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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 Nov 27. 2021

라스베이거스의 한국식 "Thanksgiving Day"

서로의 가족이 되어주는 자리

미국에서 산지도 어언 2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옛날식 표현처럼 "'타향살이"니 "이방인"이니 하는 것들을 이 시대에 운운하는 것마저도 어색하고 뒤떨어져 보인다. 새삼스럽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반쯤은 미국에 반쯤은 한국에 걸친 채로 살고 있는 나를 연민스럽게 볼 필요는 더욱더 없다.

필요한 것이나 갖고 싶은 것들을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으며,  인터넷으로 얼굴 보며 그리운 사람들과의 통화도 어렵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작지 않은 국가적 위상과 문화 콘테츠는 여기 라스베이거스도 나를 외로운 이방인으로 놔두지는 않는 듯하다.


하지만 이 Thanksgiving 이 항상 문제다.

11월 후반쯤 한 해의 수확과 건강을 감사하기 위해 온 가족이 모여 한국의 추석처럼 먹고 모여 축하와 감사를 하는 자리.

나는 이 Thanksgiving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늘 고민에 빠진다.

가족이 눈물 나게 그립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하루쯤은 조금 떠들썩하게 모여  큰 소리도 나는 그 한국의 추석이 그립다. 

'늘 웃으며 시작해 누군가는 화를 내고 싸움으로 번지곤 하는 가족만이  느끼는 그 끈끈한 번잡스러움이 그리워질 줄이야.'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가족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니 우리는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주기로 했다.

우리는 함께 모여 Thanksgiving Day를 보낸다. 서로가 함께 있음에 감사하면서.

우리의 Thanksgiving Feast는 반은 미국식으로 반은 한국식이다.

칠면조 대신 우리에게 만만한 치킨을 우리는 선호한다. 칠면조는 크기는 어마 무시해서 요리하는데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고 무엇보다 늘 텁텁한 맛에 질긴 것이 영 한국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다. 대신 우리는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이나 햄을 대신한다. 사이드로는 으깬 감자와 파이를 준비하고 나머지는 거의 한국음식으로 채워진다. 각 가정에서 음식을 하나씩 해오면 금세 푸짐한 한 상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한국식 "Thanksgiving Feast "다


이렇게 푸짐하게 저녁을 먹은 후엔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윷놀이를 하거나 어른들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딱히 한국의 문화니 정서를 알려주려는 거창한 목적보다는 우리는 우리가 그리운 것들을 찾아 즐기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인지 아님 타향살이 때문인지 옛 것은 더욱 선명해지고 또렷해지는 기억 탓에 어린 시절 한국으로 빠져들곤 한다. 

나는 이제 곧 친구 집으로 향할 것이다. 우리는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웃고 떠들고 가벼운 게임을 할 것이다.

하지만 싸움으로 끝나지는 않을 우리들만의 이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식 "Thanksgiving"을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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