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주씨의 백일금주
하루의 끝에는 늘 작은 의식이 필요하다. ritual, 혹은 씻김굿처럼. 사회의 시간에서 나만의 시간으로 넘어가는 경계에서 나는 잔을 들었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 운동으로 몸의 기운을 다 쓰고 난 순간, 가장 필요한건 맥주였다. 맥주 한 잔은 “오늘의 사회적 동물은 여기까지”라는 선언이자, 시마이~하는 퇴근 인사 같았다. 추석 연휴 중 가장 바빴던 오늘에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심코 맥주를 고르는 나를 보며 생각했다. ‘맥주가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하루를 끝냈을까?’
이제는 무알콜 맥주지만, 그 한 모금은 여전히 힘이 있었다. 오늘의 일인분은 분량은 충분히 소화했다고, 잘 버텼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준다. 할 일은 남아 있어도 일단 시마이를 해야겠다. 그리고 나면 마음은 가볍다.
중요한 건 알코올이 아니라, 그 의식 자체였다.
탄산수로는 채워지지 않는 쌉싸름한 결이 무알콜 맥주에는 있었다. 취하지 않아도, 마치 씻김굿을 마친 듯 스스로를 정화시키는 힘.
오늘도 그렇게 ritual을 치렀다. 맥주 없는 맥주로 하루를 씻어내며, 나만의 작은 리추얼로 기절하고싶은 상태에서 의식을 되찾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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