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설계읽기
운중동 국민주택 ‘집속의 집’은 여러가지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했던 집이다.
그중의 하이라이트는 경사지 조경이었다.
집의 출입구가 T자형 골목의 끝인지라, 그 시선을 막거나 거스르고싶지 않아 열어두고, 자연스러운 산책코스로 이어지게 경사로를 만들었다.
다른집 같으면 출입구에서부터 집으로 빨리 들어가는게 목표였을텐데, 운중동 집속의 집은 집의 안팎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가 산책도하고 꽃을 가꾸면서 자연스레 건강을 돌보자는 의도로 만들었다. 인터뷰와 관찰을 통해서 식물가꾸기를 아주 좋아하시고 영어로 green thumb을 가지신, 식물과 친밀한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아이디어가 구현에는 정말 쉽지 않았다. 일단 3미터의 경사를 자연스러운 조경을 만드는 다는 것이 상상이상의 난이도였다. 조경과 토목은 잘 모르지만, 주변에 사선으로 경사지 조경과 식물을 심어둔곳이 많아서 아주 흔한 일로 생각했다. 하지만 흙은 기본적으로 평지를 만들거나, 경사지에는 쓸려 내려가지 않게 중간중간에 토대를 잡아줘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경 자문을 받아 중간중간에 일부는 콘크리트 턱으로 일부는 자연스로운 조경석으로 만드는 것을 제안했으나, 조경사장님이 이 부분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돌을 아주 못생긴 것으로 가져다 두었다. 처음에 있었던 돌은 둥글둥글한 강돌(강가에 있는, 부드럽게 마모 된 돌) 이었다. 하지만 우리 현장에 강돌을 줄을 맞춰 조성해 두니 옥수수같이 보였다. 그리고 중간에 이어지지 않는 곳은 이빨빠진 옥수수….
너무 의도와 다르게 진행되어, 돌에 대해서 설명을 했더니 ‘직접 선택’하라신다. 그래서 난생처음으로 돌을 파는 곳에 가서 돌을 고르게 되었다. 그날은 유난히 더운 날이었다. 아직도 회자되는 2018년 8월 20일 , 42도의 폭염의 여름날이었다. 돌은 외곽도로의 중간에 큰 비석을 세워두고 ‘00수석’이라고 써있는 곳이었다. 늘 지나만 가봤지 그곳을 내가 들어갈 일이 있을거라 상상도 못했던 곳. 거기서 건축주와 함께 수많은 돌중에 크기와 모양이 적당한 것을 찾아서 파란색 테이프를 붙여서 “찜”해놓고 돌을 배송 받았다. 돌은 몇 호로 크기를 부르는 치수가 있었는데, 보이는 것보다 흙속에 뭍이는게 많아서 얼마나 큰 것을 골라야할지 선택 장애가 왔다. 돌을 쓰는 조경은 살아있는 생물을 배치하는 것처럼 모양이나 위치에 따라 달라 보인다. 그후에 알게 된 것은 조경가들도 돌 배치를 할 때 직접고르고 현장에서 이렇게 저렇게 돌을 놔보면서 조경을 완성한다고한다 그것을 따로 할 사람이 없으니 건축가인 내가 직접했던 것이다.
돌을 배송받아서 놓는 날도 엄청난게 더웠고, 기사님이 큰 기중기로 들어서 공중에 띄우면 두명이 조심스레 옮겨 자리를 잡는 식이었다. 현장인부들은 덥다고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일을 했지만, 돌의 선택과 위치를 책임져야하는 초보 건축가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바둑 한수한수를 두듯이 신중하게 돌의 자리와 포지션을 정하게 된 된것이다.
힘든일은 끝이 있었다. 돌을 다 두고나니 재빨리 주변정리를 하고 그 위에 잔디를 입히고 나니 제법 근사해졌다. 잔디의 뿌리가 경사지 흙을 붙잡아 유실되는 것을 막기위해 떼옷을 입힌것이다. 그 뒤로도 green thumb인 실 거주자 어머니께서 정성들여 가꾸어 계절마다 때마다 풍성하게 풍경이 바뀌는 정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사람끼리 대화를 쉽게 하게 하는 것은 아이,동물 그리고 자연이란다.
화단을 가꾸고 있으면 동네 주민들이 말도 걸고, 사진도 찍어가는 것이 어머니의 행복이라니 건축가가 진땀흘리며 돌을 골라서 화단을 만든 보람을 느꼈다. 가끔 street view로 운중동 집을 볼때가 있는데 계절마다 다른 풍경이 집의 표정을 만들어주는 듯 하다.
한해가 지난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