행을 통해 잠자리를 꽤나 따지게 됐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첫 나홀로 제주 여행에서 숙소를 결정할 때 내가 가장 우선했던 부분은 ‘얼마나 저렴한가’였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때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1일 숙박료는 아마 12,000원~15,000원 사이였을 것이다.
내 생애 첫 게스트하우스는 일반 주택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한 곳이었다. 사실 개조라고 하기에도 뭐한 게 그냥 일반 가정집 빈 방에 이층 침대를 두세 대 집어넣은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남루한 인테리어에 속으로 많이 실망했고, 주인아저씨는 정말 친절했지만 어쩐지 게을러 보였다.
그때 난 모르는 사람들과 한 방을 쓴다는 생각 때문에 잔뜩 긴장한 채, 또 한편으로는 설레는 마음으로 게하를 찾아갔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숙박객은 달랑 나 혼자. 그렇게 텅 빈 게하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틀이 지나서야 두 명이 늘었는데 둘은 일행이었고 나 역시 다음날이면 퇴실이었기 때문에 같은 방을 쓰지만 마치 서로가 없는 냥 간섭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이후에도 나는 제주도를 갈 때면 게스트하우스만 고집했다. 다른 사람들과 방을 쓰는 건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일이었지만 저렴한 가격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과 함께 방을 쓰고 잠을 잘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게스트하우스는 그저 내게 저렴한 여행자 숙소일 뿐이었다.
내가 게스트하우스의 진정한 매력에 빠지게 되는 건, 그로부터 몇 년이나 지난 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