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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녜스 May 30. 2023

결혼에 대한 생각

인생의 통과의례처럼 여겼던 결혼이 요즘은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는 인식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의미의 독신주의와 비혼주의가 유사하여 동의어처럼 여겼는데 독신은 혼자임을 강조하는 말로 배우자가 없거나 그 상태를 말하며, 비혼은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혼인하지 않고 동거하는 사람도 비혼 상태라고 볼 수 있어 독신과도 의미상 차이가 있다고 한다.

삶의 형태가 점점 다양하게 변해가고, 사고의 확장성으로 표현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장성한 아들을 두고도 결혼문제에 대해서는 재촉하거나 미리 어떻게 해야겠다는 다짐은 없었다.

남들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도대체 몇 살인지 모르지만, 결혼은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아무리 가까운 부모와 자식 간이래도 하라 마라 할 사항은 아니지 않는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는 분들을 통해서 맞선이 들어올 때면 솔깃했다가, 아들의 거절 의사에 물러섰다가 평소 생각과는 달리 마음은 오락가락 요동을 쳤다.

행여, 엄마가 방관하고 있다가 본의 아니게 혼기를 놓쳐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고, 넌지시 아들 마음을 떠보며 결혼 의향에 관해 물어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소개팅도 받고 만나 보기도 해요"라는 대답으로 일관했지만.

그 뒤 결혼하고 싶은 여자 친구가 있다는 말을 아들한테서 들었을 때는 한시름 놓은 듯 기쁘고,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으니 나의 모순된 감정에 할 말 없음일 뿐이다.

     

결혼 승낙를 받는 인사 자리에서 여자 친구를 소개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며 좋아서 웃는 애들의 모습을 보니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다.

여자 친구의 단아함과 내숭 없는 모습이 곱게 자란 듯 그 자연스러움이 보기 좋았고 예뻐서 이런 짝을 만난 아들이 다시 보이고 대견스러웠다.

며칠 전, 양가 상견례에서도 웃음으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아들이 장가를 가긴 가구나 싶은 맘이 든다.

게다가 부모 된 입장에서 미안할 정도로 저희가 알아서 결혼 준비를 잘 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른이 되어있는 아들을 실감하며 든든하기만 하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다. 저희가 뜻이 맞고 사랑하여 결혼하는 것이니 부모로서는 기뻐하고 축하해 주면 된다. 아들이 잘살고 행복한 게 중요하고 동반자인 며느리가 함께 행복하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 서서히 새 식구를 맞이할 마음을 준비하려고 한다.

사위만 백년손님인가 며느리 역시 백년손님이다. 서로 조심하며 독립된 가정으로 대하며 서로 마음을 이해하고 살아야 한다.

며느리 측면에서 보면 시집이라는 낯선 곳과 세대 차이가 존재하는 한 고부갈등도 존재할 것이고, 속칭 '시어머니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문제도 알게 모르게 끼어들 것이다.

그 불편한 진실이 며느리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그럴 땐 서로 마음 다치지 않게 대화로 풀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겠지. 시어머니 노릇을 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도 있잖는가.

초짜 시어머니의 주부 경력치곤 살림 솜씨도 훌륭하지 않고 노하우도 없으니 기대하지 말 것과 탐탁지 않아도 흉보지 않기 등등 미리 언질이라도 할까? 말까?

     

경험상, 며느리가 시집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려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돌아보면 친정도, 시집도 가족이라는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부대끼며 나름의 갈등을 겪어오면서 살았다. 결혼 의미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지내놓고 보니 삶의 연속이었다.

뭔가 한순간에 새로움이 완성되지도 않았고 시간과 함께 차츰차츰 자신만의 새로운 집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암튼, 시어머니가 될 나의 할 일은 시집이 괜찮고, 편안한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신록이 풍성하게 변해간다.

비 온 뒤 맑은 기운을 담고 불어오는 바람이 좋다.

도통 연애하곤 거리가 멀어 보여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던 친정 조카들의 결혼 소식이 날아온다.

장미꽃이 만발하듯 웃음꽃이 만발한다.

창가에 살포시 스민 햇살의 평온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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