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른에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닿아 May 20. 2022

주말전야

서른에게 04

요즘 너의 오전은 어떠하니? 지금보다는.. 일찍 일어나지? (그래야 할 텐데..) 나는 오늘 겨우겨우 열 시 반에 몸을 일으켰어. 그래도 꽤 선방한 편이지? 새로 깔아 둔 알람 어플은 영 신통하지는 않다. 지금껏 만난 제일 좋은 알람은,, 역시 오전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야. (ㅋ ㅋ) 그것만큼 강력한 것이 없지. 잠깐 얘기했던, 반짝 일하고 그만두었던 카페는 근무시간이 12-5시였어서 9-10시 어간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아침 먹고 걸어서 출근하기 딱 좋았었거든. 그때 루틴만큼은 조금 그립달까. 사실 지금도 내가 알아서 잘 일어나면 오전 시간이 다 내 건데, 왜 이렇게 잠 앞에서는 나약한 지 모르겠어. 그치만 늘 애쓰고 있어. 아침형 인간은 못 돼도, 오전을 조금 더 잘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되어 보려고.


일어나자마자 운동을 할까, 하다가 배가 고파서 간단히 식사를 먼저 했어. 이번 달부터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해서 매주 글을 보내고 있는데, 슬슬 다음 달 구독 신청을 받을 때가 다가와서 홍보 글과 신청양식을 만드는데 남은 오전을 보냈다. 벌써 한 시 어간이 되어서 얼른 운동부터 해야겠다.




운동을 마치고 출근 전에 집 근처 카페에 들렀어. 출근해도 커피는 내려 먹을 수 있지만 내가 여기 라떼를 너무 사랑하거든.. 생각보다 볕이 꽤 센 날이라 걸어서 출근하면 많이 더울 것 같아 걱정이긴 한데, 야외 바 자리에 앉아있으니 바람이 선선히 불어서 괜찮지 않을까 싶어. 우선 여기서 시간 흐르는 걸 보고.. ! 너무 집중해버리면 버스 타지 뭐! 오늘도 기분이 꽤 좋다. 벌써 금요일이 온 것도 그렇고. 메일링 있지, 생각보다 연이어 구독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놀랐어. 요즘 원체 질 좋은 뉴스레터들이 많잖아. 그중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 것도 꽤 있고. 나도 받아보는 것 중에 구독료를 내고 받아보는 게 하나 있거든. '롱블랙'이라고 일요일을 빼고 매일 아침마다 읽을거리를 보내줘. 각 이야기가 24시간씩만 열려 있어서 제시간에 읽어주지 않으면 메일이 닫혀버려서 따로 돈을 내고 봐야 한다는 점도 재미있어. (제시간에 읽었다면 기록으로 남아서 다시 찾아볼 수 있다!) 매력적인 브랜드를 인터뷰하거나, 그곳이 경쟁력 있는 이유를 재무제표와 함께 보내주기도 해. 신문도 TV도 좀처럼 볼 일이 없어서 트렌드에 둔감한 나에게는,, 아주 도움이 된다. 또 아침 시간에 오다 보니까 잠도 깰 겸 눈을 뜨면 롱블랙부터 읽는 게 작은 습관이 되었어. 이런 곳도 한 달에 4900원 밖에 안 받거든. 그래서 나도 처음에 책정해두었던 가격을 3분의 1로 줄였어. (ㅋ ㅋ) 그럼에도, 몇 번의 클릭과 검색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세상에서, 질 좋은 커피 한 잔 값, 맥주 한 캔 값을 내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게 참 고맙다. 사실 오늘 라떼도 그 덕에 마셔. 너무 맛나다,, 흐흐.


결정했다. 걸어서 출근해야겠어. 바람도 불고, 여기 더 앉아있다가는 등이 탈 것 같거든.

(오늘 크롭 반팔티 입은 사람)


유월 수신인(구독자)에게 가는 구독 확인 메일 중 일부.

출근을 했고, 전시 초대권을 포장하느라 손이 바빠. 주말에 일하시는 파트타이머 분이 프랑스 분인데, 일을 배워야 해서 나도 출근 3일 차지만 열심히 알려 드렸어. 전시라, 막상 가면 재밌게 보게 되지만 그렇게 취미는 없는 편이야. 그런데 큐레이팅은 해보고 싶다? 현장에서라기보다는, 오디오 가이드 녹음을 해보고 싶어. 그 도슨트 해주는 장치 있잖아. 2년 전 즈음 첫 메일링을 할 때였나. 스무 살 적 사진 동아리를 했었는데, 거기서 만난 친구 둘이랑 같이 팀을 꾸려 반년 조금 넘게 함께 했었거든. 그 기억이 좋았어서 지금 다시 혼자 메일링을 만든 거기도 해. 한 명은 그림을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사진을 찍어서 일주일에 세 통, 그림&글 - 글&목소리 - 사진&글 이렇게 메일을 보냈었다. 이름은 <긴급휴식문자>. 한창 코로나가 시작되고 긴급재난문자가 수시로 울려대던 때였거든. 메일을 받는 순간만큼은 무조건 쉬어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었던 이름이야. 한창 함께 일을 하던 해 여름에, 다 같이 제주에 간 적이 있어. 그때 전시 관련해서 우리끼리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랐던 적이 있는데,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어느 새벽의 이야기로 남았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전시에 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워서, 공부해야 할 게 엄청 많겠구나 싶은 마음에 엄두를 못 냈던 것 같아. 누가 한 명이 팍 나서야 이야기가 마저 진전됐을 텐데, 그것도 아니었고. 아, 그러고 보니 내일 얘네를 오랜만에 만나. 그림 하는 친구가 춘천이 본가라 그곳에 쭉 살았는데, 최근에 세검정 쪽으로 방을 구해 나왔거든. 집들이 겸 친구의 첫 자취를 축하하기 위해 다 같이 모이기로 했다. 타코야끼랑 야끼소바 해준대. 흐흐 일본 맥주로다가 한 박스 사 가려고.


초대권 포장을 마치고, 얼레벌레 있으니 조금 있으면 마감할 시간이다. 집 도착해서 한 주 정리하고, 느지막이 도착할 애인과 맥주 마시고 나면 주말이 시작돼. 일요일에는 동생 생일이라 본가에 들를 것 같네. 평일과 주말 구분이 잘 없는 생을 살다가 주말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니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새롭고 재밌기도 해. 주말 내 잘 쉬고, 또 다음주를 부지런히 살아가야지. 또 편지할게! (주말은 쉴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답장을 바라는 마음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