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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여 Mar 18. 2022

애플의 가장 큰 자산 OS

애플 기업분석 1편 - 무형자산

21세기 최고의 경제적해자 OS


모닝스타에서 출간한 경제적해자 책에 따르면 기업이 가진 경쟁력있는 무형자산은 크게 아래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 (명품, 식료품 등 완제품 판매업)

특허권 (제약, 전자기기 등)

영업권 (카지노, 신용평가사 등)

소프트웨어 (OS, DB, 보안프로그램 등)

모닝스타의 기업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무형자산들


 그 중에서 워렌버핏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식음료 기업을 좋아했습니다. 사람들의 입맛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코카콜라 같은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영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죠. 특허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제약 사업의 경우 해당 질병이 사라지면 그 약의 매출도 같이 줄어듭니다. 신약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돈이 들어가구요. 카지노와 같이 나라의 허가로 사업을 유지하는 회사들은 해당 허가가 만료되거나 최근 중국의 마카오 카지노 산업 규제처럼 정책 한 번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워렌버핏은 코카콜라 같이 연구개발비를 더 쓰지 않아도 경쟁력이 유지되는 기업들을 좋아했습니다. 반대로 빌게이츠와 친분이 있더라도 연구개발비가 많이 필요할 것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에 투자하진 않았습니다.


1995-2021 년 워렌버핏 포트폴리오


 하지만 현재 워렌버핏의 포트폴리오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기존에 좋아하던 코카콜라, 하인즈 등 식음료 기업 비율을 확 줄이고(1994년 이후로 코카콜라 매수 중단) 2016년부터 매수한 주식의 대부분은 애플 입니다. 물론 현재 애플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브랜드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이고 워렌버핏은 코카콜라와 비슷한 원칙으로 애플의 재무제표를 분석하여 투자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버핏의 정확히 애플의 어떤 가치에 매력을 느꼈는지 모르지만 저는 애플의 경제적해자가 코카콜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전세계 컴퓨터 OS를 애플, MS, 구글 단 3개 회사가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OS는 무형자산 뿐만 아니라 고객전환비용, 네트워크효과, 원가우위 등 모든 경제적 해자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오늘은 컴퓨터, 모바일 OS를 모두 점유하고 이를 통합하여 모든 디바이스를 장악해 나가는 애플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애플의 OS


애플의 맥(PC) OS 역사


 애플의 예전 사명이 애플컴퓨터 였던 만큼 애플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개인용 컴퓨터(모바일, 테블릿 포함)의 시장의 기준이었습니다.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유저인터페이스, 아이튠즈와 앱스토어 같은 공급자/소비자 연결망, 칩셋 및 센서 설계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제품 개발을 지향하고 있죠. 때문에 사람들이 애플은 하드웨어 기업이고 소프트웨어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라고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Windows 10 이 2015년에 출시하고 더 이상 새로운 Windows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동안 애플은 매년 Mac OS를 개발 출시했습니다. 위 그림처럼 맥 OS는 2001년 Cheetah 부터 2021년 Monterey 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했고 현재 진행 중 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압도적인 점유율에 취해 새로운 사업에만 집중하는 동안 애플은 아무리 점유율이 낮아도 자신의 핵심 가치를 놓지 않았어요. 이는 애플의 모바일 OS 시장 진출과 아이폰의 혁신적인 성공에 큰 밑거름이 됩니다.


 선순환으로 애플은 아이패드, 애플워치 그리고 TV 등 모든 전자기기에 자체 OS 영역을 넓혀 나가죠. 그 결과 애플은 모바일, 테블릿 OS에서 압도적인 성능 및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고 현재 맥 OS를 ARM 기반으로 변화하여 통합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장과 ARM기반 Window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만 보여주거나 철수 했어요. 이후 2021년에나 Windows 11 로 6년 만에 개선된 OS를 출시합니다. Windows 11은 ARM64 지원으로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아마 애플의 M1 성능과 iOS와 통합하는 로드맵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위기감을 준 듯 합니다.


OS의 높은 재사용성 그리고 원가우위


맥 OS Architecture


 이번엔 OS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알아볼게요. 현재 입문 개발자들도 짧은 기간만에 근사한 앱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인 장비 하나에 GUI 환경을 갖춘 앱들을 서로 간섭하지 않고 구동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입니다. 애플, MS, 구글은 위처럼 복잡한 모듈들을 개발 후 간략화 된 Framework를 제공하여 앱 개발을 빠르게 한 것 입니다. 애플은 Cocoa Framework와 Swift 개발언어 하나로 Mac OS, iOS 등 모든 애플 앱을 만들 수 있게 지원합니다.


 OS 내부를 자세히 보면 먼저 CPU, 메모리, 네트워크, 파일 등 시스템 자원을 관리할 커널 영역이 필요해요. 또한 사진, 오디오, 동영상 등 미디어 처리를 위한 모듈들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위한 영역도 필요합니다. 현재는 AI, 클라우드 그리고 Airdrop 같은 다른 기기와 연결성을 위한 모듈까지 OS 개념은 끊임없이 확장 중 입니다. 새로 출시하는 OS 마다 이 모든 영역에서 보안 이슈 없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Apple의 PC 및 모바일 단순화한 아키텍처


 경제적 가치로 볼 때 중요한 점은 데스크톱 OS와 모바일 OS 관계없이 수많은 모듈들을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앞서 언급한 커널 영역부터 미디어영역까지 대부분 모듈들을 통합하여 개발하죠. 그리고 OS를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이 전세계에 손꼽힐 뿐더러 컴퓨터 공학의 꽃이라고 불리는 만큼 최고의 기술력을 요구합니다. 그만큼 인력수급이 쉽지 않아 이를 공용으로 개발할 수 있는 회사는 시장확장 시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갤럭시의 GOS 이슈가 위 주장의 근거가 될 것 같아요. 구글이 선 개발 후 배포한 안드로이드 패키지를 갤럭시 기기에 최적화 시켜야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성능 및 안정성 면에서 애플을 따라가기 쉽지않죠.


계속 확장하는 애플의 생태계


 이렇듯 폐쇄적인 애플의 정책은 창립 30년이 지난 2010년 대를 넘어서야 그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자체 기기만을 위한 OS개발을 고집했던 애플은 컴퓨터시장에서 이식성이 뛰어난 윈도우에 밀렸었죠. 하지만 모든 칩셋을 지원해야 했던 윈도우와 달리 자체 기기를 위한 칩셋 개발까지 같이한 애플은 빠르게 다른기기 시장을 점유했습니다. 애플은 높은 가격과 마진율에도 불구하고 테블릿 PC, 스마트 워치 시장 점유율 1위를 하고 있어요. 이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OS의 재사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워치 등 조그만한 기기에도 Watch OS 라는 별도 OS로 구동되요. 지난 40년동안 개발한 OS 모듈들을 각 기기 환경에 맞게 조금씩 수정하면 모든 기술을 이식할 수 있는 것이죠.


출시 예정인 애플의 AR 글라스


애플이 아직 내놓지 않은 신제품들의 경우 어떨까요? 
애플이 현재 출시 준비 중인 AR 헤드셋 시장은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라는 제품으로 전력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시장입니다. 언뜻보면 페이스북이 이미 몇 년 앞서 AR 관련 기술을 쌓고 네트워크를 장악해 애플이 후발주자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애플이 기존 스마트워치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40년 쌓은 OS 기술로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 페이스북은 애플워치, 에어팟 등 연결성으로 기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애플을 상대해야 합니다.

ARM 기반으로 전환하는 모든 애플 실리콘 

 

 이렇게 OS의 재사용성은 어떠한 형태의 컴퓨터 시장에도 적은 비용으로 높은 품질을 만들 수 있는 효과를 줍니다. 애플이 여기서 방점을 찍은 날은 2020년 M1 칩의 발표라고 생각해요. M1 이전까진 Mac의 경우 고성능을 요구해서 intel x86 기반의 아키텍처를 적용했었고 iOS, iPad OS의 경우 휴대용 기기이므로 저전력에 특화된 Arm 아키텍처를 적용했습니다. 문제는 Arm은 고성능을 위한 명령어 셋을 x86은 전력효율성을 위한 설계를 지향하면서 이 두 진영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졌어요. 또한 OS 개발에서 Kernal 영역은 칩셋 설계과 밀접한 만큼 임베디드 명령어와 컴파일러 설계 및 최적화를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합니다. 즉, OS 개발자도 부족한데 Kernal 영역은 더 인력이 부족해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해요. 

 애플은 높은 비용 감소와 최적화 등의 개선사항을 전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Mac 진영의 아키텍처도 모바일과 같이 ARM으로 전환합니다. 현재 M1 제품은 전 맥북모델에 적용되었고 동시에 아이패드 Pro 모델에도 적용했죠. M1 칩이 이전 아이패드 모델에 들어간 A14X 칩을 기반으로 하여 상위 OS 모듈들이 동작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을 것으로 봅니다. 이미 Mac OS 빅서부터 컴퓨터와 테블릿 경계 없이 하나의 OS 개발로 방향을 잡고 있었으니까요. 기존 iOS가 Mac OS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처럼 이번엔 iOS가 Mac OS의 Arm 전환에 많은 도움을 준 것 입니다.


감가상각이 거의 없어 시간을 쌓는 기업


수직적으로 끊임없이 쌓이는 애플의 자산들


 애플이 제품 다각화보다 완벽한 제품과 고유 기술력 향상에 집중한 덕에 애플의 모든 기술은 위 그림처럼 큰 줄기 형태를 가집니다. OS 버전 뿐만 아니라 칩셋까지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서로 통합되어 왔죠. 이 줄기들이 시간에 지나면서 가장 무서운 점은 해당 기간동안 쌓인 연구개발비가 거의 상각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20년 M1 칩 설계를 구성하는 기술에는 분명 2010년 A4 칩 설계 기술이 녹아 있을 것이고 iOS15를 구성하는 코드에는 iOS14 이전 버전들의 코드들이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동시에 수많은 애플 사용자들이 바로 새 버전의 제품을 사용하기에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매년 성능 및 기능이 개선된 OS를 출시하는 것처럼 M2 칩 개발도 리스크없이 M1 칩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칩셋으로 나올 것이라 기대하죠.


 두 번째로 무서운 점은 소프트웨어 기업 특성상 높은 재사용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 대비 비용이 줄어듭니다. 예를들어 곧 출시할 애플 글래스의 개발비용은 애플워치 개발비용보다 낮으면서 높은 품질을 줄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 증가는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이를 위한 비용은 감소하는 것 입니다. 근거로 2021년 애플의 매출은 33%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이 5.6% 오르는 말도 안되는 성과를 기록했어요. 제조업은 영업이익률 5%를 넘기위해 사활을 걸고 미래 먹거리를 찾지만 애플은 너무 손쉽게 초과 영업이익률이 5%를 넘어선 것이죠.


 높은 재사용성과 낮은 감가상각 이 둘의 의미는 결국 “시간”입니다. 애플은 이 시간을 쌓기위해 끊임없이 제품을 단순화하고 통합해 왔습니다. 그래서 애플과 경쟁하려면 10년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경쟁자가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 부어도 이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음...

 여기까지 제 개인적으로 애플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OS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이 OS가 애플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애플이 소비자에게 부과한 고객전환비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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