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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쓴 Dec 08. 2020

차갑게 상쾌한 우중 달리기

달리기 좋은 날은 의외로 비 오는 여름날이다.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 아니라 빗방울이 바닥을 조금씩 적시는 정도가 딱 좋다. 우산이 있어도 비를 맞고 싶어서 비를 맞았던 사람이라면 달리면서 비 맞기 좋은 날을 단박에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기온이 높은 여름날에는 1km 달려도 금세 땀에 젖는다. 뜨거운 피부 위에 뿌려지는 차가운 빗물은 막 꺼낸 아이스크림이 쥐었을 때처럼 차갑게 상쾌하다.


교복을 벗은 후로 일부러 비 맞는 일은 없어졌다. 교복을 입을 때는 우산이 있어도 비 맞고 싶어서 우산을 가방에 두고 집까지 걸어갔다. 누가 벌칙을 준 것도 아닌데 오래 비를 맞고 싶어서 길을 돌아갔다. 함께 걸을 친구와 함께라면 그 시간도 즐거웠다. 우산을 쓰고 있을 때는 피했을 물 웅덩이를 일부러 밟았다. 집에 귀가하면 엄마에게 등짝 스매시를 맞더라도 그때는 그랬다.


이미 땀에 젖은 운동복이 비를 맞는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등짝 스매시를  맞을 일도 없어졌다. 그때처럼 물 웅덩이를 신나게 밟으며 달린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철없는 어린애가 된 것 같아 후련하다.


이 겨울 내년 여름을 기다린다. 빗속을 철부지 애처럼 뛸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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