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까?

조금의 자율을 주는 것이 사용자를 모으는 열쇠일지도 모른다.

by 순록씨


1.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그림자


'알고리즘'이라는 말은 본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확한 절차나 규칙의 집합을 의미하는, 다소 건조한 단어였다. 요리 레시피나 수학 공식처럼, 정해진 순서를 따르면 누구나 같은 결과를 얻게 해주는 도구였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유튜브 알고리즘이 오염됐다" 고 말할 때,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현대의 알고리즘은 우리의 클릭 하나, 잠시 멈춘 시선 하나까지 데이터로 흡수하여 우리의 취향과 욕망을 예측하고, 우리가 다음에 원할 콘텐츠를 눈앞에 대령하는 영리한 집사와 같다.


이 똑똑한 집사 덕분에 우리의 디지털 세상은 지극히 편안해졌다. 굳이 무언가를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알고리즘은 내 취향에 꼭 맞는 음악과 영상, 상품들을 끊임없이 추천해 준다. 그러나 우리는 이 편안함의 대가로 무엇을 내어주고 있는가?


2. 관성의 삶, 그리고 '바나나 껍질'의 미학


알고리즘이 깔아준 레일 위에서 우리는 '관성'에 따라 살아간다. 어제의 내가 좋아했던 것을 오늘의 나도 좋아할 것이라는 예측 속에서, 우리는 안전하고 익숙한 세계에 머무른다. 비슷한 생각,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에 확신을 더해주곤 한다. 과거 스타크래프트에서 필승 전략이라고 믿던 테크트리를 매번 반복하는 느낌. 요즘은 플랫폼이 제시하는 '큐레이팅'도 미학으로 여기고 스포티파이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큐레이팅의 질이 서비스 선택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1d118cd2-ed5b-4c52-bf89-999a70917c89 카트라이더의 아이템 상자


하지만 삶의 진정한 재미와 성장은 때로 예기치 못한 '아이템 상자'를 먹는 순간에 찾아온다.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골목길의 작은 서점, 친구의 추천으로 마지못해 따라간 공연에서 만난 인생 밴드, 실수로 클릭한 다큐멘터리에서 얻은 새로운 영감. 이러한 우연한 발견, 즉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우리의 세계를 확장하고 생각의 틀을 깨는 소중한 경험이다.


그렇지만 어쩔 때는 그 바나나 껍질을 밟아버릴 때도 있다. 누군가의 의도가 담긴 바이럴 마케팅에 당하거나 댓글 알바들에 속을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가 설계한 일방통행을 걷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렴 어떤가. 어제와 같은 삶은 안락함을 준다.


3. 알고리즘을 '선택'하는 서비스의 등장


사용자들은 점차 알고리즘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이 안락한 관성에서 벗어나 낯선 세상과 마주하고 싶다는 욕구가 싹트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바로, 사용자가 자신의 디지털 경험을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선택하는' 서비스이다.


이는 자동차의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나 '에코'로 바꾸듯, 나의 정보 소비 모드를 능동적으로 전환하는 경험과 같다. 알고리즘에 의해 이끌려 가는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자신의 목적에 맞게 알고리즘을 도구로 활용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날 것이다.


쇼츠나 릴스에도 플레이리스트라는 개념이 생기고 나의 선택이 일부 개입되어 '나는 내가 선택하는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다' 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4. 3장의 알고리즘 카드


만약 우리에게 이런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나는 매 순간 3장의 '알고리즘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하여 나의 디지털 세계를 탐험하는 시스템을 제안한다.


3장의 카드 중 어떤 카드를 선택하는 지에 따라서 그 다음 콘텐츠가 결정된다. 사용자는 주도권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이상형 월드컵을 하는 기분일 것이다.


이러한 선택의 행위는 단순히 콘텐츠를 고르는 것을 넘어, 오늘 나의 하루를 어떤 태도와 관점으로 채울 것인지를 결정하는 주체적인 행위가 된다.


사실 지금도 유튜브에는 '관심 없음' 을 표시하거나 스포티파이에는 '추천하지 않음' 으로 내 알고리즘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콘텐츠를 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가끔은 내 눈으로 정말 '내가 그 콘텐츠를 좋아하는 평행세계'가 사라진 세계선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때 선택권은 단순히 소비 경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마치 새로운 세계선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 현실의 나와는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어떤 음악, 어떤 영상,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를 경험하는 것.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 충족을 넘어, 나를 둘러싼 세계를 재발견하게 하고, 내가 몰랐던 나 자신의 가능성까지 비춰준다.

알고리즘 카드 시스템은 결국 ‘기술이 나를 이끄는가, 내가 기술을 이끄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주도적 선택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스스로 세계를 설계하는 탐험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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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의 기분에 따라 콘텐츠를 선택하는 알고리즘 커스터마이징의 시대는 곧 찾아올 것이다!

내가 오늘 보고 느낄 것들을 가볍게 선택할 수 있는 트렌드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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