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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행복했을까?(5)

고속버스에서 눈물을 흘렸던 날...

by 메멘토 모리

고속버스 차창 밖으로 엄마가 보였지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엄마의 아들로 살았던 지난 56년 가장 슬펐던 날을 기억한다.

1989년 20살 재수할 때 여름이었다. 서울에서 한 달에 한 번 엄마를 뵈러 고향으로 갔다.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었고, 엄마가 해주시는 된장찌개도 먹고 싶었다.

엄마를 보고 서울로 올라오던 날 아침, 돈 때문에 엄마랑 다투었다. 학원등록으로 돈이 필요했는데 엄마는 “남형아 미안하다. 엄마는 더 이상 여력이 없구나.”라는 말에 나는 엄마에게 화를 내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로 가는 내내 엄마에게 섭섭하고 또 화를 내 미안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엄마에게 사과드릴까, 아니야, 서울 가서 내일 전화로 사과드려야지” 하며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터미널에서 두리번두리번 나를 찾고 계셨다. 급히 나를 뒤쫓아 오신 것이다. 순간 나는 고개를 돌렸다. 엄마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버스는 출발하였고, 엄마는 나를 보셨는지 손을 흔드셨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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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버스에서 나는 내내 울었다. 옆좌석에 계신 분이 괜찮냐고 물어볼 만큼 울었던 것 같다. 그날 밤 엄마의 손 흔드는 모습이 떠올라 고시원에서 한잠도 이룰 수 없었다.

다음날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엄마, 미안해. 너무 미안해”

이제 와 엄마의 그 마음을 가슴 깊이 느낀다. 지원을 해주지 못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미안하셨으면 터미널까지 오셨을까? 손을 흔들어 미안한 마음을 건네주셨는데 대답하지 않고 떠난 아들이 얼마나 야속하셨을까? 또 버스 안에서 울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시는 그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날은 내 생에 가장 아팠던 날로 멍울로 남아 있다. 이제 병석에 누워계신 엄마를 보며 다시금 후회한다.

“엄마, 미안해”. 버스 안에서 엄마에게 “미안해, 터미널까지 와서 고마워” 하고 손이라도 흔들었어야 했는데, 지금 와 후회하는 아들을 용서해

바보 같은 아들은 엄마의 그 큰 사랑을 이제야 느끼고 깨달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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