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 연 Oct 22. 2022

#26. 불현듯, 그렇게 갑자기

오랜만에 드라마 한 편 같은 꿈을 꾸었다.

그리고 아마도 또 오랜만에 꿈 하나를 끊기지 않고 꾸었다.


어디서부터가 시작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꿈에 손호영이 나왔고, 나는 그를 오빠라고 불렀다. 그리고 나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이 여정이었다. (아마도 요새 뜻밖의 여정을 너무 잘 보고 있어서 그런가?)


처음에는 어디 기숙사 침대가 일렬로 놓여있는 방이었는데, 오빠 침대가 내 옆 침대였다. 나는 자던 와중에 머리가 아파 깼는데, 판피린을 찾으려던 찰나, 내 자리에 놓인 판피린 상자와 그 옆의 간호원을 발견했다. 판피린 상자를 열어 약을 찾는데 하나는 빈 병, 하나는 누가 먹던 것, 그리고 드디어 새 약 병. 그렇게 약을 먹고 누우려고 하니 오빠가 감았던 눈을 뜨고 약을 챙겨먹었냐고 물었고, 아마도 나는 챙겨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했겠지.


그리고는 시작 되었다. 썸인듯 아닌 듯한 기류가.

나는 꿈에서도 눈길이 가기 시작하면 감정이 직진하는 사람이었다. 옆에 붙어있고 싶고, 말 걸고 싶고. 그런데 오빠는 긴 듯 아닌 듯 애매한 기류만 흘렸다. 옆에서 말을 걸어도, 여럿의 눈길을 피해서 카톡을 치려고 해도.


그래 그럼 말아야지, 싶어 일에만 집중하던 찰나 제3자의 시점으로 꿈이 흘렀고 내가 어디 가 있는 도중에 오빠가 나를 찾았다. 주변에 있는 후배 가수 그룹 중에 하나가 내가 나가서 길을 잃었다고 얘기했고, 오빠는 불같이 화를 내며 뭐라고 하고는 바로 밖으로 나갔다. 그 얘기를 전한 그룹 멤버 중에 하나는 말을 잘 했어야지 하며 마지막 말을 전한 멤버를 타박했고, 그 멤버는 있는 그대로 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투덜댔다.


어쨌든 다시 꿈은 1인칭 시점으로 돌아왔고, 오빠가 어디냐고 화를 내며 내게 전화했을 때 나는 집에 돌아온 터라 집이죠? 하고 대답했다. 내게 동일한 관심의 척도를 주지 않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화를 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는 집에서 일을 하던 어느 날, 동료들과 대사를 맞춰보던 한 때였는데 건너편 방에 있던 오빠와 눈이 마주쳤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내 얼굴에 맺혀있던 눈물 방울이 흘렀다. 대사를 치던 와중이어서 그랬나, 아니면 뭔가 우수와 슬픔에 젖은 오빠의 얼굴을 봐서 그랬나 싶은데 기분이 슬프지는 않았다.


그렇게 눈을 마주친 오빠는 그런데 또 울며 버럭 화를 냈다. 언제가 되어야 다시 자기에게 말을 붙이러 올 거냐고 (아마 뜬금없는 전화 이후로 말을 안 섞은 듯 싶었다).


꿈 말미에 나는 감정에 휘둘려 버럭하는 오빠가 좋지 않았고, 결국 동료들을 물리며 오빠에게 다가가 집이던 어디던 상관 없이 와서 일해주고 있는 동료들 앞에서 그게 무슨 전개냐, 정말 실망이다 하고 말했다. 그 때 거의 BGM 으로 비트가 깔리며 랩하는 듯이 속사포로 말을 했는데, 아마 하다하다 할 말 하는 기분이 꿈에도 표출된 듯 싶었다.


꿈을 깨고도 1분 여를 멍하니 있었다.

갑자기 손호영, 갑자기 한 편의 멜로 같은 꿈.

꿈이어도 멜로는 썸 타기 직전이 제일 설렌다고 생각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25. 무의식이 원한 한 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