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아무
숲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녹슨 구조물이 솟은 듯 있었다
저 너머, 폐허가 된 도시의
마지막 송전탑일 거야
너는, 상상했다
우리는 숲을 걷고 있었다
길이 나 있지 않아
풀들이 발목을 쓸었다
너의 한 걸음 뒤에서 걸었다
돌아보며 네가 손을 내밀었다
하얗고 가느다랗고
외로운 손이었다
네가 고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굳건할 거라고
결말은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곳에 있고
푸른ㅡ
푸른 저녁과 푸른 하늘은
다른 푸른 물결을 타고
우리에겐 간직해야 할 약속이 있어
송전탑을 돌며
돌아보면
우리 없는 자리마다
흔들리고 있는
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