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이성적 사랑과 감정적 사랑
제인 오스틴, 좋아하는 작가들을 꼽으라면 꼭 들어갈 작가이다. 특히 '오만과 편견'은 책으로도 수차례 읽었고, 영화는 한 달 동안 매일 볼 정도로 좋아했다. 나오는 배우들도 좋았으나, 각 인물들이 가진 매력적인 상황과 함께 각자의 오만과 편견이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마음이 통하는 결과가 좋았다.
그래서 제인 오스틴을 주제로 다룬 영화도 보았고, 센스 앤 센서빌리티도 보았다. 그냥 그 시대 당시 여자의 지위가 낮고 자신의 뜻을 펼치기 힘든 환경에서 자신의 글을 써 내려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작가 '제인 오스틴'도 참 좋았다.
오만과 편견을 쓰자면 또 쓸 말이 참 많을 테니, 이제부터는 센스 앤 센서빌리티 이야기로 넘어간다면.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제목처럼 이성과 감성을 의미하며,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두 자매의 이야기다. 언니 엘리너는 차분하고 신중하며, 자신의 감정조차 이성으로 컨트롤하려고 한다. 그리고 둘째 마리앤은 감성적으로 운명의 사랑을 믿고 기다리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두 자매는 각자 사랑을 찾아 마음을 확인하고, 맺어진다. 그게 이 소설, 영화의 줄거리고 전부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각 자매가 사랑을 찾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결말을 맺기까지는 제각각이며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언에 따라 이복 남매인 존에게 모든 재산을 넘기고 조용한 시골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 자매네 가족은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솔직히 여기 나오는 남자들은 다 별로다. 어쩜 다들 그저 그런지... 하지만 그들을 전부 언급하고 하나씩 설명하긴 힘드니 이번에는 패스. 궁금한 분들은 영화를 추천한다.
엘리너는 신중하다 못해 겁이 많은 그 시대의 여자이다. 상대가 다가와도 그저 자신이 정의 내린 '위치'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상대를 우선적으로 생각할 뿐. 그 모습을 보며 사람의 각자 맞는 '위치'가 있는 걸까 싶었다.
자신의 '위치'
사람마다 저마다의 위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돈'과 '직위'로 사람의 위치를 나눌 수는 없다.
이성에 머리를 쓰겠어요.
엘리너의 가슴 아픈 사랑을 본 어머니는 엘리너에게 묻는다.
"네 가슴의 열정은..."
그리고, 엘리너는 답한다.
"이성에 머리를 쓰겠어요."
마리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대사이다.
자신이 감정을 따름으로 생길 '무언가'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의 가족이 상처를 입는 것은 엘리너의 이성은 생각할 수 없다.
사랑은 불모지에서도 자라는 것
마리앤은 낭만적이다. 늘 사랑을 꿈꾸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꿈꾸며 사랑을 위한 희생은 고귀함이라 한다.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배신을 당할 때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한다. 그래서 속이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철부지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엘리너와 다른 면으로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는 참으로 멋지다. 그 당시에는 더욱 억압받던 여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아마 더 힘들고, 눈치를 보는 일이었을 것이다. 어딜 가나 '소문' 특히 '평판'은 바람처럼 빠르니까.
마리앤은 당당하다. "내 마음을 왜 숨겨야 하지?"
그리고 엘리너에게 말한다 "언니 감정은 어딨어?"
항상 양보하고 배려하고 신중하고 품위 있는 언니의 모습은 마리엔에게는 답답할 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난 동생일까 언니일까 생각해봤다. 난 언니였다. 나름 감정 표현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게 때로는 부담스럽다. 때로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아는 것조차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엘리너처럼 내가 가진 것이 남들보다 조금은 부족하다 낮추고 싶지는 않다. 좀 더 당당하게 나를 가꾸고 높여가며 사랑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을 하면서도 내가 온전하게 있을 수 있고, 나를 잃지 않고 상대를 사랑할 수 있다. 마지막 환하게 웃는 엘리너는 자신의 사랑을 전하고 또 받으며, 당당해 보여 더 예뻤다.
그 감정을 그때 그때 솔직히 인정하고 표현하는 사람들은 때론 대단하게 보이기도 하다. 마리앤은 정말 숨김이 없다. 남들이 보던 말던 상대를 잃을 거 같을 땐 붙잡고, 슬프면 펑펑 눈물을 흘린다. 아이 같은 면이 귀엽고 예쁘지만, 가끔은 철이 없어 보여 조마조마하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잡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보는 사람도 또 그 사랑을 받는 사람도 온전하게 위로해주고, 받아줄 수 있다.
어떤 것이 더 옳은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밀고 나가는 게 답일 수도. 다만, 감정에 휘둘려 주위를 보지 못한다거나, 자신을 너무 낮추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니 온전히 자신을 아껴가며, 적어도 마음을 속이지는 말고 사랑하자.
코로나로 인해 좋아하는 사람들도 쉽게 만나기 힘든 요즘, 나를 위로해주는 영화나 책, 그리고 지인들을 통해 건강하게 조금이라도 더 웃으며 건강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