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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27 금주중, 술 선물

윤금주씨의 백일금주

by 윤소장

오늘의 술 : 일엽편주,

안동 농암종택의 600년 넘은 전통방식으로 담근술. 아직 마셔본적은 없지만 디자인만 봐도 풍류가 줄줄흐름..



추석 연휴라, 안 먹어도 배부른 듯한 열흘간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달력을 보니 주말 양쪽으로 빨간 날이 주르르 이어진, 호화스러운 달력이다. 작년부터 손꼽아 기다려온 긴 휴가다.

말 그대로 안 먹어도 배부르지만, 먹거리는 또 얼마나 많은지. 참치·스팸·올리브오일처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건 이미 저장해두었고, 전복과 소고기처럼 신선할 때 바로 먹어야 하는 것도 있다. 오늘 저녁은 소고기를 에피타이저로, 전복라면에 말린 표고버섯을 넣어 끓여 먹을 예정이다. 전복 손질을 마쳐두고, 에피타이저와 본식 사이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전복이나 소고기는 속까지 완전히 익히지 않고, 레어하게 먹는 게 진짜 맛이다. 그런데 그 ‘남겨둔 생기’ 속에 혹시 균이 숨어 있을지 모르니, 살균·소독을 담당하는 알코올이 늘 곁을 지킨다. 때마침 도수 높은 증류주를 선물받았지만, 금주 중이라 일단 패스. 대신 금주가 끝난 뒤를 위해 아껴 두었다.

술을 끊은 사람에게 술 선물은 잔혹극 같지만, 막상 받아 보니 또 다르게 보인다. 지금 마시는 대신 곱게 보관했다가 좋은 날에 더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저장 아이템’이 된 것이다. 눈앞의 즐거움 대신 기다림을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냉장고에는 오늘도 증류주가 묵묵히 숙성 중이다. 나보다 더 조신사고 얌전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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