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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여 Mar 18. 2022

장기투자 시 꼭 필요한 개념 - 경제적해자

21세기 디지털 전환 시대에 IT 기업들의 경제적 해자는?

오늘은 우리가 장기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와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경제적해자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장기투자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존버라고 생각하시는거 같아요.
우선 워렌버핏은 절대 이렇게 말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위험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데서 온다며,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은 팔라고 했습니다.



"10년간 주식을 보유할 생각이 없다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마라"
이 말은 매수한 주식을 10년이상 가지고 버텨라가 아니라 회사가 10년 뒤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매수하기 전에 보라는 것입니다. 그 확신이 없다면 해당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것을 리스크로 봤습니다. 워렌버핏도 항공주, IBM 등을 장기간 보유하지 않고 팔았었죠.



워렌버핏은 이 장기간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경제적 해자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해자란, 적의 침략을 막기위해 성을 둘러싼 물이에요. 비슷하게 경제적해자란 "경쟁사로부터 기업의 이익을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가" 입니다. 저는 이 개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제품 혹은 서비스의 가격을 해당 기업이 정할 수 있는가로 봐요.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적해자가 있고,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에 적용하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 무형자산


경제적해자에서 무형자산이란 가치를 매기기 힘들지만 기업의 경쟁력 높여주는 자산들입니다.
대표적으로 브랜드, 특허, 영업권, 소프트웨어 등이 있으며, 워렌버핏은 무형자산 중 브랜드가치가 있는 기업에 많이 투자했습니다.


워렌버핏의 식음료 기업 사랑


지금은 애플의 비중이 많이 높아졌지만 2010년대 까지 식음료 브랜드들을 굉장히 좋아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씨즈캔디, 코카콜라 그리고 크레프트 하인즈 등이 있죠. 워렌버핏이 이 기업들을 좋아했던 이유는 사람들의 입 맛은 잘 변치않아 시간이 지나도 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하나의 사례로 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설명드릴게요.


1985년 기존 제품 대신 새로운 콜라를 선보인 코카콜라


1985년에 코카콜라는 경쟁사인 펩시의 무서운 점유율 확대에 대항하여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합니다. 이 때 펩시는 블라인드 테스트라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내리려고 했었죠. 코카콜라도 이에 대응하여 기존 콜라보다 더 청량한 맛을 개발하기 위해 400만 달러를 들여 200만 번의 테스트와 함께 뉴코크를 출시합니다.


1985년 당시 뉴코크 비난 편지


그런데 뉴코크가 나오자마자 코카콜라의 매출을 급감하고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졌어요. 뉴코크가 출시되면서 기존 코카콜라를 단종시켰거든요. 당시 코카콜라 본사에는 기존 코카콜라를 좋아하던 사람들의 원성이 담긴 편지로 가득했죠. 결국 코카콜라는 뉴코크 출시 3달 만에 기존 코카콜라로 돌아옵니다. 사람들은 절대적인 맛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기억 속에서 함께한 브랜드를 원했던 것이죠.


당시 모든 신문 1면에 코카콜라의 이야기로 가득 함


이렇게 보면 뉴코크는 최악의 실패처럼 보이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때 모든 신문의 1면에 코카콜라 이야기로 가득했었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기존 코카콜라가 돌아오고 나서 냉장고에 이 제품을 가득 채워넣기도 했었어요. 뉴코크 이후로 코카콜라 매출은 급상승하여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이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뉴코크가 이미 계획된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하죠 ㅎㅎ 지금 당장 아이폰이나 에르메스, 샤넬 같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이 단종된다고 생각해보시면 더 와닿으실거에요. 아마 모든 기사와 유튜브에서 해당 브랜드 이야기만으로 가득하고 그 브랜드 제품들은 없어서 못 사겠죠?


버핏이 코카콜라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 (당시 버핏의 운영자산 대부분 투자)


이후 1988년에 워렌버핏은 10억달러 이상 투자해서 코카콜라 지분 6.2%를 매입합니다. 이렇게 생각한거에요.
"코카콜라 회사도 코카콜라를 이길 수 없구나"
"이 회사는 코카콜라를 팔기 싫어도 팔아야 하는구나"
세상에 그 어떤 회사가 자기 제품을 팔기 싫어도 팔아야만 할까요? 정말 찾기 힘듭니다. 논외의 이야기 이지만 워렌버핏은 이 측면에 집중투자를 선호했어요. 역사상 이런 회사를 찾기란 정말 힘들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또 하나 말씀드릴게요. 코카콜라처럼 브랜드가치가 높으면 마케팅, 연구개발비에 돈을 거의 쓰지 않고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요. 즉, 사업을 유지 / 확장하는데 돈이 들어가지 않아 순이익의 많은 비율을 주주환원에 사용할 수 있는거에요.
그래서 특허권, 영업권등으로 제한된 기간에 경쟁력이 있는 회사나 마케팅, 연구개발비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질레트, 나이키보다 워렌버핏은 코카콜라를 더 좋아했어요. 1994년 이후 코카콜라 지분을 더 이상 매수하지않아 지금은 워렌버핏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낮지만 그 당시 코카콜라의 비중은 많게는 30퍼센트 이상까지 올랐었죠.


두 번째 - 고객 전환비용


고객이 경쟁업체의 제품, 서비스로 전환할 때 높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카드사의 고객 전환비용 = 12만원


예를들면 카드사의 이벤트로 신규발급 시 12만원 상당의 혜택인데요. 한 번 사용하는 카드를 잘 바꾸지 않기 때문에 경쟁사가 고객의 시간을 사는 거에요. 하지만 제 기준으로 카드사 보다 높은 전환비용을 가진 기업들이 IT 산업에 많이 있는것 같아요. 오늘은 그중에서 클라우드 서버 사업을 말씀드릴게요.


클라우드 서버 사업 3대장


클라우드 서버 서비스는 대표적으로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Azure, Google Cloud Platform 등이 있습니다. 이들의 전환비용이 카드사보다 높은 이유는 카드사 고객이 경쟁사로 넘어가는 시간은 하루도 안걸리지만, 클라우드 서버 고객이 경쟁사로 넘어가는 시간은 무한대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시작은 단순하고 가볍게


처음에 이 사업들은 단순하게 기업들에게 서버를 빌려주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였죠.
그런데 데이터와 서버를 다루는 기술들이 고도화되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 기업들이 제공하는 솔루션 수도 똑같이 늘어납니다.


사용할 수록 복잡하고 특화된 기능을 가진 제품 확대


AWS의 경우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가 200개 이상이죠. 이걸 사용하는 사람 즉 개발자가, 자신이 사용하는 솔루션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아니 심지어 뭘 사용하는 지 조차 파악하기 힘들어졌어요. 이들 기업의 경쟁력은 여기서 나옵니다 고객이 경쟁사로 이전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게 하는 겁니다.

국내 AWS 최대 고객인 쿠팡을 사례를 말씀드릴게요. 한 컨퍼런스 발표에 따르면 쿠팡은 2016년 7월에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AWS로 이전 계획을 세우고 이를 2017년 8월에 완료합니다. 당시 100개의 마이크로서비스와 5000개의 인스턴스를 이전하기 위해 개발자들의 시간 1년을 투자한 거에요.


2018년의 쿠팡의 서비스 복잡도 -> 2021년인 지금은 과연?


2018년에 쿠팡의 마이크로서비스는 300개, 인스턴스는 10000개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2021년인 지금, 쿠팡이 클라우드 서버를 이전하려면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쿠팡의 서비스는 몇 배로 늘어났을 것이고 개발인력만 2000명이 넘어요.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가 사용료의 20퍼센트를 낮춰준다고 해도 쿠팡이 서비스 발전을 멈추고 원가절감을 위해 이전하기는 힘들겁니다. 경쟁사인 네이버 쇼핑도 그동안 손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거든요. 네 서비스 IT기업들의 특성상 한 번 자신이 사용하기 시작한 솔루션이나 서버플랫폼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기업들의 목표는 서비스 품질을 올리고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원가절감이나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 힘들죠.



그래서 AWS의 전환비용은 고객들의 사업이 확장하면 확장 할수록 비싸지고 있는거에요. 일차적으로 AWS 고객들은 성장성이 높아 AWS의 규모를 키워 매출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고객이 성장할수록 경쟁사로 옮기기 힘들어 영업이익률도 함께 올라가요. 즉, AWS는 이 둘이 함께 올라가는 사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클라우드 서버 사업을 가볍게 살펴봤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보안 및 확장성 그리고 AI등 클라우드 서버 기업들이 가진 다른 무기들도 많은데요, 이에 대한 자세한 생각을 이번 글에 다 담기 힘들어서 별도로 준비해볼게요 :)


 세 번째 - 원가우위


다른 회사보다 원가를 낮게 생산할 수 있다면 경쟁우위를 갖는 기업입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요소 대비 생산량이 증가하여 흔히 규모의 경제라고 불려요.



규모의 경제의 대표적인 산업이 반도체라서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 우리나라에도 이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 산업이 규모의 경제라 불리는 이유는 초기설비투자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ASML의 EUV장비는 한 대에 2000억이 넘어갑니다. 여기에 미세공정으로 생산해야하니 박리, 식각, 세척할 순도 높은 화학물질도 필요하죠.
즉, 반도체 1개를 만들든 만개를 만들든 수 조원의 초기자금이 필요해요. 그래서 규모의 경제에서는 시장점유율이 높을 수록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투자 매력도가 높습니다. 반대로 시장점유율이 낮으면 적자를 볼 확률이 높아 리스크가 큽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을 보면 이 현상이 명확하게 들어납니다. 당시 치킨게임을 주도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14% 였으며 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50% 까지 내려갔어요. 시장점유율 2위인 하이닉스가 부채비율이 280%에 달해 거의 망할 뻔 하며 주가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3만원 대로 횡보했어요.



그 뒤 살아남은 몇몇 회사들만 높은 마진과 반도체 수요가 맞물려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입니다. 하이닉스의 부채비율은 40 퍼센트까지 낮아지고 주가는 3~4배 이상 상승했어요.


반도체 시장의 불안정성


이렇게 보면 원가 우위를 바탕으로 투자하는게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현재 원가우위 만으로 투자결정을 내리면 저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보통 규모의 경제로 승부를 보는 기업들은 경기 사이클이나 산업구조 변화에 되게 민감하거든요. 반도체만 보더라도 메모리, 비메모리에 따라 기술 및 산업 구조가 다르고 수 백개의 기업이 얽혀있습니다. 그리고 이 산업들은 한 나라의 경제 전체에 영향을 주는 만큼 정부의 개입도 많죠. 즉,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재무정보만으로 이 산업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원가 우위를 바탕으로 한 산업에 투자하실때는 1등 기업에 투자하거나, 해당분야 ETF에 투자해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리스크를 낮추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 - 네트워크 효과


사용자가 많을수록 강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경쟁력이 높아지는 기업들입니다.



국내에 대표적으로 카카오가 있어요. 내 친구들과 주변지인들이 카카오를 사용하기 때문에 라인을 사용할 수 없죠.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는 모두 라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카카오를 사용할 수 없구요. 하지만 이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테니 다른 예시를 설명드릴게요!


디지털 시대에 생산자와 소비자를 묶어버리는 단 3개의 OS


제 생각으로 메신저 보다 네트워크 효과가 높은 사업은 바로 모바일, PC의 OS 시장입니다.
이들은 디지털 시대에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요. 위 OS들을 통해서만 개발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이렇게 생산자와 소비자를 묶어버리면 경쟁업체가 나올 수 없습니다.


신규 OS 경쟁사가 나오기 힘든 이유


왜냐하면 경쟁업체가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새로운 OS를 만들었다고 할게요. 그런데 소비자들은 앱이 없으니 새로운 OS를 사용하지 않구요, 개발사들은 해당 OS를 위한 개발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소비자가 없는 곳에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개발사들의 미래 현금흐름을 갉아먹기 때문이죠. 즉, 돈을 주고 부채를 사는 겁니다.
현 디지털 전환 시대에 애플, MS, 구글이 이토록 막강한 패권을 가진 이유는 OS를 소유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OS의 경제적해자는 네트워크 효과 뿐만 아니라 전환비용, 원가우위 등 모든 경쟁력을 다 가지고 있거든요. 여기서 다 말씀드리기 힘들어 IT기업의 산업구조와 개별 기업들의 경쟁력을 자세히 분석해서 올리게요!

1. 무형자산
2. 고객전환비용
3. 원가우위
4. 네트워크효과

지금까지 경제적해자에 대한 개념과 위 4가지 경우를 가볍게 살펴봤습니다.

저는 이 개념들을 팻도시의 모닝스타 성공투자 5원칙과 제목 그대로 경제적해자인 책에서 배웠어요.
워렌버핏이 책을 쓰지않아 그의 투자를 배우려고 투자를 처음 배울 때 우연히 찾아 읽었던 책입니다. 10년이상 오래된 책이라 무시할 수도 있지만 기업분석을 위한 가장 기본을 설명해서 추천드려요. 그리고 저처럼 짧은 영상이나 글로 인사이트 만 주는 컨텐츠보다, 몇시간 책을 읽으며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닝스타는 세계 최고의 투자리서치 회사이며 팻도시라는 분은 이 회사에서 주식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이사입니다. 즉, 전세계 모든 주식을 분석하고 나서 쓴 책이라 가장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 가치관이 흔들릴 때마다 이 책들을 다시 읽고 현재 기업들에 적용해보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개념들은 지금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들에 모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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