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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녜스 Apr 26. 2023

 새로움은 새로워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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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 설치된 라디오를 켠다. 93.1 MHz.

즐겨 듣는 FM 채널이다. 마우로 줄리아니 기타곡 폴로네이즈 op. 65 시그널 음악이 흐르고 진행자의 오프닝멘트가 이어진다.

딱 맞춤에 기분 좋은 시작이다.

냄비에 물을 부어 인덕션 위에 올려놓고 끓어오를 즘에 달걀 2개를 넣고 삶는다. 그사이 핸드드립 그라인더로 커피 원두를 갈아둔다.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끼얹은 샐러드와 삶은 달걀을 식탁에 올린다.

가끔은 샐러드 대신 토스트나 누룽지로 메뉴가 바뀌긴 해도 순서는 대동소이하다.

커피를 정성스레 내려 마시고, 서서히 외출 채비를 하며 장비를 챙긴다.

우리 부부가 새롭게 시작한 파크골프를 하러 가기 위해서다.  

   

파크골프(park golf)란 용어가 생소할 수 있지만, 최근 중장년층에게 적합한 운동으로 주목받으면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경기 방식과 규칙, 용어가 일반 골프와 비슷하여 미니 골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골프 장비는 나무 클럽(길이 86cm, 무게 600g 이하) 1개와 일반 골프공보다 큰 플라스틱 공을 사용한다. 이 공은 세게 휘둘려도 많이 나가지 않아서 장타에 대한 부담이 없다.

par 3(40~60m) 4홀, par 4(60~100m) 4홀, par5(100~150m) 1홀로 구성된 각 홀의 표준타수(par)에 따라서 9홀 또는 18홀을 돌면서 가장 적은 타수로 홀컵에 공을 넣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 체력 소모가 크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운동의 커다란 장점이다. 일반 골프보다 배우기 쉽고, 간단하며, 걷기 운동량이 많다. 주로 공원, 체육시설 주변에 있어 접근성이 좋아서 시간 부담도 적은 데다가 저렴한 이용료에 지역주민의 할인 혜택도 있다. 이외에도 장점이 있겠지만 이 정도로 각설하고.


우리는 4월 1일 개장과 동시에 파크골프에 입문한 초보자다. 

익숙해지려면 아직 멀었지만, 하면 할수록 이 운동의 매력에 빠져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비거리로 인해 애먹던 골프와 비교하면 이보다 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만만한 게 어디 있던가. 골프의 구력은 따지지도 말고, 묻지도 마라.

왕년 골프 실력 믿고 공도, 홀컵도 크다고  퍼팅까지 우습게 보면 아니 될 일.

부담 없음은 마음뿐, 방심은 금물이다.

    

운이 좋았는지, 예전 골프 퍼터 실력이 살아난 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나는 입문한 지 며칠 만에 par3, par4 홀에서 이틀 연속 홀인원을 하고부터 치는 재미가 배가되었고,

평소 골프하곤 거리가 멀었던 남편도 스윙요령을 터득하더니 타수를 줄여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놀이하듯 즐긴다.     

“반갑다! 파크골프는 처음이지?” 우리끼리 주고받는 대화이지만, 그간 남편과 운동 취향이 달라서 종종 따로 놀았는데 늘그막에 함께 하는 운동을 만나서 반갑고, 일반 골프와 비교할 수 없는 적은 비용으로 그에 못지않은 즐거움을 같이 나눌 수 있음은 더 반가운 일이다.

    

서울로 외출할 때면 걸리는 시간이 많아 너무 멀리 이사를 왔나 싶다가도 아직은 공기 좋고, 주변이 조용하여 평온해지는 마음이 비할 바 없이 좋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파크골프장이 가까이 있어 운동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노년의 건강까지 챙겨주니 이래저래 감사할 일이다.


산등성이 연둣빛 푸르름은 싱그럽게 짙어가고,

물오른 봄의 향연은 알록달록 눈부시게 빛난다.

여린 풀잎들은 올망졸망 모여 제멋을 뽐내고 있건만,

연일 쌀쌀하게 변덕을 부리는 날씨가 시샘하며 봄기운을 삼킨다.


며칠 전부터 읽으려고 꺼내둔 책이 눈에 밟히지만, 선뜻 손이 안 간다.

그래도 뭐, 눈도장은 찍어 놓았으니 언젠간 읽겠지.

쫓길 시간도, 그럴 필요도 없지만, 바쁜 날이 있으면 여유 부리는 날도 있으니까.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봄날의 또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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