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공간읽기
춘천 Offstage의 사진을 고르고 있다. 찍은 지는 몇 달, 받은 지는 한 달이 넘었다.
집을 짓고 나면 언제나 즐겁고도 묵직한 숙제가 남는다. 바로 사진 고르기다.
좋은 것들 중에서 더 좋은 것을 골라내고,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이미지로 이해시키며,
부분을 살피되 전체의 인상이 흐트러지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이미지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세상엔 예쁜 사진이 넘쳐난다.
하지만 건축사진은 조금 다르다. ‘느낌적인 느낌’보다는 진실에 가깝다.
건축가의 의도와 공간의 결이 그대로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A컷을 고르는 일은, 건축가로서는 또 한 번의 설계와 같다.
건축사진을 고를 때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멀리서 보는 집의 맥락을 보여주는 원경-조감도라 하는 것, 요즘은 드론으로 항공뷰가 잘 나오는게 참 좋다.
둘째 좀더 건축에 집중해서 외관의 형상과 대지와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이미지들. 재료와 매스의 관계 입면에 치중
셋째 내부의 주요공간들, 입구부터 동선과 시선의 흐름을 담는다. 한공간 한공간 집중되는 사진도 있어야하고 두공간끼리 연결되는 사진도 있다.
넷째 디테일. 재료의 디테일 , 즉 질감 표현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곳의 디테일.
이런 카테고리를 미디엄샷 클로즈업샷 와이드 롱샷, 등 여러샷을 적재적소에 섞어야하고, 하루의 빛을 고루 담으면 더 좋다.
사계절을 찍으면 더할나위없겠지만, 그런 행운은 언제 누릴수있을까?
그래도 이 과정을 통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대표할 ‘이미지 세트’가 만들어진다.
말은 쉽다. 사진작가가 혼신을 다해 찍은 결과물을 두고,
이제 건축가는 또 다른 혼을 담아 고르기 시작한다.
한 장 한 장, 집의 영혼이 잘 드러난 사진을 찾아내야 한다.
건축작업을 ‘작품’으로 끌어올리는 일은 이렇게나 어렵다.
게다가 사진작가의 한 컷이 얼마나 값진지 알기에, 눈이 빠지게 골라야 한다.
오늘은 일단 장바구니에 담듯 마음 가는 대로 모아두었다.
며칠 지나면 다시 들여다보고, 몇 차례 더 솎아내며 조합해볼 예정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 과정이 길어진다.
예고편처럼 먼저 공개할 사진 몇 장은 정했다.
“너머 풍경이 아름다운 Offstage의 곳곳의 장면들.”
아직 메인 샷은 아니지만, 집의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사진들이다.
-늘 그렇듯 사진은 적정건축ofaa의 전속사진가 이원석 작가님의 작품이다
건축가 윤주연
호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건축사무소 적정건축ofaa 창립자
<우주를 짓다> 저자
www.o4a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