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영업일지
제안서는 말 그대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는 문서이며, 상대방을 설명하거나 설득하는데 쓰인다. 특히 B2B영업에서는 판매를 위한 고객사 '설득' 목적으로 작성된다. 그리고 기술이 발달되고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면서, 제안서의 형태도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과거 공급자 중심의 제안서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입장에서 기대효과를 강조하는 고객중심 제안서로 바뀌며 제안서 수준은 점점 높아졌다.
제안서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정말 다양하게 분류되며, 기업들은 입찰사업 수주를 위해 제안서에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한다. 보통 입찰사업에서 발주기관은 제안요청서(RFP)를 통해 전략/방법론/기술/수행 등의 항목을 입찰참가자에게 제안서 내용으로 요구하며, 제안서 내용을 바탕으로 서면/PT발표를 통해 정성/정량평가를 진행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따라서 입찰사업에서 제안서는 수주결과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입찰 참가기업들은 제안서에 정말 많은 공을 들인다. 영혼을 갈아 넣는다!
사업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효과적인 내용전달을 위해 GD비용(그래픽디자인)으로 수백만원을 집행하고, 수백장에 달하는 제안서를 출력하고 제본하기 위한 인쇄비용도 적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수십명의 인력이 수개월간 투입되어 수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주말까지 제안서를 작성한다.
나 또한 B2B직무를 수행하면서, 작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에 달하는 입찰사업에 참여했다. 이 중 간절히 수주를 희망하며 자발적으로 개인시간을 투입했던 사업이 있던가하면, 시간부족으로 큰 기대없이 최소한의 노력으로만 진행했던 사업도 있다. 그러다보니 제안서 품질도 정말 많은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슬프게도 제안서 품질과 사업수주가 항상 비례하진 않았다.
심지어 오류투성이 제안서로 사업을 수주하는 경우도 있다보니, 좋은 제안서 기준에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안서는 중요하며, '좋은 제안서'의 기준을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제안서'란, 평가위원(고객)이 경쟁사보다 적합한 사업자라고 느끼게 해주는 자료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는 '평가위원(고객), 경쟁사, 자료' 세가지에 집중해야한다.
첫번째, 평가위원(고객)을 이해해야 한다. 평가위원은 해당분야의 전문가일 수도 아닐수도 있으며, 실제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이거나 평가에만 참여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또한 평가위원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기도 하며, 해당 사업과 무관한 전문가가 들어오기도 한다.
두번째, 경쟁사의 전략을 고민해야한다. 사실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제안내용에서 명확한 차이가 발생하기 어렵다. 다만 입찰참여사 간 제안전략은 선택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것이 평가위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나은 전략수립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경쟁사의 제안전략을 파악한다면, 비교적 매력적인 사업전략을 준비할 수 있다. 경쟁사의 전략을 파악하는게 쉽지 않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파악한다면 한 발 더 나아간 차별화요소를 발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세번째, 자료인 만큼 이해하기 쉽게 작성되어야 한다. 아무리 멋지게 디자인하고,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내용을 많이 담아도 평가위원이 전체를 이해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평가위원은 모든 제안서를 읽어보고 내용숙지에 충분한 시간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평가위원과 경쟁사 전략을 파악하여, 차별화하고 강조할 수 있는 부분 중심으로 기억되게 자료를 작성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안서 작성 처음부터 핵심내용 부분을 특화해서 작성해야한다. 제안서가 평가 받을 때, 경쟁사보다 뛰어나다고 느낄 수 있는 단 한가지만 기억되어도 성공한 것이다.
사실 제안서를 단편적으로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요즘 입찰사업에 참여하며 떠오른 생각을 간략하게 적어보았다.
조금이라도 멋진 제안서를 만들기 위해 스트레스 받는 현재 상황이 유의미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