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공간읽기
Death is very likely
the single best invention of life.
스티브 잡스는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했다.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에 삶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볼수있다는 말이다.
장례는 왜 치룰까. 현재의 삶과 육신의 삶만 있다면 죽으면 끝이다. 죽은자는 태우거나 묻어버리면 될것을 삼일에서 오일의 장례를 치루며 고인을 기리고 애도를 한다. 남은 가족의 슬픔을 치유하는 의미도 있지만, 고인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다. 그래서 몇십년간 못만났던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다 만나는 시간이다. 어렸을적에 보고 자라면서 소원해진 친척, 자랄 때 친구, 용돈을 쥐여주던 어른들이 이제 노인이 되서 오기도한다. 그러면서 고인과의 인연을 추억하고, 유가족에게 고인은 어떤 분이었다며 못한 말을 전하기도한다. 생전에는 들을 수 없는 인물에 대한 평, 에피소드들을 나누며 울고 웃기도한다. 그렇게 가족들은 삼사일 장례를 함께 치루며 못나눴던 이야기와 정을 나누기도 하는 것 같다.
장례식장의 ‘가족 휴게실’은 그런 의미에서 특이한 공간이다. 손님을 맞느라 기운이 빠진 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곳인데, 안락하기까지 하다. 온돌에 다리를 뻗고 기댄 채 쉬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같이 여행 가자던 가족들과 이렇게 이박삼일 함께 있는 게… 진짜 여행지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고보니 두개의 온돌방은 적당히 넓직해서 성인 네명이 한번에 잘 수 있는 규모다. 하나는 남자방, 하나는 여자방, 그 사이의 화장실은 샤워까지 할 수 있는 청결한 욕실. 큰 거실인 분향실이 있고, 건너방에는 하루종일 먹고 마셔도 끝없이 새로 공급되는 음식과 술이 있는 접객실이 있다. 그렇게 이박삼일간 끝없이 먹고 서로 일루와봐 이분께 인사하라고 서로 소개를 시켜주는 자리. 이런게 가족여행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피곤해 선잠이 들었다가 이 모든게 그저 꿈이었고 깨고나니 여행지였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향냄새와 흰 국화꽃이 고인과 함께한는 마지막 여행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