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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SHK May 14. 2023

왜 이누이트족은 북극에 살면서도 피부가 하얗지 않을까

도서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

저자: 조지프 헨릭, 하버드 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 교수


우리 인간은 어떻게 성공한 종이 되었나?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종에 비해 생태계에서 우세한 종이라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하나의 종이 생태계에서 우세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을 종의 성공이라고 부른다면, 우리 인간은 생태계에서 성공한 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려준것 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신체적 능력은 아닙니다.

야생의 평범한 침팬지와 지구 최강의 격투기 실력자가 제대로 맞붙는다면  

침팬지가 아주 가뿐하게 인간을 반으로 접어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오래 달리기처럼 호모 사피엔스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특정 분야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신체적 능력은 상당히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타고난 지능이 뛰어나서 성공한 것일까요?


인간은 타고난 지능이 뛰어나서 성공한 것일까?

- 영국의 한 탐험대 이야기 -


1845년 영국의 한 탐험대가 북극 지방을 탐험하기 위해 떠납니다. 해군 장교 존 프랭클린 경의 지휘 아래 105명의 선발된 대원들은 2척의 쇄빙선과 5년치 식량을 싣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갑니다. 이들 모두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북극 항로 탐험이라는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진 문명화된 지능을 가지고 있는 탐사대원들이었습니다.


탐험대는 북극의 유빙 사이에 배가 갇히게 된 후, 배를 버리고 직접 탐사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우수해 보였던 탐험대는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낯선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바닷물이 섞이지 않은 담수를 구하는 방법,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방법, 이글루를 만드는 방법 등 탐험대 중에 생존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뇌는 충분히 컸고 인원도 많았지만 낯선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는 지능 속에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105명 전원은 아무도 귀환하지 못했고, 그들과 마주친 이누이트족 증언들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는 사람의 팔다리를 들고 다녔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탐사대가 서로의 인육을 먹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합니다.


반면 이들과 다르게 성공적으로 탐사를 마치고 귀환한 탐험대들도 있었습니다. 성공한 탐험대들의 공통점은 현지에 사는 이누이트족으로부터 지식을 전수받았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하면 식수를 구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바다표범을 사냥해서 식량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이글루를 만들어 혹한을 피할 수 있는지를 배운 탐험대들은 임무를 마치고 성공적으로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낯설고 혹독한 환경에 놓였던 사람들 모두 비슷한 지능을 갖추고 있었지만 문화적 지식을 전수받은 사람들은 살아남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생존하지 못했습니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를 성공하게 만든 건 선천적으로 타고난 지능 때문이 아니라 문화적 학습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공의 열쇠, '문화적 학습'

독일의 한 진화인류학연구소에서 침팬지 100여마리, 두살반쯤된 어린 아기 100여 명, 오랑우탄 30여 마리들을 데리고 인지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공간에 관한 능력, 수량에 관한 능력, 인과관계에 관한 능력 등에서 침팬지, 오랑우탄과 두살반된 아기는 점수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일부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에서는 침팬지가 더 우수하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테스트에서 아기들이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학습' 분야였습니다. 사회적 학습에 관한 테스트는, 예를 들면 먹을 것을 길고 좁다란 곳에 넣어두고 어떻게 꺼낼 수 있는지 보여준 후 이를 똑같이 모방해서 문제를 풀게하는 것인데 아기의 사회적 학습 능력은 탁월했습니다. 아기들의 점수는 침팬지나 오랑우탄과는 비교가 힘들 정도로 현격한 차이로 높았습니다.


저자는 사회적 학습에  주목하며 이보다 세밀한 개념으로 문화적 학습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문화적 학습은 인간이 자라는 문화권 속에서 부모, 선생님, 손위 형제자매, 명망가 등의 행동을 모방하고 학습하여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학습이 세대를 거쳐 누적되어 특정한 인간 행동 양식을 만들어내는 것을 문화적 진화라고 합니다. 유전적 진화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생각하는 개념니다.

인간의 문화적 진화와 유전적 진화는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인간의 진화를 이끌어왔고, 문화적 진화가 유전적 진화를 이끄는 촉매제가 되는 사례에 주목합니다.

문화적 진화가 유전적 진화를 이끄는 사례 설명을 위해, 우선 지난 1만 년에 걸쳐 인간의 피부색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부색이 다른 이유

인간은 자외선을 과다하게 받을 경우 몸 속의 엽산이 파괴되어 생식활동 및 태아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간은 어두운 빛깔을 띠게 하는 멜라닌 색소를 통해 자외선 유해성을 막는 자연선택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일조량이 많은 적도 지방에 가까운 사람들은 피부색깔이 까만 후손들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외선을 차단하게 되면 비타민 D 합성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비타민 D가 부족하게 되면 구루병에 걸려 골격변형, 골절 등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조량이 적은 극 지방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멜라닌 색소가 적은 쪽으로 자연선택이 이뤄져 왔습니다. 자연히 고위도에 사는 사람들의 후손들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점차 옅은 색 피부색깔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조량이 많은 저위도 지방에는 멜라닌 색소가 풍부하여 짙은 색깔의 피부를 가지게 되었고 일조량이 적은 고위도 지방에서는 멜라닌 색소가 적어 옅은 색의 피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을 위해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일 종임에도 불구하고 사는 곳의 일조량에 따라 피부색깔에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일조량이 매우 적은 극지방에 살면서도 피부가 하얗지 않고 황갈색의 빛깔을 띠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누이트인들입니다.


왜 이누이트족은 북극에 살면서도 피부가 하얗지 않을까?

극 지방에 가까운 고위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밝은 색 피부를 자연선택하였는데,

비타민 D는 자외선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서 섭취할 수 있습니다. 이누이트족의 식단은 대부분 생선이나 고기인데 이들의 식단에는 비타민 D가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이누이트족은 자외선으로부터 비타민 D를 합성할 필요성이 낮았고 멜라닌 색소를 줄여 피부색을 옅게 만들 필요도 없었습니다.


반면 북유럽의 발트해 근처에서는 6,000여년 전부터 농경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식단은 곡물로 이뤄지게 되었고 생선의 섭취가 줄어들면서 비타민 D 합성은 음식이 아닌 자외선을 통해서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후손은 피부색이 점차 옅은 빛깔을 띠게 되었고, 오늘날 북유럽 지역 사람들은 매우 옅은 피부색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어떤 것을 먹느냐하는 식단의 차이가 오랜 시간에 걸쳐 피부 빛깔의 자연선택에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식단이라는 문화적 요소가 인간의 피부색이라는 유전적인 형질에 영향을 준 셈입니다. 이러한 예가 바로 문화적 진화가 유전적 진화에 영향을 주는 경우이고, 이를 문화-유전의 공진화라고 부릅니다.


인간을 완성하는 것

아기나 어린이들은 자신이 본 받아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빠르게 간파하고 부모, 선생님, 손위 형제자매 등 따라야 할 대상이라고 판단하면 스펀지처럼 그 행동들을 모방하고 학습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학습은 너무나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심지어 불필요한 행동이나 습관까지도 모두 따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아기들이 부모나 어른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따라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고 그래서 아기나 어린이들 앞에서도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나 봅니다.


문화적 학습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다른 종에 비해 탁월하게 갖추고 있는 능력이고 문화적 요소가 때로는 유전적 진화에도 영향을 줍니다.

문화적 학습의 힘은 인간을 우세한 종으로 만든 열쇠이기도 하고 앞으로 계속 인간을 발전시키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간을 만드는 것은 유전자이지만 인간을 완성하는 것은 문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문화 속에서 어떤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지가 정말 중요한 것인데 가끔 그 중요성을 잊고 지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좋은 문화라는 것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주는 유산이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문득 다음주 출근을 앞두고 꼰대 문화나 갑질 문화 등 나쁜 문화를 없애는 것은 인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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