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어떻게 순이익보다 많이 자사주 매입 할 수 있을까?
이전 시간 투자자를 위한 현금흐름표 분석에 이어 오늘은 2021년까지 애플의 현금흐름표를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어떻게 자사주 매입을 순이익보다 많이 할 수 있는 지, 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의 안전마진은 어떠한 지 알아볼게요.
안정적인 매출 성장과 낮은 연구개발비 비중
지난 10년 동안 애플의 매출은 15% 이상 안정적으로 성장 했습니다. 2015년부터 스마트폰 보급률이 90%를 넘어 성장이 정체되고 매출이 다소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테블릿, 에어팟 그리고 스마트워치 등 제품군이 다각화되고 서비스 매출 또한 큰 폭으로 상승하며 2021년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매출이 급 성장함과 동시에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등 비용은 줄어 영업이익률 또한 좋아졌죠.
매출 성장성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저는 매출성장 요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금흐름표 분석에서 다뤘던 것처럼 연구개발비 증가, 유형자산 증가 그리고 관련기업 인수 중 어떤 요소가 매출에 관여했는지 분석합니다. 애플 매출 성장의 대부분은 연구개발비가 차지합니다. 애플이 개발한 기술의 재사용성은 매우 높고 감가상각은 낮아 연구개발비 비중 또한 낮습니다. (연구개발비 비중 = 연구개발비 / 매출액 )
애플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0년 대 3% 에서 현재 6% 까지 높아졌습니다. 애플의 매출 성장률을 고려하면 이는 절대 높은 수준이 아닙니다. 네이버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25%이고 국내 IT업계 대부분 20%가 넘거든요. 물론 매출원가가 적은 소프트웨어 업계 특성상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5% 인 아마존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10%가 넘는 것을 보면 애플은 거의 돈을 쓰지 않고 시장을 확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애플은 어떻게 압도적인 연구개발 효율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저는 위 그림처럼 수직적인 성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의 가장 큰 자산인 OS를 비롯한 프로세서 설계와 개발언어 등 X.Y 버전 형식으로 출시합니다. 이러한 버전 형식의 무형자산은 감가상각 비율이 매우 낮고 재사용성은 매우 높습니다. iOS15 의 소스코드는 iOS 1~14 까지 소스코드를 기반으로 개발했을 것 입니다. 또한 OS X 와 iPad OS 등 다른 제품군의 소프트웨어와 많은 부분을 공유합니다. M1 처럼 소프트웨어가 아닌 반도체 설계도 A14 바이오닉을 기반으로 개발되었고 버전 형식이죠. iOS, OS X 앱 개발을 위한 개발언어 또한 Swift로 통일하여 관리하며 버전을 가집니다. 즉, 가장 밑바닥인 시스템 계층부터 프론트까지 기술을 공통으로 사용하는 비율을 최대한 높였죠. 이를 위해 애플은 제품 종류를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기술력을 높이는 데 집중합니다. 수평적 확장(제품군 증가)을 제한하고 수직적 확장(기술 개발)에 집중하여 연구개발비가 새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수직적 확장은 감가상각을 낮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들어 아이폰 미니의 판매량이 계속 저조하여 단종될 경우 이 제품 개발비는 상각되죠. 하지만 앞으로 출시할 OS나 프로세서의 경우 어떨까요?
다음 버전 iOS가 출시되면 전세계 보급된 아이폰에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M2 프로세서가 개발되면 다음 맥북 시리즈와 아이패드에 탑재될 겁니다. 즉, 애플이 주력하는 OS와 프로세서 설계 기술은 시간에 따라 품질이 지속적으로 올라갑니다. 이미 형성된 소비자와 생산자 네트워크에 기술을 직접 공급하는 구조라서 개발 실패로 상각될 확률이 0에 가깝죠. 그리고 OS와 반도체 모두 원가우위 경제적해자를 가지고 있어 규모가 클수록 유리합니다. TSMC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애플 실리콘의 규모는 경쟁자가 따라가기 버겁게 만듭니다.
(참고: anandtech ARM core review)
반대로 수평적 확장은 개발자들이 대응하는 제품을 증가시켜 품질 및 개발속도를 떨어뜨립니다. 이는 위 그림처럼 IT 서비스 기업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 북 등) 에서도 나타납니다. 여러 서비스를 출시 할수록 트렌드(메타버스, 블록체인 등)를 쫒는 경우가 많아 실패 확률이 큽니다. 기존 사업과 연관성도 적어 코드의 재사용성도 떨어지죠. 이는 추후 IT 산업의 경제적 해자라는 주제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손익계산서에서 매출성장 요소만큼 중요한 지표로 영업이익률을 봅니다. 영업이익률이 높을수록 원자재 상승 등 외부변수로 적자가 발생할 확률을 낮춥니다. 또한 기업의 경쟁력이 악화되었을 때 연구개발비를 얼마나 증가 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죠. 2021년 애플의 영업이익은 1089억 달러(약 130조 원), 영업이익률은 약 30%, 연구개발비는 219억 달러(약 26조 원)를 기록했습니다. 애플이 위험할 때 현재 연구개발비의 5배 이상 사용할 수 있음을 뜻하죠. 2021년 말 기준 시가총액이 130조 원 이상 기업은 우리나라에 삼성전자 밖에 없으며 전세계로 봐도 100위권 입니다. 갖고 싶은 회사 대부분 인수할 수 있을텐데 애플은 그러지 않습니다. 아래 이어서 설명 드릴게요!
지속적인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낮아지는 비용
지난 10년 동안 애플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유의미한 요소들만 위 그래프로 나타냈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2년 500억 달러(약 60조 원)에서 2021년 1000억 달러(약 120조 원)로 매출과 비례하여 성장했습니다. 감가상각 및 유형자산 취득은 100억 달러(약 12조 원) 내외로 일정하거나 2020년의 경우 낮아지기도 합니다. 인수관련 현금흐름은 0에 가까워 그래프로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즉, 애플 투자자가 기업인수와 관련하여 사업보고서 주석 및 조사한 자료를 참고하여 판단해야 할 요소는 없습니다.
현금흐름표 분석 글에서 다뤘던 질문들을 가볍게 확인해 보겠습니다. 애플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순이익보다 꾸준히 높습니다. 순이익이 실제 현금흐름에 반영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없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애플의 매출채권 회수기간은 50일 내외로 제품판매 후 현금유입까지 약 7주가 소요됩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대비 유형자산 취득 및 감가상각 비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집니다. 저는 항목을 기업이 사업을 유지하고 확장하는데 사용하는 비용으로 봅니다. 참고로 애플은 무형자산을 재무상태표에 거의 집계하지 않아 여기서 감가상각은 대부분 유형자산에 해당합니다. 두 지표가 시계열에 따라 거의 같아 감가상각 된 만큼만 유형자산 취득하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 대비 유형자산 취득 비율은 2012년 16% 에서 2021년 10%로 낮아졌습니다. 2021년 사용한 연구개발비가 26조 원인데 유형자산 취득은 12조 이므로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연구개발비 비중이 매출액 대비 6% 이므로 유형자산 취득은 매출액 대비 3% 에 불과합니다. 즉, 애플의 매출에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완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유형자산 증가없이 매출이 증가할까요?
답은 애플의 공급망관리(SCM) 에 있습니다. (참고: 2021년 애플의 공급망 리스트) 애플의 공급사는 500개 이상이며 대부분 아시아에 위치합니다. 값 싼 노동력으로 조립 공장이 동남아시아에 많이 밀집한 것이 하나의 이유입니다. TSMC의 파운더리, 한국의 디스플레이 그리고 일본의 소재 업체 등 애플이 사업하기 어려운 분야 또한 공급 계약을 맺습니다. 이 SCM을 통해 애플은 제품 생산 확대로 유형자산을 증가시키지 않습니다. 반대로 제품 판매량이 줄어들 때 공장 가동률 감소로 발생한 영업이익률 하락은 공급사가 감당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과 계약하기 위해 줄을 서는 업체가 많습니다. 워낙 시장 규모가 크기에 낮은 이익률에도 절대적으로 남는 이익규모는 크기 때문이죠. 이렇게 애플은 단순노동과 직접하기 어려운 사업들을 레버리지 하고 본사에서는 핵심 기술개발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애플의 SCM 구조는 많은 비판도 함께 받습니다. 2010년 대 폭스콘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과도하게 낮은 단가를 요구하는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죠. 다행히 팀 쿡 체제하의 애플은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 입니다. 오로지 제품의 혁신 만을 바라봤던 스티브잡스와 달리 팀 쿡은 지속 가능한 경영에 초점을 두었죠. 팀 쿡은 폭스콘에 직접 찾아가 최대 근로시간 제한, 안전규정 강화 등 노동 인권 개선에 직접 개입 했습니다.
동시에 공급망을 여러 나라에 분산하여 지정학 리스크를 줄이고 재고자산 회전율을 높여 사업은 더 탄탄해졌습니다. (참고: 올라떼 애플 종목상세정보)
2020년 대 반도체 공급부족,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 그리고 탄소배출 제한 등 고려해야 할 외부 변수가 많습니다. 애플의 내제가치는 워낙 탄탄하여 외부 변수에 대한 정책이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급망관리 능력은 이 외부 변수를 대응하기 위해 더욱 중요할 것이고 팀 쿡의 능력은 더 부각될 것이라 봅니다. 팀 쿡에 대한 조사와 애플의 ESG 정책은 추후 정리하여 올리겠습니다.
남은 돈은 모두 주주에게 환원
마지막으로 애플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을 살펴볼게요. 팀 쿡이 CEO로 취임한 이후 애플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합니다. 2013년 이후 주주환원율은 100% 내외이며 심지어 100%를 초과한 년도가 더 많습니다. 아무리 미국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이 높다고 하지만 평균 80% 후반으로 100%를 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사주 매입에 관한 글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성장하는 회사라서 배당은 거의 고정되어 있고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늘렸습니다. 2013년 자사주 매입은 228억 달러(약 28조 원)에서 2021년 946억 달러(약 116 조 원) 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주환원 총 액이 순이익보다 높은 이유는 앞서 언급한 사업 유지 확장에 필요한 돈이 적기 때문입니다. 유형자산 비중이 감소하여 감가상각으로 추가 유입된 영업활동 현금흐름 또한 주주환원에 사용하죠. 이에 선순환으로 애플의 신용등급이 트리플 A로 상향되여 미국국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현금을 어떤 기업보다 싸게 빌릴 수 있기에 돈을 쌓을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 결과 이렇게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사주 매입으로 지난 10년 동안 애플의 주가는 10배 이상 크게 상승했지만 배당수익률은 크게 하락 했습니다. 2014년 애플의 배당수익률은 2.3%로 성장을 감안할 때 높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애플의 배당수익률은 0.5%로 배당 매력도는 매우 낮습니다. 자사주 매입을 고려하지 않고 배당수익률만 보면 이렇게 좋은 기업을 거르고 저성장 고배당주에 투자할 위험이 있습니다. 구글의 경우 배당 없이 모두 자사주 매입 만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 때문이죠. 2021년 애플의 자사주 매입금은 배당보다 약 6배 많습니다. 자사주 매입을 모두 배당한다면 현재 배당수익률의 0.5%에서 3.5%로 증가합니다. 지금은 애플 주가가 174$로 높은 편이라 그렇게 크지 않지만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총 주주환원 금액 비율이 7%를 넘었습니다.
저는 이를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배당수익률보다 수정주식 감소율(액면 분할을 감안한 지표)을 참고합니다. 2014년 260억 개의 애플 주식은 2021년 165억 개로 줄어들었죠. 즉 1주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집니다. 그리고 자사주 매입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5% 주식 수 감소는 5.26%의 지분율 증가를 의미합니다. 이 감소율이 커질수록 주가 하락을 막는 힘이 지수로 증가하여 안전마진이 큽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도 비싸게 사면 변동성 리스크가 커지 듯 이 지표와 성장률을 비교하셔서 안전하게 투자하시는 것을 희망합니다.
단순하게 재무정보만 전달하려 했으나 조금씩 보충 설명을 하다보니 이렇게 길어졌네요..ㅎ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는 나눠서 보는 것보다 연결하여 보는 것이 더 깊이있어 어쩔 수 없이 길어졌습니다. 앞으로 구글과 MS 등 IT 몇몇 기업을 이 관점에서 글을 쓸 예정입니다. 그리고 2022년 사업보고서 추가되는 데이터는 정량적 분석 만 간단하게 게시하거나 인수 등 특이한 내용은 주석을 기반으로 제 생각을 올리겠습니다!
참고로 애플 이외에 미국, 한국, 일본 등 주요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두물머리의 올라떼에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리며 혹시나 투자에 유용한 지표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