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현
* 고등 미술 교과서 <은지화> 작품 수록 *
초등 교과서인 줄 알았는데 받고 보니 고등 미술 교과서다. 어린이책 작업을 오래한 탓에 지레 짐작한 까닭이다. 교과서에 1작품 <별밥>, 교사용 지도서에 1작품 <큰 달이 뜬 밤>, 총 2작품이 실렸다. 마치 남의 작품 같은 생경한 느낌이면서 한편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다.
대학 때 시로 등단이란 걸 했다. 문재(文才)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정말 멋모르고 얼떨결에 그리되었다. 시로 밥 먹고 사는 일이 난망하여 어린이책 글 쓰는 걸 호구지책으로 삼았다. 이력이 쌓이다 보니 초등 교과서에 종종 글이 실렸다. 지금도 3학년 국어 교과서엔 글이 실려 있다. 글이 실리는 건 그냥 그러려니 싶은데 그림이 실리니 감회가 남다르다.
(내가 추앙해 마지 않는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 작품과 나란히 있어 더 뿌듯ᆢ!)
글만 쓰는 게 무료해 취미 삼아 처음 붓을 잡았다. 붓 장난, 물감 장난을 한 지는 30년 세월을 헤아리지만 미술판에 본격 발을 담근 지는 2년차에 불과하다. 은지화 작가라는 어쭙잖은 타이틀을 달고 있으나 솔까말, '듣보잡'이 아닌가! 이렇다 할 이력도 없으니 크게 인정해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도 무던해지려고 한다. 재능을 극복하는 건 꾸준함이라고 늘 마음 속에 새긴다. 고등학교 때까지 독후감 한줄 못쓰던 내가 지금 글밥을 먹고 사는 것도 꾸준함의 결과였으니, 지금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은지화 작가의 길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별 것도 아니지만 다소 지친 어깨를 가볍게 토탁여주는 것 같고, 타는 목마름에 물 한 모금 삼킨 듯하다. 어차피 내가 좋아서 온 길이니 구름에 달 가듯이 무던히 내 길을 가면 될 일이다.
(* 두 작품이 실제 원화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