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사람
시베리아 겨울 숲엔 순록과 소냐가 있고
깨진 거울 조각엔 한 방울의 피도 스미지 못하고
나는 그저 본다, 무언가를 안다는 건 어려운 일이야
흰 종이에 수없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동그라미를 채우면 밤이다
사라지는 날들이 등 뒤로 검은 숲을 일구고 있다
소냐, 너의 발끝을 밝혀줄 등불은 없지만 검은 숲으로 올래?
그래, 어서 와 처음처럼 안녕? 인사를 나누자
사랑이 원 없이 사랑하고
슬픔이 지치지 않고 슬프고
노래가 끊임없이 노래하는 곳으로
나는 검은 순록이 되어
이제 소냐는 나를 위해 울지 않는다
시베리아 겨울 숲도 흰 눈으로 가득 찬 지옥이겠다
소냐는 말이 없고 시베리아 숲의 여름은 상상도 안 되고
아니, 썩어버린 소냐가 뜯어먹히는 까마귀들의 밤일까 봐...
그러나 이 문장들 속엔 시베리아 숲도 소냐도 순록도 나도 물론 당신도 없다
동그라미 바깥 그림자 물크러지는 곳에서
나는 그저 익어버린 과일처럼 떨어지면 되겠다
그러면 당신과 소냐와 나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으로
어느 세계에서든 조금은 친숙해질 수도 있겠다
당신과 소냐는 어떤 비밀을 품은 듯 여전히 말할 수 없는 세계에
나는 순록으로 태어날 수도
아무도 나에게 소냐의 안부를 묻지 않는 것처럼
아무도 당신에게 나의 안부를 묻지 않을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