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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Apr 12. 2024

정체불명의 바다 이름. 동해.

아마추어적인 접근법의 폐해

동해.

한반도 동쪽에 있는 바다.

국제적으로는 일본해(Sea of Japan)으로 불리며, 최근 East Sea와 병기되고 있는 바다.

일본과 첨예하게 다투는 지점으로 독도 영유권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일본해 속에서의 독도와 동해 속에서의 독도는 그 시작점부터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로써는 양보할 수 없는 명칭이다.


하지만, 아마추어적인 시작으로 인해 오히려 독도 영유권 문제를 더 불명확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그럼 지금부터 동해 명칭이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보자.



바다 이름을 동/서/남/북 방위만 붙여 국제적으로 부르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보통 바다이름을 지을 때는 그 바다의 특징이나 주변 지역의 이름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서해의 경우 황하 등의 영향으로 인해 누런 빛깔로 인해 황해(Yellow Sea)로 불리고 있다. 국제수로기구 공식명칭도 황해다. 비슷한 경우로 중동의 홍해(Red Sea)가 있다. 홍해도 산호초 등으로 인해 붉은빛을 내어 붉은 바다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다의 구체적인 특징이 없는 경우에는 주변 지형의 이름을 붙인다. 가령 남중국해(South China Sea), 동중국해(East China Sea)나 걸프해(Gulf Sea) 등이다. 일본해(Sea of Japan)도 이 범주에 속한다.

주변국과 영토(영해)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남중국해

이외에 아문센해, 솔로몬해 등 발견자의 이름을 붙이거나 방위로 표기하기도 한다. 영국 위쪽의 유전으로 유명한 북해(Norh Sea)가 대표적이다.

영국(England) 북부에 위치한 North Sea

그러나 지명을 포함하지 않는 방위 단독표기는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지 않는 방식이다. 왜냐하면 그 이름만 보고 그 위치나 특성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영국입장에서는 북쪽의 바다이지만 인근 다른 나라에서는 서쪽 또는 남쪽 바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동해로 돌아와 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동해로 지칭해서 인지할 수 있는 위치이지만 일본에서 보면 서해, 러시아에서 보면 동남해가 될 수도 있다. 대만 입장에서 보면 동북해 정도가 되지 않을까? 따라서 이를 구체적으로 표기하고 국제적인 이해를 얻기 위해서라면 동한국해 또는 동한반도해 등의 영문표기가 바람직하다.



고지도에서도 조선해 또는 동조선해 등으로 확인된다.


역사적인 영유권을 확인하고 이를 증빙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 고대 지도 등의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동해를 조선의 바다로 보고 이름 붙인 지도는 지금도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이런 지도가 발견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봐, 과거부터 동해가 맞는 지명이야' 하고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그럼 조금만 관점을 바꿔서 외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보자. 한국의 역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은 조선의 바다가 왜 동해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조선해와 동해의 상관관계를 전혀 이해하기 힘들다. 오히려 일본해가 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명칭이 되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고지도를 들고 동해 명칭에 대한 우리의 정당성을 외국인들에게 이해시키려면 조선의 역사와 우리나라 고유의 방위 표식에 따른 호칭 방법 그리고 일본과의 역사 등 장황한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줄 이가 얼마나 될까?


지도 한 장 만으로 직관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과거 이름을 활용하는게 바람직하다. 조선해(Sea of Corea) 또는 동조선해(Estern of Corea Sea) 등으로 표기되어온 동해는 국내적으로는 동해도 지칭하더라도 국제적 영어 표현으로는 한국해(Sea of Korea) 또는 동한국해(Eastern of Korea Sea)로 표기하거나 한반도해(Korean Peninsula Sea or Sea of Korean Peninsula) 등으로 표기해야 직관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영국의 세닉스(Senex)가 1720년에 제작한 「아시아 지도」
다카하시 가게야스가 1809년에 제작한 「일본변계략도」
‘안토니오 자타의 세계지도’(1779년)



전문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본해 일색이었던 세계지도에 동해라는 이름을 알린건 사이버외교사절단인 반크(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의 노력의 결실이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동해는 분명히 우리나라에서 명확한 바다 명칭이다. 우리나라 사람 누구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레 동해에 대한 명칭을 요구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관점이라면 우리는 황해 Yellow Sea도 서해(West Sea)로 변경하거나 병기해야 한다는 운동도 함께 해야 한다. 그리도 국제적으로 동중국해 일부로 보고 있는 남해에 대해서도 싸워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목소리가 국제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영국정도의 전통적인 강대국 지위이거나 국제수로 명칭을 개칭하고 이를 문서로 발간해서 국제적으로 통용시킬 수 있는 권위가 없는 한 요원한 일이다. 오히려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다. 가령 대만이나 싱가포르가 자국 주변 바다를 동서남북으로 표기해서 국제적 명칭으로 불러주길 요구하는 경우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이미 돌이키기 먼 길을 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른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동해 속에 있는 독도 보다 한국해 속에 독도가 있는 것이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누구의 땅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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