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는 올해 84살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우리 5남매를 키워내셨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농사로 몸의 에너지 총량을 다 쓰시고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시다. 남은 생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엄마의 자서전을 쓰면서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아버님이 옆에서 거들어 주셨다. 나의 부모님은 세상에서 최고 잉꼬부부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는 후회가 있을까?
“엄마, 아버지 좋아요?”
“그럼, 네 아비 없었으면 난 벌써 죽었다. 나에게 최고로 소중하지 “
”엄마, 나는?
“너도 최고지. 나 아플 때마다 병원 데려 주고, 집에 올 때마다 맛난 것 사 오고, 용돈 주고... 내 아들로 태어나 주어서 고맙다.”
“엄마, 살아오면서 행복했을 때가 언제였어요?
”너희들 태어날 때, 너희들에게 좋은 일 있을 때, 너희들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받을 때... “
”엄마, 자식들 얘기 말고 엄마 인생, 엄마 이야기 해주세요 “
”아들아, 먹고살기 위해 죽어라 일만 했는데 내 인생이 어디 있겠니? “
나는 거기서 말문이 막혔다.
결국 엄마의 자서전은 아버님 자서전이고 우리 5남매의 자서전이 되었다.
”엄마, 살아오면서 후회하는 것은요? “
”너 외할머니 혼자되시고 외가에서 거의 40년을 혼자 사셨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너 외할머니 외롭게 해 드린 것이 후회된다 “
”그래도 좋은 신랑 만나 행복했고, 너희 5남매 착하게 잘 커서 크게 후회는 없다. “
나의 엄마 삶은 정말 후회가 없는 삶일까? 후회가 거의 없으니 성공한 삶일까?
평생 5남매 뒷바라지가 가장 행복했다는 나의 엄마는 정말 꿈이 없으셨을까?
5남매 뒷바라지가 가장 힘드셨을 것이다. 그 일을 해내시느라 꿈, 후회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아니, 나의 엄마에게도 분명 꿈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너무 시간이 지나 그 꿈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55살 후회가 많은 나는 그만큼 꿈이 많고, 그만큼 행복한 것은 아닐까?
후회가 많은 삶이 꼭 불행한 것일까?
엄마 인터뷰를 하며 나는 또 생각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