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기업분석 1편 - 정보 검색 개요와 구글의 가치관
인류의 문명과 함께 절대 없어지지 않을 정보검색 분야
제가 검색 관련 일을 했을 때 팀에서 가장 중요시한 개념은 information retrieval(정보 검색) 입니다. 우리가 디지털 시대 살고 있어 정보 검색을 인터넷 서비스 중 하나로 인식하기 쉬어요. 검색 서비스 하면 우리나라는 네이버, 일본은 야후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 사람들은 구글을 떠올리죠. 하지만 정보검색은 오래 전부터 있었고 문명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종이가 발달하기 이전에는 정보를 사람의 기억에 저장하며 정보 검색을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으로 해결했어요. 몇 세기에 걸쳐 글과 종이 그리고 인쇄 기술이 발달하며 지식을 책에 남기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오랜기간 쌓인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디지털 기술이 없었음에도 정렬과 역색인 같은 검색 기술을 사람들은 사용했습니다. 왼쪽 사진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빠르게 찾기위해 가나다 순으로 배치한 것도 정렬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책들이 정렬되어 있으면 이진탐색으로 원하는 책을 빠르게 찾을 수 있죠. 오른쪽 사진은 책에 나온 단어와 페이지 번호를 대응시킨 사전인데 정보 검색분야에서 이를 역색인이라 합니다. 이 단어들 또한 abc 순서로 정렬되어 있어 원하는 단어를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종이보다 디스크에 글을 저장하고 책보다 모니터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문서에 대한 검색 수요도 자연스럽게 급증하며 많은 기업이 검색엔진 개발에 참여합니다. 여기서 검색엔진이란 디지털 문서를 구조화시켜 질의(query)에 대응하는 문서들을 빠르게 찾아주는 도구입니다. 즉 위에서 언급한 정렬과 역색인 개념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솔루션이죠. 이 때부터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며 대용량 처리를 위한 시스템 기술(파일, 메모리, 네트워크 등)과 분산 컴퓨팅 기술이 함께 발전합니다. 검색 모델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어 BM25 같은 단어 가중치 모델이 사용자 의도에 맞는 문서를 찾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현재는 AI가 발달하여 단어기반 모델을 벗어나 BERT 처럼 문장 단위 학습 모델이 검색 및 추천 서비스 품질을 빠르게 높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보 검색 분야는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인류의 문명이 존재하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을 분야입니다. 특히나 디지털 시대에 정보 검색 분야는 꽃을 피웠고 그 중심에 구글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모든 기술 부문에서 구글은 항상 앞섰고 대부분 정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은 구글 기업분석 첫 장으로 이들의 목표와 가치관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기업분석 글에 정보 검색을 길게 설명한 이유는 구글의 기업가치를 검색, 모바일, 광고 그리고 클라우드 등 사업 별로 바라보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구글이 사업을 확장할 때 초점은 사람들이 더 높은 품질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잘 공급하는데 있기 때문이죠.
전 세계 모든 정보를 체계화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구글은 위 목표를 위해 설립되었고 지속적으로 이 가치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언뜻 들으면 간단해 보이지만 이 목표는 너무 추상적이라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할만한 정답을 찾기 힘듭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저장하는 매개체는 문서 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 지도 등 형식이 점점 다양해져요. 그런데 이를 수집, 정제 그리고 검색을 위한 기술들은 정보 별로 다르며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어요. 여기에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100개 이상의 언어를 분석하고 기술에 접목시켜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 AI를 적용하고 대규모 서버를 운영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2022년 현재 구글 수준의 검색서비스는 MS의 Bing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MS 정도 규모의 회사라서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것이지 대부분 IT 기업들은 따라할 엄두도 못 냅니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모으고 구글 내에서 더 발전하며 놀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정답이 없는 목표를 추구하기에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혁신적인 기술들을 만들고 구글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입니다. 또한 사업을 확장해도 바라보는 목표가 같기에 큰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해요. 이러한 요소들이 구글의 기술부채를 낮게하고 성공확률은 높인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이 정체되면 기존 사업을 벗어나 메타버스 같이 트렌드를 쫓다 리스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구글은 수많은 직원들이 같은 목표를 변치않고 바라보게 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구글 모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며 사업성도 뛰어난 일은 직원들의 성취감을 높여 큰 동기부여를 주기 때문이에요. 이를 행동으로 옮겨 기술 공유, 인터넷 자유 그리고 친환경 연구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정보민주화가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해요. 현대 사회에 정보는 국가/개인의 경쟁력과 자유로운 사고를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죠. 전쟁 중인 러시아가 언론을 통제해 자국민들을 속이는 것처럼 왜곡된 정보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립니다. 구글은 이를 막고자 정보 검열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대부분 정보를 공개합니다. 한 예로 2010년 구글은 중국의 정보검열에 반발해 미국 다음으로 큰 검색 시장이었음에도 구글 서비스를 철수했어요.
구글이 인수한 유튜브도 정보민주화에 맞춰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TV로만 영상을 접했을 때는 소수의 방송사들만 정보를 공급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한 연예인이 방송사 관계자에게 찍히면 평생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죠. 또한 영향력 있는 방송사가 소수이기에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쉬웠습니다. 하지만 유튜브의 등장 이후로 방송사 관계자에게 잘 보일 필요없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실력만 있으면 전세계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어 BTS 같은 많은 글로벌 스타들이 유튜브를 통해 성장했어요. 유명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예술, 과학, 경제, 시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지식을 널리 알리고 있죠. 정보의 채널을 독점하는 방송사들의 권력이 힘을 잃으며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정보가 세상에 공개된 것 입니다.
구글이 추구하는 정보민주화에는 교육의 자유도 포함됩니다. 대부분 고등교육 이상을 받는 우리는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전세계 2억 5천명 이상의 아동은 가난과 차별로 교육을 받지 못 합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교육의 기회가 없다는 것은 빈부격차를 더 키우고 사람들의 희망을 잃게하죠. 구글은 이 악순환을 끊기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투자합니다. 먼저 소비성 컨텐츠보다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검색 모델에 더 집중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엉뚱한 웹사이트에서 헤매는 것을 차단하여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게 해요. 구글 학술 검색과 도서 검색은 모든 논문과 책 정보를 모아 더 깊이있는 지식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구글은 이 모든 정보를 전 세계 언어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소수 민족의 언어는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차별하지 않죠. 그리고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많은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언어로 번역을 지원합니다.
구글이 아무리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접근하지 못하면 무용지물 입니다. 구글은 최근 아프리카 인터넷 개선 투자를 비롯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 지역의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왔습니다. 또한 크롬과 안드로이드 기술을 공유하여 많은 저가 스마트 기기들을 양산 했습니다. 크롬북의 경우 최저가는 200$ 미만으로 교육을 위한 비용 부담을 현저히 낮췄어요. 이외에 구글은 직접적으로 교육 평등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 중 입니다.
너무 큰 영향력과 복잡한 이해관계
구글은 사업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지만 현재 영향력이 너무 커져서 많은 비판을 받습니다. 구글의 목표인 정보 수집은 개인정보 남용 이슈를 불러왔고 이를 광고 효율성을 위해 사용한다고 비판 받습니다. 유튜브와 안드로이드 같은 플랫폼에서는 생산자를 마음대로 차단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구글의 정책에 위배되는 정보 생산자는 구글의 모든 서비스에서 퇴출되죠. 이전에 몇몇 방송사가 국가의 정보 채널을 통제했다면 이제는 전 세계 정보채널을 구글 혼자 통제합니다. 이에 EU를 중심으로 구글과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반독점, 증세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몇몇 법안은 이미 통과하여 구글에 몇 조원 대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대해 "EU의 과도한 보호무역이다" 또는 "빅테크 기업들이 반경쟁적 행동을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구글은 최근 사업확장에 있어서 가치관 차이로 내부 마찰이 많습니다. 2018년 순다 피차이(CEO)가 검열에 순응하여 중국시장에 재진출하려다 직원들의 집단 분노를 샀었죠. 미국 국방부와 진행하는 사업에서도 AI, 클라우드 등 사람을 해치는 기술 제공에 대한 반발이 많습니다. 저 또한 구글처럼 영향력이 큰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의 매출이 정체되는 것보다 권위적인 행동에서 발생한 문제가 더 큰 리스크라고 보고 있죠. 다행히 구글 직원들은 사회적 문제에 있어 퇴사를 각오할 만큼 타협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CEO라도 직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일을 추진할 수 없습니다. 이 문화를 잃지 않는 한 구글의 사업은 지속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구글의 목표와 가치관을 실제 제품에 어떻게 반영 했을까요?
구글 기업분석 2편으로 이어서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