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사람을 만납니다.
'사람'은 제품을 만들고, '사람'이 제품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얕은 상술과 말재간이 아닌,
사람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먼저 보고 싶어요.
진심을 다해 하루를 사는 나와 같은,
또다른 '나'의 이야기.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크라우디 에디터 전지은입니다.
세계 여기저기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국내 3D 프린트 소재 및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 그래피.
심운섭 대표를 만나봤어요.
3D 프린트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과 망했으면, 허허허.’ 하며 못 들은 척하던(^.^) 에디터를 포함한 많은 문송한 여러분들.
이 인터뷰가 여러분의 시야를 활짝 넓힐 선물이 되었으면 해요.
유노윤호 못지 않은 열정과 자신감을 내뿜는 대표님에게 집중하다 보면, 일상 생활에 지쳐 사그라들었던 열정이 다시 불붙을 수도 있어요.
에디터의 짧은 소회, 이제 시작해보겠습니다.
(이하, 편의를 위해 필자는 ‘크’, 인터뷰이는 ‘심’으로 표시합니다.)
크: 안녕하세요? 크라우디 에디터 전지은입니다. 대표님을 글로 만나보게 될, 독자분들께 짤막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심: 안녕하세요, 다이렉트 프린팅 교정 장치와 영구 치아 소재까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주식회사 그래피의 대표 심운섭입니다. 그래피는, 3D 프린팅 소재·장비·S/W까지 토털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으로서, 현재 세계 1위부터 10위까지의 3D 프린트회사와 재료 계약 체결을 맺는 등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산타클로스 머신’,
무조건 해야 하고, 잘 될 수 밖에 없다는 확신.
크: 으으. 4차 산업 혁명이다, 3D 프린터다, 뭐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라 사실 어려워요. 대표님은 3D 프린터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신 건가요?
심: 음, 3D 프린터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인력이나 시간 등 비용을 단축해서 말이죠.
저는, 회사 생활을 20년 이상 해오면서 3D프린터 뿐 아니라 CNC의 제작부터 판매까지 많은 경험을 쌓아왔어요. 3D프린터와 CNC(밀링 머신). 다른 게 아니거든요. CNC를 잘 알아야 3D프린터를 잘 만듭니다. 이 밀링 머신으로 주로 실제 워킹파트를 만들어요. ABS나 폴리카보네이트 등 실제 사용되는 소재를 만들어 내기 위해 금속을 깎아낸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런 (사무실 내에 있는) 일반 정수기 크기의 금형을 하나 만들려면 초기에 10억 정도를 투자해야 합니다. 일반 기업들은 해당 제품이 1000대 팔릴지 100만 대 팔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도를 할 수 없는 거예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깨지는 겁니다.
크: 아, 그런 경우에 3D프린터로 작업하면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다! 이 말씀 하시려는 거죠? (반짝)
심: 그렇죠, 3D프린터의 장점은 이 때 발휘됩니다. 기업이 직접 만들면,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 사이로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재료에 따라 물론 비용이 달라지겠지만 훨씬 저렴해진다는 거죠. 이해하기 쉽게 비용적 측면에서만 말했지만, 3D프린터는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어요.
크: 저는 필링을 선택해서 오레오를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는 3D 프린터 개발에 대한 기사 읽은 적 있어요. 대중화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으흐흐)
심: 하하. 앞으로 저희 회사를 통해서도 끝내주는 것들이 많이 나올 겁니다. 음, 코 높이나 모양에 콤플렉스를 갖고 계신 분들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죠. 코 성형 보형물의 경우에도 3D 프린터에 저희가 개발한 체내 삽입에 안전한 소재를 사용해서 가장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다른 보형물들도, 여자분 앞에서 말하기 그렇지만.
크: 앗, 하하하. 가슴 보형물 말씀이신 거죠? 편하게 말씀해 주셔요.
심: (웃음) 대부분 기성품으로 맞추다보니 부작용이 많이 발생해요. 3D 프린터를 사용하면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체형과 체질에 잘 맞게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이 보형물 시장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면 안 되는 게, 유방암 등으로 절제를 하신 분들은 상실감이 크거든요. 심미적이면서도 안전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인류를 위해서 3D 프린터와 그 소재의 개발은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죠. 또 다리가 부러지거나 했을 때, 티타늄 핀을 박는데.
크: 아, 저 손목이랑 팔꿈치에 그거 했어요!! (네 다음 TMI...)
심: (웃음) 핀 빼는 수술도 하셨습니까? 다시 빼는 수술 하기 망설여지잖아요. 제거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소재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겠어요? 혹은 뼈가 아예 재생 불가하게 된 환자들을 위해 뼈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을 만든다면. 다시 또 강조하지만,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 사람들에게 3D 프린터와 그 소재의 발전과 개발이 필요없냐. 아니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거죠.
(이 사업이) 될까, 안 될까가 아니라, (이 사업은) 무조건 되는 거고 해야 하는 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발명가를 꿈꾸던 소년,
프린터 전문가로.
크: 대표님의 인터뷰 촬영*을 지켜보며, ‘안 될 거’라는 주변의 부정적인 인식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달려오셨다는 게 대단해보였어요.
(*그래피의 기술 소개 및 창업 스토리와 관련한 인터뷰 영상도 업로드 될 예정이다. 참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심: 네, 정말 주변에서 다 ‘안 될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아까 언급한 사업성에 대한 확신, 또 제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나 기술적인 노하우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겨냈고, 목표대로 진행해 올 수 있었습니다.
크: 그렇게 목표를 추진하는 데에 대표님의 어떤 특별한 성향 혹은 상황이 있을까요?
심: 음… 제 어린 시절 꿈은 발명가였습니다. 오늘날과 달리 당시에는, 흔한 꿈이었죠. 아, 제 아들에게 드론도 만들어 준 적 있어요. 부서지긴 했지만. (웃음) 그간의 프린터 산업 분야에서의 판매, 경영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3D프린터가 제 적성과 너무 맞다는 걸 알게 됐죠. 처음엔 3D프린터 제작 자체가 목표였어요. 외국 회사와 같이 협업해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외국 회사라는 한계와 내부 보안 이슈 때문에 제가 원하는 ‘니즈’에 맞는 소재 개발을 못하게 됐죠. 저의 여러가지 노하우를 접목시키기만 하면 되는데. 그러한 문제들의 제약을 받았고, 그래서 그래피를 시작하게 됐네요.
크: 혹시 대표님의 전공을 여쭤봐도 될까요?
심: 저는 정보처리쪽입니다. 음, 흔히들 말합니다. 3D프린트 소재는 화학자들이 만들어 내는 거 아니냐고. 그럼, 군인들이 총 만들고 요리사가 농사지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웃음) 그 내용은 전혀 다른 이야기고. 유명 케미스트들도 3D프린터 전문가와 같이 협업을 해서 소재를 만들어냅니다. 그냥 무턱대고 소재를 만들어서는 3D프린터용으로 도저히 쓸 수 없는 거죠.
크: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래피를 이끌어 오시며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심: 저는 지구상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프린트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판매도 해봤거든요. 프린트마다의 특성을 다 알고 있어야 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재료는 어떤 장비와 어울리고, 어떤 재료는 어떤 기술과 어울린다는 걸 알고 있어야 재료 개발에 목표성을 띠게 되는 거죠. 저같은 경우는 재료 개발이나 목표성, 또 재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설비나 투자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본적인 투자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본적 투자를 일으킬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느냐가 저한텐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이를 극복 못한다면 기업 유지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정말 다행히 저희 아이템인 디지털 깁스를 신용보증기금에서 ‘너무 좋다’며 바로 5억원을 지원해주셨어요. 설립된 지 4개월만에 5억 투자를! 일반적인 스타트업들은 그렇게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 (웃음) 풍족하지 않은 자본 제약하에서 이 정도의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대해 세계 유명 3D프린터 회사들도 다 까무러치더군요.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이여,
기초체력을 키워라.
크: 벌써 2년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회사로 이끌어오고 계시잖아요. 스타트업계라는 정글에 먼저 발을 들인 선배로서, 창업을 꿈꾸고 있는 꼬꼬마 후배 창업자들에게 해주고픈 말씀이 있을까요?
심: 음...오늘날 무분별하게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예전엔 식당하기 전에 식당에서 먼저 일 해보고 시작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겼어요. 기업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 기술만 있어서도, 아이템만 있어서도, 고객만 있어서도 되는 게 아니에요. 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요소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그만큼 고생하게 되더라구요. 예를 들어, 아이템이 좋고 고객이 착실히 있어도 자금력이 떨어지면 후속 사업이 안돼요. 그래서 펀딩을 다 받고 회사를 유지했더니, 대표자 지분이 10프로 밖에 안 남는 경우도 봤습니다. 또 자본은 많았지만, 아이템이 매력적이지 않아 시장을 못 잡으면 마찬가지로 성공하지 못하죠.
특히 중요한 건 고객들입니다. 내 제품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지 않아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거죠. 회사 생활하면서 직장 상사 잔소리 듣기 싫어 창업하시려는 분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내가 재화와 서비스를 팔아야 할 고객들은 나에게 그렇게 잔혹하고 엄한 상사보다 더한 이들이라는 것.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여태 살아오면서 느낀 건, 현재 나를 제일 괴롭히는 사람이야말로 나를 급속도로 성장시켜 줄 수 있다는 거예요. 어휴, 제 상사는 늘 그렇게들 성질이…(웃음) 그런 사람들한테 지지 않으려고, 욕을 안 먹으려고 스스로에게 가혹해질 수 밖에 없어요. 그게 나중에, 자기 사업을 할 때 큰 도움을 줄 거예요. 이런 과정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극복하면 다른 길이 보일 때도 있어요. 그 땐 회사를 나가고 싶지 않은데, 스르르 길이 만들어지기도 하죠. 고통을 즐기라고 하면 안되겠으나,
음, 해주고 싶은 말은 많아요. 정부 제도가 잘 되어 있거든요. 지혜롭게 활용해, 꿈을 키울 수 있는 씨드머니를 확보하고 어느 정도 안정성을 갖춰 기초 체력을 잘 다져놓은 후 제대로 부딪혀보면 좋겠어요.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말은, ‘상사 말 듣기 싫다고 창업하지는 말라.’
크: (뜨끔) 오늘 인터뷰가 3D프린터를 잘 몰랐던, 그래피의 대표가 궁금했던, 스타트업에 막연히 몸 담아볼까 했던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인터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007 가방 한 가득 3D 프린터로 만든 제품을 넣어와 하나 하나 설명해주는 얼굴에 퍼져 나가는 소년미 가득한 웃음. 조곤조곤하면서도 힘있게 그래피의 성과와 미래를 논하는 목소리.
자신감과 열정,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 다는 거 깨닫게 됐어요, 다시.
즐거웠던 인터뷰를, 장면 그대로 나누고 싶었습니다.
여러분께 온전히 전달되었기를 바라는데,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요?
고민하고 또 고민해 보며 여러분의 삶에 작은 전환점이 생길만 한 인터뷰이를 모시고 올게요.
고된 하루의 시작과 끝, 신선한 자극을 일으킬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며.
에디터 전지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