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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Mar 27. 2022

병사 월급 200만원 실현이 어려운 이유

국방개혁과 간부 확보와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

대선 기간 동안 20대 남성들의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은 주요 공약 이슈 중 하나였다. 병사 월급 200만원도 윤석열 당선인을 비롯해서 여러 후보들이 앞다퉈 다뤘다. 짧은 군 경험에 비추어도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지기에 이에 대한 문제점을 글로 썼다.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이 달갑지 않은 이유'반응은 즉각적이었고 지금까지의 글 중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듯하다. 


댓글 하나하나에 다시 의견을 추가할까 했다가 이 글로 대신해보려 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덜기 위해 먼저 나는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어떠한 정치적인 지향점도 없음을 밝힌다. 어디까지나 200만원이라는 공약이 현실성이 없는 이유에 대한 개인적 의견임을 참고해주길 바란다.


병사 월급여 200만원은 20대 남성들만 강제로 병역을 이행하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보상책으로 제기되었다. 2년의 청춘을 바쳤는데 보상은 커녕 그나마 있던 가산점도 없어진 상황이라 많은 호응을 얻었다. '병역을 이행하는 이들에게 최소한 최저임금은 주자'라는 공약은 직관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냥 최저임금을 계산해서 주면 끝날 것 같은 쉬운 내용이지만 우리 군의 현실을 돌아보면 절대로 쉬운 공식이 아니다. 국방개혁 과제만 보면 200만원 공약의 현실성이 드러난다.


국방개혁 과제: 간부화

국방개혁의 핵심은 부사관 양성이다.

우리 군은 21세기 들어 국방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 표에서 보듯이 2030년까지 국방개혁의 목표는 병사 수는 1/4가량 줄여서 슬림화 하는 동시에 부사관 인원을 크게 늘려서 군 허리를 튼튼히 하면서 전문화를 꾀하는 것이다. 현대전에 맞는 개혁과제이며 저출산으로 입대 자원이 부족해지는 우리에게는 당면 시급한 문제이기도 하다. 


병장과 하사를 한번 비교해 보자.

2022년 기준 병장은 월 급여 50만원 하사는 기본급 170만원이다. 하사가 여러 수당이 더해질 수 있지만 세금 등 공제를 제외하면 실 급여는 150만원 남짓이다. 의무복무기간은 육군 기준 일반 병은 18개월, 하사는 48개월(4년)이다. 

이런 상황에서 18개월 근무하는 병사 급여를 200으로 올린다고 해보자. 누가 부사관을 지원할까? 돈도 더 적게받으면서 고되고 책임은 많으며 의무복무기간도 2배가 넘기 때문에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 병사 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 지금도 군은 부사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미 2018년 육군 하사 충원율은 70% 선에 그치고 있다. 사실상 정상적인 임무수행이 어려운 수준이다. 다른 직업에 비해 매력이 없으니 당연히 경쟁률도 낮다. 이런 상황에서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인상하면 부사관 수급률은 얼마나 떨어질지 예상아 되지 않는다. 여군이 되기 위해 지원하는 여성 말고는 남성이 부사관을 지원하는 메리트는 전혀 없어진다. 복무기간도 긴데 급여도 낮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출처: 서울신문>


부사관 수급 문제만이 아니다.

국방개혁안을 보면 장교 인원은 2030년에도 큰 변동이 없다. 지금과 같은 숫자의 장교단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엘리트 장교 배출은 각 사관학교가 담당하는데 그 인원은 연간 몇백명 수준이다. 육사와 3사 임관 인원을 합쳐봐야 600명 남짓이다. 연간 5,000여명의 초임장교가 필요한데 그중 상당수는 4,000여명의 학군장교로 채우고 있다. 

연도별 복무기간 차이와 ROTC 경쟁률

과거 병사의 의무복무기간이 30~36개월일 때는 ROTC 경쟁률이 치열했다. 짧은 복무기간, 급여 그리고 간부라는 직책이 주는 메리트가 분명했다. 하지만 병사의 복무기간이 줄어든 지금 경쟁률은 바닥을 향하고 있다. 여기에 소위 1호봉이 175만원 중위 1호봉이 195만원인 상황에서 병사 급여를 200만원으로 책정하면 장교로 지원할 메리트는 더더욱 없어진다. 지금도 졸업 후에 임관해서 취업경쟁에 불리함으로 인해 인기가 시들고 있는 마당에 복무기간도 길고 급여도 낮아지는 상황이라면 그 많은 책임과 부담을 감수하며 장교를 희망하는 인원은 그리 많을거라 생각되지 않는다. 경쟁률이 낮다는 의미는 인재 수급이 어렵다는 소리와 같다. 적절한 인재 수급 없이 전문화된 간부로 국방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계획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군 간부 수급을 위해서 병사의 처우를 낮게 유지하거나 외면하자는 소리가 아니다. 군 복무에 대한 보상으로 200만원 급여를 무턱대고 시행하는 경우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마주하게 된다. 병사 급여 200만원을 결정했을때 최소한 지금 만큼의 간부 자원을 확보하려면 하사와 소위 월급을 얼마로 책정해야 할까? 그들의 복무 기간은? 


의무복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딱 떨어지는 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의무복무에 대한 보상을 단순 급여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고는 말할 수 있다. 그들의 나라에 대한 희생과 헌신 그리고 봉사를 사회가 어떻게 보상할지에 대해서는 더 많고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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