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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닿아 May 19. 2022

답장을 바라는 마음은

서른에게 03

어제 퇴근시간이 마침 애인과 같길래, 반짝 신촌에서 만나서 맥주를 마셨어. 경기도 버스로 1시간 하고도 더 가야 하는 곳에 사는 애인이 공익근무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주말이 아닌 이상 좀처럼 만나기가 힘들거든. 어제는 마침 애인이 멀지 않은 곳에서 스케줄이 끝났고, 서로의 퇴근시간이 오랜만에 겹쳐서 막차 시간 전까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달 가까이 일을 쉬게 되면서, 한동안 애인이 데이트 비용을 다 부담했어. 타이밍이 나쁘지 않게 애인에게는 좋은 일거리가 몇 개 들어왔어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지. 반대 상황이었어도 당신이 그래 줄 것이라 믿는다, 며 흔쾌히 마음을 건네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야. 꽤나 다정한 사랑을 하고 있지? 늦게라도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 다행이야. 조금씩 기운이 나기 시작하는 며칠이다.


어제는 꽤 배가 고팠지만, 둘 다 체중감량을 위해 애쓰는 중이라 양심 상 별다른 안주 없이 맥주만 마시다가 헤어졌거든. 연남을 거쳐 죽 걸어서 집에 돌아오는데 밤공기도 좋고, 술기운도 돌고, 더 놀고 싶은 거야. 오랜만에 라이브 방송을 켰지. 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실 때면 유튜브를 찍거나, 라이브를 하거나 둘 중 하나니까. 왜 그렇게 기록하지 못해 안달이 났는지 몰라. 그것도 꼭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다 흔적을 남기잖아. 그게 좋은가 봐. '이왕 부지런히 기록한 거, 좀 같이 좀 읽어주라, 봐주라.'의 마음이 아닐까 싶네. (ㅋ ㅋ 이쯤 되면 내 취미,, 기록하고 자랑하기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초등학생 때 일기 숙제도 엄청 열심히 했어. 그때는 담임선생님이 일기 검사를 하잖아. 검사를 했다는 표시로 도장을 찍거나 사인을 하거나, 한 마디를 덧붙여 주기도 하지. 나는 그 한 두 문장 정도 되는 답장이 너무 기분 좋은 거야. 그래서 ( ㅋ ㅋ) 암묵적인 강요로다가,, 일기를 다 쓰면 그 아래에 그림을 그려 넣었어. 선생님 캐릭터랑, 그 옆에는 빈 말풍선을 그렸지. 지금 생각하면 그게 너무 웃긴 거야. 그림체만 귀엽지 속뜻은 '한 마디라도 적어줘요,, 이렇게까지 했는데 도장만 찍고 넘길 거예요..?'라는 겁박에 가깝잖아. 참,, 귀엽기도 하면서 아 나는 어릴 때부터 사랑받고 싶어서 애를 많이 썼구나 싶어서 안쓰럽기도 하고 그렇더라.


여튼 그래서 집에 와서도 두 캔 정도를 더 마셨어. 라이브 방송이 재밌었기도 했고, 전공 설명회 연락을 받고 나서 어제 학교 사람들한테 연락을 좀 돌렸었거든. 혹시나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ㅋ ㅋ ) 등을 물으며 겸사겸사 안부를 나눴어. 그중 한 언니와 대화가 길어졌는데 그게 또 꽤나 신나서(?) 술이 잘 들어갔지. 그렇게 술을 생각보다 꽤 많이 마셨어. 당연히 배가 더 고파졌지. 너 그거 알지, 사람이 술이 일정 주량 이상 들어가면 평소에는 얼토당토않은 것도 합리화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평소 같으면 전혀 안 먹을 시간에 '지금 새벽 세시인데,, 두 시간 자고 일어나서 먹나 지금 먹나 상관없지 않을까? 먹고 다섯 시에 자는 거야.'가 가능해진달까. (ㅋ ㅋ  ㅋ) 그래서 어제 나는 새벽 세시 반에 만찬을 즐겼어. 옛날 옛적에 술 먹고 배고파서 사 왔다가 안 먹고 쟁여둔 꼬꼬면 컵라면에다가 식단용으로 사뒀던 김치참치곤약밥바를 야무지게 말아먹고도 식욕이 돌아서 닭가슴살 볶음밥까지 데워서 마저 말아먹었다니까? 행복했으니 후회는 없지만, 비밀 하나 알려줄까? 이 사람 직업 중 하나가 모델이래. (ㅠ)


늦게 잔 것에 비해 일찍 눈이 떠졌는데, 몸은 늘어져서 결국 또 정오 가까이 되어서야 몸을 일으켰어. 어제부터 부지런히 일어나기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새로 알람 어플도 깔았는데 말이야. 하루 만에 무용지물이 됐지만 그래도 내일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래도 오늘 나 간만에 운동에 집중도 잘하고, 좋아하는 카페에 라떼도 사러 가고, 좀처럼 습관을 못 들이던 텀블러도 처음으로 챙겼어. 식사도 가볍게 마치고 여유롭게 펍으로 출근했다. 이 정도면 어제 나는 꽤 즐겁고 후회 없이 놀았던 게 아닐까, 하고 합리화를 해본다. 마음 건강과 몸 건강은 늘 손을 맞잡고 있으니까. 건강히 살아낸 거라 생각할래. 오늘은 펍에 출근해 있어. 생각보다 꽤 분주하다. 어제의 영향으로 맥주는 안 마시려고. 바쁘니까 조금 생각나기는 하는데,, 내가 오늘 몸 건강 생각해야 네가 오래 즐겁게 음주가무 하겠지? 참아준다 ~~~~~ . 흐흐 곧 또 편지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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