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비레밸 Jul 21. 2022

스티브잡스의 스피치를 따라하지 말자

영업사원의 회상록

    대부분 다수의 청중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어려워하며, 발표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뛰어난 발표능력은 중요한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한다. 짧은 시간에 투자자를 설득해야하는 CEO, PT면접을 준비하는 취준생, 대학과제를 발표하는 순간 등 평가를 받는 자리 일수록 발표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 번쯤은 발표 잘하는 법에 대해서 찾아봤을 것이고, 뛰어난 스피치 역량을 가진 사람을 따라해봤을 것이다. 내가 바로 그랬다.


    2007년 애플에서 ‘아이폰’이란 혁신상품을 출시했고, 런칭쇼의 스티브잡스 프레젠테이션은 당대 최고의 스피치라 평가 받았다. 이후, 하나의 슬라이드에 하나의 이미지로 청중에게 임팩트를 전달하는 ‘이미지 중심 스피치’가 발표를 잘하는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난 ‘이미지 중심 스피치’로 최악의 과제발표를 경험하게 됐다.


    교양과목 과제로 정치 이데올로기에 대해 발표를 준비했는데, 이미지 중심의 멋진 PT자료를 준비해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만발의 준비를 마치고 뛰어난 발표능력을 선보였지만, 교수님에게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발표주제인 정치 이데올로기에 대한 내용 없이, 단지 SHOW를 본 것 같다는 평가를 하셨다. 즉, 상황과 목적에 맞는 발표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난 좋은 발표란 스티브잡스처럼 청중을 휘어잡는 멋진 SHOW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해야할 발표는 SHOW가 아니었다. 발표목적은 교수님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며, 평가기준은 스피치 역량이 아닌 주제에 맞는 심도 깊은 내용이었다. 멋진 PT자료 만들기와 말하는 연습보다, 학습내용과 과제주제를 연결시켜 좋은 내용을 만드는데 시간을 써야했던 것이다.


상황과 목적에 맞는 발표가 최고다.


    이후 나의 과제발표의 준비방법은 완전히 달라졌다. 교수님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먼저 고민하고, 보고서처럼 논리적인 내용을 구성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채점할 수 있는 내용을 단순한 PPT템플릿에 입력했다. 그리고 스크립트와 발표연습이 필요 없도록, 말해야할 내용을 PPT에 문장형태로 많이 적어두었다. 이렇게 하니 멋진 SHOW는 아니었지만, 항상 좋은 점수를 얻었다. 그리고 발표준비에도 별다른 노력이 필요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청중을 휘어잡는 멋진SHOW를 해야하는 ‘발표의 순간’은 거의 없다. 몇 명의 평가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만 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뛰어난 말솜씨로 청중을 휘어잡을 필요도, 모두가 놀랄만한 멋진 PT자료도 필요없다. 평가자에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발표내용’만을 걱정하면 된다.

    그리고 좋은 발표내용은 나를 좋은 발표자로 만들어준다. 청중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을 논리적으로 잘 구성하는 것이 발표연습에서 가장 중요하다. 발표를 하면서 말문이 턱턱 막히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열심히 외운 발표스크립트를 까먹거나, 말을 매끄럽게 이어가지 못해 말이 길어져 발표시간을 지키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이런 아찔한 상황은 논리가 탄탄한 내용들이 쉽게 해결해준다. 발표 준비시간 대부분을 콘텐츠(발표내용)를 다듬는데 집중하면, 머리 속에서 논리적 흐름이 정리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강조해야하는지, 불필요한 내용이 무엇일지 판단하게 되고 매끄러운 발표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스피치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상황과 목적에 맞는 발표내용’에 더욱 집중한다면 좋은 발표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본원칙으로 현재 회사에서 주요사업의 입찰PT를 수행하게 되었고, 이것은 내 경쟁력이 되었다.


출처: 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B2B영업에서 제안서가 정말 중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