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잉여 Apr 10. 2022

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IT 기업일까?

IT 산업구조 분석 1편

2022-04-08 기준 시가총액 상위 기업 목록


 전세계 시가총액 상위 기업은 위와 같습니다. 2위 아람코는 사우디 석유 국영기업이라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IT 기업입니다. 7위 버크셔 헤서웨이의 경우 투자회사로 애플 비중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50% 정도 차지합니다. IT 기업은 아니지만 애플 주가에 비례해서 오르죠. 10위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 1위 기업으로 IT 제품/서비스가 성장할수록 수혜를 봅니다.

 

빅테크 3사 / QQQ / SPY 10년 수익률 비교


 수익률 그래프도 과거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여줍니다. 과거 대기업은 몸집이 커지면 성장이 둔화되고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손익구조가 이전처럼 좋지않아 수익률도 둔화되었죠. 반면 21세기 IT 대기업들은 시장 수익률을 앞서고 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현금흐름이 좋아져 주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기도 합니다. IT기업들이 대부분인 QQQ(NASDAQ 100 추종 ETF)는 S&P 500 보다 지난 10년간 2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S&P 500에도 애플, MS, 구글 등 IT 기업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지난 10년 혹은 20년 동안 미국 시장을 이들이 주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이상적인 주가흐름이 유독 IT 기업에서 많이 나타날까요?
저는 정보화 시대의 산업구조 변화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제 주관적인 몇 가지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1. 산업 경계를 허무는 IT 기술


주식시장 산업 대분류


 전세계 산업을 대략적으로 분류하면 위와 같습니다. IT를 왼쪽 아래 하나의 색터로 표현했네요. 그런데 정말 IT 산업을 하나의 독립적인 섹터로 봐야 할까요?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기존의 IT 기업들이 자기 사업 영역을 넘어 모든 섹터에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죠. 구글의 경우 검색으로 시작했는데 지금 이 기업은 암진단도 하고 자율주행 차도 만듭니다. 그 외 에너지, 결제, 부동산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는 거의 다 진출했어요. 당장 사업에 필요없지만 미래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는 양자컴퓨터, 우주항공 등에도 많은 돈을 투자합니다. 그럼에도 천문학적인 돈이 남아 주주환원율 또한 높습니다.


 반면에 자동차 기업이나 기존 금융업계에서 SNS나 데이터 서비스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디지털 전환으로 사업확장은 커녕 테슬라, 카카오 뱅크 등 IT 기술로 무장한 신규 기업들에 기존 시장을 지키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IT 기업은 동일한 업무 프로세스로 사업 확장이지만, 비 IT 기업들은 신규 경쟁자 등장과 함께 개혁 수준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바꿔야 살아 남습니다. 이들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고 기술 부채도 더 많이 쌓입니다.


시대 별 산업 변화


 이처럼 IT기업이 사업 확장에 유리한 이유는 우리가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한 시점이죠. 이전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는 교통, 에너지, 생산으로 인류의 삶을 바꿨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정보를 저장하고 소비하는 속도의 변화가 삶을 바꾼 겁니다. 그래서 저는 IT를 하나의 섹터로 보기보다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기술로 생각합니다. 농사꾼이 산업혁명 초기에 농기계를 도입하여 생산량을 올렸다면, 현재는 컴퓨터를 활용한 스마트팜으로 발전해야 경쟁력을 잃지 않는 것이죠.


2. 효율적인 생산과 무한한 확장 가능성


 사업이 성공하려면 사람들에게 가치있는 무언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여 전달해야 합니다. IT 산업 (구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러한 측면에서 산업혁명 초기를 주도했던 제조업에 비해 월등히 유리합니다. 사업 실패로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도 압도적으로 낮습니다.


제조업의 제품 생산 및 전달 과정


 먼저 제조업부터 생산 과정을 살펴볼게요. 제품 연구개발을 마치면 필요한 원자재를 어디서 공급받을 지 협상 및 계약 합니다. 그 다음 새로운 제품을 위한 공장을 새로 짓거나 기존 공장에서 신규 생산라인을 준비합니다. 물론 애플처럼 모든 생산 과정을 아웃소싱하여 협력사에 의존할 수도 있습니다. 예측 판매량에 맞춰 제품을 생산할 인력 수급과 교육도 필요합니다. 제품 품질 테스트까지 마쳐야 완제품이 되는데 이 또한 화물로 오랜기간 운송 후 소비자에게 전달됩니다. 생산요소가 너무 많고 규모가 크기에 제조업은 전반적으로 느리게 움직이죠.


 유한한 원자재를 바탕으로 생산하여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률 저하 리스크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이 중단되면 유형자산의 감가상각 및 인건비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비용이 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재고를 쌓는 것도 문제입니다. 재고량이 많을수록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창고 및 인력 증가 등으로 비용 발생하고 폐기 가능성도 높죠. 팀 쿡 이전의 애플도 수요예측 실패와 공급망 관리 부재로 적자를 냈습니다. 제조업 산업 전반에 회사 손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것 입니다.


 제조업은 자신이 속한 사업 외에 다른 분야로 확장하기 힘듭니다. 예를들어 자동차 공장에서 베터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죠. 같은 자동차 산업이라도 내연기관 공정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 조차 쉽지 않습니다. 내연기관 엔진과 배터리 중심 전기차 구조가 아예 달라 기술 개발, 조립 그리고 인력 교육 면에서 많은 비효율이 발생해요.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 기업보다 높은 경쟁우위도 여기서 발생 합니다. 다른 예시로 파운드리 분야도 3nm 반도체 생산을 위해 5nm 공정과 다른 기술 및 장비를 사용해야 하죠. 이렇듯 제조업은 품질향상과 변화에 많은 자원을 필요하여 리스크가 높습니다. 


IT 기업의 서비스 생산 및 전달 과정


 IT 기업도 서비스 생산을 위해 재료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능력있는 개발자라도 어떤 재료도 없이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죠. 모바일 앱은 OS가 제공하는 프레임워크 위에서 개발합니다. 앱에서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서버와 백엔드 기술들도 사용합니다. DB와 검색엔진 그리고 도커 등이 여기에 속해요. 이 도구들과 기존 소스코드로 개발자가 새로운 서비스나 솔루션을 만듭니다. 동영상을 스트리밍 할 수 있는 서버환경을 개발하면 유튜브 같은 서비스가 되고, 지도 데이터를 넣어서 서비스하면 구글지도나 네이버지도 서비스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며 생성된 데이터도 쌓입니다. IT 기업은 이를 활용하여 더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만듭니다.


 제조업과 달리 IT 기업의 원재료는 소프트웨어(소스코드, 개발문서, 기술논문 등)와 데이터입니다. 공급망 관리도 필요없고 감가상각도 없는 재료를 무한대로 복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저절로 가치가 높아집니다. 생산요소로 데이터센터와 서버장비 등 유형자산들이 있지만 IT 기업의 매출에 비해 비중이 매우 낮습니다. 이 또한 소수의 대기업만 직접 관리하며 많은 스타트업들은 클라우드 서비스(예: AWS)를 통해 유형자산을 취득하지 않고 서버를 빌려쓰고 있죠. IT 기업은 유형자산보다 서버와 데이터를 다루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잘 쌓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제조업과 달리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모든 사업 부문에 적용할 수 있거든요.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분야


 각각 검색과 메신저로 시작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현재 국내 대부분 사업에 확장할 수 있었던 힘도 소프트웨어의 확장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커머스, 결제, 금융, 컨텐츠 등 분야는 다 다르더라도 비슷한 기술 스택과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개발언어(C++, Java, Swift 등), 서버 프레임워크(Spring 등), 서버 관리도구(kubernetes 등) 그리고 AI 학습도구(tensorflow 등) 들은 사업 분야를 떠나 공통으로 사용됩니다. 이외에 사용자 관리, 비즈니스 및 시스템 통계, 보안 등은 별도 팀으로 전사적으로 관리하죠. 즉, IT 기업은 사업을 확장할수록 소프트웨어 기술을 많이 쌓을수록 신규사업에 유리합니다. 똑같은 서비스라도 어떤 회사가 만드느냐에 따라 개발속도와 품질 그리고 개발원가가 달라지는 것 입니다.


 IT 기업 중 플랫폼 기업이 가진 사용자 네트워크도 강한 경쟁력이 됩니다. 제조업은 새로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판매 및 마케팅에 많은 돈을 사용해요. 신규 제품도 소비자가 대리점에 가서 사용해봐야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죠. 반면에 플랫폼 기업의 가장 큰 강점은 사용자들이 매일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 입니다. 그래서 신규 서비스나 기능이 나오면 바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요. 크롬으로 네이버를 접속하면 자체 개발한 웨일 브라우저를 소개합니다. 다음웹툰이 카카오웹툰으로 개편 되었을 때 카카오를 통해 알 수 있었죠.


 기존 서비스 업데이트도 인터넷을 통해 즉시 사용자에게 전달됩니다. 구글과 유튜브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서비스를 수 년째 이용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점진적으로 개선되기에 우리가 느끼기 힘들뿐 내부적으로 추천 및 검색 시스템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글이 일하지 않는 순간에도 영상과 글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즉, IT 기업이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는데 기존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 입니다.


다음...


 오늘은 IT 산업 구조에 대한 제 짧은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너무 범위가 넓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오늘 주제에 대한 답은 아직 다 못 드렸네요. 글이 전반적으로 IT 산업의 장점만 부각시켜 IT 기업은 무조건 성장하는 것이라 오해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전혀 아닙니다. IT 산업은 철저하게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이죠. 품질 높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전세계 사람들에게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기에 2등을 위한 시장은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술의 상각 가능성과 비효율성도 높은 편이라 IT 기업을 분석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IT 산업구조 2편에서는 이 기업들 간의 경쟁우위 분석과 소프트웨어 기술 부채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